[전문가 인터뷰]③"인수위 없어도 인수작업은 있다…핵심은 인사"

입력 2017-05-04 07:01   수정 2017-05-04 07:21

[전문가 인터뷰]③"인수위 없어도 인수작업은 있다…핵심은 인사"

'대통령의 성공 취임전에 결정된다' 저자 이경은 박사 인터뷰

"靑비서실·내각 인선이 관건…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은 다르다"

"임기초는 위기관리기간…오바마 인선 모델처럼 권위 나눠갖는 결심 가져야"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인수 기간이 없다고 해서 대통령직 인수라는 일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없다는 것이 대통령직 인수작업 자체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잖아요?"

제19대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자는 당선인의 신분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통령이 된다. 대한민국 정치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인지라 정부 초기에 대혼란이 예상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2003년 16대 인수위에 공무원으로서 파견 근무했고, 2008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에서 일하며 성공적인 인수위 사례로 꼽히는 '오바마-바이든 행정부 인수과정'을 관찰한 서울대 이경은 법학 박사는 4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런 혼란을 막으려면 선거가 끝나자마자 재빨리 인수과정으로 '모드 전환'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박사는 대통령직 인수 과정의 중요성을 다룬 '대통령의 성공 취임전에 결정된다'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목표로 한다면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인사'와 '정책'을 두 축으로 물밑에서 꼼꼼하게 인수과정을 준비해야 한다는 게 이 박사의 지론이다. 228년간 대통령제를 유지해온 미국의 경험에서 "준비된 대통령의 스펙을 규정할 수 없다"며 "다만 어떻게 대통령직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인수위가 없다 보니 대선이 끝나면 모든 시선은 청와대 비서실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이 박사는 전망했다. 대통령의 의지로 여러 가지 변화를 줄 수 있는 비서실 인선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이 박사는 "새 정부는 정책 측면에서는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박근혜 정부의 정책현황을 파악해야 한다. 일종의 재고조사를 하는 셈이다. 어느 정책을 취하고, 어느 정책을 버릴 것인지 신속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당선 다음날 바로 통치에 들어가야 하는 차기 대통령은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 국정 인수의 핵심은 인사다. 인수기간 없이 바로 국정운영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는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변인, 정무비서관, 인사비서관, 연설비서관 등 핵심 비서실 진용을 어떻게 짜느냐가 관건이다.

인수위가 없는 만큼 모든 공무원의 시선이 비서실을 향할 수밖에 없다. 비서실 인선 자체가 차기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등 초기 내각 인선도 모두가 주목한다.

미국의 대통령 당선인 인수작업은 인사와 사전검증으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이후 미 연방정부와 대통령 비서실이 주도적으로 이러한 작업을 지원하는 법제가 급속하게 발전하였다. 그 결과 미 연방정부 윤리국(United State Office of Government Ethics)이 공통되고 일관된 기준으로 대통령직 인수과정에서부터 공직후보자의 사전검증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 출범초 지명자 검증과 인사청문과정이 신속하고 차질없이 진행되는 것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고 국정 성패를 좌우한다. 특히 공직후보자의 일관된 검증과 인사청문회 과정의 국회 협조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 인사에는 어떤 원칙을 적용해야 할까.

▲ 선거 다음날부터 후보자 신분에서 대통령 신분으로 즉각적 전환이 이뤄지는 만큼 선거 캠페인 과정과 국정인수과정은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풀(pool)과 인선기준은 다양할 수 있다. 새 정부의 상징적 대표성을 드러내는 인물을 발탁할 수도 있고, 전문성과 공직경험도 인선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 기간에 고생하고 공을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내줘서는 안 된다. 공직적합성은 다른 문제이다.

-- 본보기로 삼아야 하는 정권 출범초 인선 사례가 있다면.

▲미국 제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인사 사례는 지금까지도 연구되고 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자신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이들로 내각을 구성했다. 초반에는 갈등이 극심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성공을 거뒀다.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때 링컨은 다른 조건은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오로지 정책목표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이런 인선이 가능했다. 차기 대통령도 여기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링컨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 실천에 옮겼다. 자신과 치열하게 맞붙은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했고, 전임 정부의 국방장관이던 로버트 게이츠를 유임했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와 전쟁을 하던 상황에서 외교·안보 분야 경험이 취약한 약점을 극복하려고 '내 사람'을 심기보다는 자신과 경쟁자 지위에 있었지만 그 직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인물들을 임명한 것이다. 권위를 나눠 갖겠다는 결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조치다.


-- 인수작업에서 인사만이 전부는 아닐 것 같은데.

▲ 물론이다. 인수작업을 할 때는 '인사'와 '정책'을 두 축으로 삼아야 한다. 인수과정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으려고 하기보다는 직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어떤 정책을 취할 것이고 버릴 것인지 판단하기 위함이다. 그러고 나서는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인수과정에서 우선순위의 기준은 중요한 것보다는 시급한 것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의 궐위가 이어졌기 때문에 대통령만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반년 가까이 굴러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예를 들면 한미관계가 그렇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비용 논란부터 시작해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까지 여기저기서 이슈가 터지고 있지만 손대지 못하고 있다.

또 대통령 취임 후 첫 60일, 100일, 200일 사이에 일어날 주요 국정 사안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취임 후 100일과 같이 많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시기를 염두에 둬야 한다. 새 대통령의 임기 초기의 국정운영은 위기관리 기간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기간 동안 국민에게 준비된 모습을 보이고, 새로운 정부에 대한 신뢰를 쌓아야 이후 국정운영 기조를 이어갈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 정부조직개편도 불가피해 보이는데.

▲ 1998년 김대중 정부 이후 역대 모든 정부는 인수 기간에 정부조직개편 작업을 했다. 정부조직을 개편하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 등 일정 기간이 소요된다. 이번에는 그럴 시간이 없으므로 일단 기존 조직으로 출발선을 끊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 대통령 인수과정에서 덧붙이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 미국의 인수과정 전문가들의 조언을 꼭 전하고 싶다.

선거일 이후 모든 관심은 새로운 장관 내정자들에게 집중될 것이다. 이때 전임자를 내보는데 급급할게 아니라 반드시 전현직 정부 부처의 최고 책임자들이 만나서 긴밀하게 대화하는 기회를 가지라는 것이다. 전임자들이 개인적으로 훌륭해서가 아니라 그 국정경험을 그 사람들이 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인수과정의 실수를 줄이고 국정을 연속성있게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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