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제대로 했다"…1조9천억에 산 로엔, 카카오 실적 '견인'

입력 2017-05-11 14:43  

"몸값 제대로 했다"…1조9천억에 산 로엔, 카카오 실적 '견인'

카카오 1분기 매출 30%, 영업익 54% 책임져

'AI 사업 블루칩'으로 부상…드라마도 만드는 종합 기업 도약 준비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카카오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의 실제 주인공은 자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였다.

SK텔레콤 산하였다가 홍콩 사모펀드를 거쳐 작년 초 카카오의 품에 안긴 로엔은 국내 1위의 음원 서비스인 '멜론'으로 카카오의 주력 먹거리인 콘텐츠 부문을 '폭풍 성장'시키는 저력을 보여줬다.

멜론의 약진에 힘입어 올 1분기 카카오의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은 로엔의 실적이 반영되지 않았던 작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수십∼수백%가 늘었다.

로엔은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차세대 성장 동력인 AI 서비스의 가치를 끌어올릴 '핵심 콘텐츠 공급자'가 될 것으로 예측돼 위상이 더 올라갈 전망이다.

작년 1월 로엔의 인수합병(M&A) 대금은 1조8천700억원에 달해, 카카오 창사 이래 최대의 '빅딜'이었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회사 안팎에서 '몸값이 과대 평가됐다'는 우려가 적잖았지만 1년4개월이 지난 현재 로엔은 M&A를 주도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신의 한 수'로 평가받게 됐다.

11일 카카오에 따르면 올 1분기 매출은 4천438억원, 영업이익 383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각각 83.0%와 81.8%가 늘었다.

카카오의 이같은 호실적은 로엔 효과다. 로엔의 1분기 매출은 1천336억원으로 카카오 전체 매출의 약 30.1%를 차지했다.

영업이익 기여도는 더 크다. 카카오는 1분기 영업이익의 약 53.8%가 로엔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액수로 환산하면 모회사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인 206억원이다.

로엔의 뒷받침에 카카오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545억원으로 증가율이 작년 동기(109억원) 대비 397.6%에 달했다.

카카오 수입원의 약 절반을 책임지는 게임·음원·웹툰·이모티콘 등 콘텐츠 부문이 로엔 효과의 최대 수혜자였다.

멜론은 고객이 2천800만 명에 달하는 '국민 음원 서비스'다. 멜론의 실적이 포함되면서 올 1분기 카카오의 콘텐츠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42% 늘어난 2천218억원에 이르렀다. 음원 매출만 1천103억원에 달했다.

멜론은 카카오의 AI 사업에도 중요한 파트너다. 음원이 콘텐츠 자동추천 등 핵심 AI 서비스와 궁합이 좋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올해 3분기에 출시 예정인 AI 스피커에도 음악은 필수 재료다. 사용자의 음성 지시에 따라 정확한 곡을 찾아 틀어주고 상황에 맞춰 배경음악을 깔아주는 기능이 특히 소비자의 수요가 크다.

카카오는 이날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멜론에 AI를 적용해 음성으로 곡을 찾아 듣는 서비스를 사내 베타(사내 시범 운영)로 선보였는데 반응이 뜨거웠다"며 "카카오의 콘텐츠 추천 기능 등에 힘입어 멜론의 유료 가입자가 작년 M&A 이후 50만명이 느는 등 시너지(동반성장) 효과가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로엔의 시초는 1978년 문을 연 '서울음반'이다. 1980년대 유재하·어떤날·동물원·부활 등의 명반을 제작한 회사로 유명했다.

2005년 SK텔레콤의 자회사가 되면서 주력 업종은 디지털 음원 서비스로 바뀌었다. 모회사 SK텔레콤의 막강한 마케팅 덕에 로엔의 멜론은 음원 시장의 절반 이상을 좌지우지하는 거물이 됐다.

SK텔레콤은 2013년 공정거래법의 지분 규제 때문으로 로엔을 홍콩계 사모펀드인 스타인베스트 홀딩스에 매각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작년 1월 로엔의 새 주인으로 나섰다. 카카오가 애초 검색 광고가 주력 수입원인 라이벌 네이버와 달리 음원·게임·동영상·웹툰 등을 유통하는 콘텐츠 기업의 성격이 강해, 로엔의 합병이 새 성장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당시 카카오는 로엔의 지분 76.4%를 1조8천700억원에 매입해, 2013년 스타인베스트가 부담한 인수가(2천972억원)의 6배가 넘는 가격을 쳐줬다.

이 때문에 포털 업계 일각에서는 'M&A의 이유는 납득하지만, 너무 비싼 값에 사와 사후 부담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적잖았다.






그러나 로엔이 작년 2분기부터 카카오 성장을 견인하는 엔진 역할을 하면서 이런 걱정은 '훨씬 남는 장사'라는 환호로 뒤바뀌었다. 카카오의 작년 4분기 매출·영업이익·순이익도 로엔의 선전 덕에 각각 87.8%, 85.1%, 149.2% 급등한 바 있다.

로엔은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빠르게 몸집을 넓히고 있다.

애초 연예 기획사를 운영하며 아이유·피에스타·에이핑크·이광수·유연석 등 많은 스타를 보유한 곳이다.

로엔은 모회사의 1분기 실적 발표날이던 11일에는 히트작 '도깨비'를 만든 CJ E&M 산하의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합작해 새 드라마·예능 제작사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TV,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카카오TV), 콘텐츠 유통 서비스(카카오페이지) 등을 전방위로 공략하는 동영상 강자가 된다는 구상이다.

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3년 SK텔레콤이 로엔을 매각할 때만 해도 이 기업이 음원·AI·동영상 등 여러 방면에서 이렇게 큰 가치를 내리라 예측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작년 M&A 때도 '홍콩 펀드만 횡재했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옛 주인 SK텔레콤도 매우 아까워할 매물이 됐다"고 평했다.

t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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