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해진 베니스 비엔날레…"정치색 퇴조·관람객과 교감 늘어"

입력 2017-05-13 02:56  

발랄해진 베니스 비엔날레…"정치색 퇴조·관람객과 교감 늘어"

11월26일까지 6개월 대장정…데미안 허스트 블록버스터급 전시도 인근서 개최

(베네치아=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세계 최대의 현대미술 축제인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지난 10일 언론 공개를 시작으로 6개월 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베네치아 해변 자르디니에 위치한 일부 국가관에 긴 줄이 늘어서고, 아르세날레에서 열리는 본전시에도 관람객이 몰리기 시작하는 등 오는 13일 일반 개막을 앞두고 베네치아 전체가 현대 미술의 열기로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유럽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센터인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선임 큐레이터 크리스틴 마셀이 총감독을 맡은 올해 비엔날레는 이탈리아어로 '예술 만세'를 의미하는 '비바 아르테 비바'(Viva Arte Viva)라는 주제처럼 예술 본연에 충실하면서도 관람객에게 보다 쉽고, 친절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색채가 강한 나이지리아 출신 오쿠이 엔위저가 총감독을 맡아 다소 무겁게 느껴진 2년 전 비엔날레에 비해 정치적으로 좀 더 가볍고, 발랄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퍼포먼스를 접목하고, 참신한 공간 구성과 관객의 능동적인 참여를 늘림으로써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시도가 예전에 비해 많이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이런 경향은 올림픽처럼 각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이 전시를 꾸미는 베니스 비엔날레만의 특징인 국가관에서도 두드러졌다.

입장하려면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를 끈 독일관은 입구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대형 철제 우리에 갇힌 채 관람객을 향해 이따금씩 짖거나 으르렁거리는 검정색 도베르만 개 2마리의 위협적인 환영을 받으며 전시관에 들어가면 나치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공간이 펼쳐진다.

유리와 철제로 구성돼 있어 관람객이 발 아래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고, 아무런 제약 없이 위를 올려다볼 수 있는 이 공간을 배경으로 검정색 티셔츠와 바지를 입은 무표정한 남녀들이 긴장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벌여 관람객들을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때로는 바닥을 기어다니고, 머리를 격렬하게 흔들고, 줄을 맨 채 서로 고문하는 듯한 행위를 하고, 손질된 생닭의 날개를 맨손 또는 칼을 동원해 우악스럽게 뜯어내고, 음울한 노래를 부르는 이들의 퍼포먼스는 해석하기 나름이겠으나, 나치 학살에 대한 독일인들의 죄의식을 떠오르게 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프랑스관은 피아노와 드럼, 기타 등 다양한 악기와 대형 엠프, 나무로 된 벽면 등 완벽한 음향 시설이 구비된 스튜디오로 꾸며져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서는 11월26일까지 이어지는 비엔날레 기간 동안 클래식부터 팝음악에 이르기까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음악가들이 찾아와 녹음을 하고, 관람객들은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음악가들과 교감하게 된다.

프랑스관은 관객이 이미 짜여진 전시나 프로그램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바뀌는 환경에서 보다 생동감 있게 비엔날레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구상을 했다고 밝혔다.


벽으로 막혀 있는 여느 국가관과 달리 벽이 없이 노출된 캐나다관은 얼마 남아 있는 않은 천장과 대들보 사이로 분수 물기둥을 맹렬히 뿜어내는 모습을 선보여 호기심을 자극했다.

카지노에서 차용한 천박하고, 촌스러워 보이는 네온 사인으로 외관을 꾸며 베니스 비엔날레에 침투한 '카지노 자본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한 한국관 역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미디어아트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린치의 아르스 엘레트로니카센터의 마르틴 혼치크 전시감독은 이런 한국관에 대해 "한국관은 처음엔 '보러', 두 번째는 '읽으러' 꼭 2번 이상 방문해야 한다"며 "다른 국가관들이 혼란이 극에 달한 현재 세상에 눈을 감았다면 한국관은 이런 혼란상을 잘 비판하며 이번 비엔날레가 놓친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관이 올림픽의 단체전이라면, 올림픽의 개인전이라 할 수 있는 본전시는 51개국에서 총 120명의 작가가 초청된 가운데 전통, 주술, 기쁨과 공포, 시간과 무한 등 9개의 세부 주제로 나눠 영상, 그림, 사진, 설치 미술 등 다채로운 현대미술로 성찬을 차렸다. 관람객들은 이에 따라 취향에 맞게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비엔날레와 별도로 현재 베네치아에서는 논란을 몰고 다니는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미안 허스트의 블록버스터급 신작 전시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어 현대미술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진귀한 것들의 난파선에서 건진 보물'(Treasures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번 전시는 10년의 공백을 깬 그의 복귀전일 뿐 아니라 전시비용으로만 약 75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투입된 것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허스트의 전시는 오는 12월3일까지 팔라초 그라시, 푼타 델라 도가나 등 베네치아 시내의 주요 미술관 2곳에서 이어진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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