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부족에도 임금 안 오르는' 日수수께끼 풀리나

입력 2017-05-29 16:45  

'일손 부족에도 임금 안 오르는' 日수수께끼 풀리나

"노동시간 단축 때문"…임금 올리는 대신 야근 없애기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일본 기업들이 생산성을 높일 목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고 있는 것이 임금 상승률이 부진한 이유로 보인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실업률은 2.8%로 떨어졌고 취업률은 1990년의 정점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 구인난은 여전히 심각한 데도 오랫동안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고 있는 것은 일본 경제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의 해묵은 수수께끼였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예상보다 많은 여성이 노동시장에 뛰어들었거나, 수십년간 경기 침체가 반복된 탓에 노사가 임금을 올리거나 인상을 요구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는 등 다양한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일본은행 내부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생산성 향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을 억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본은행 금융정책회의의 최근 의사록을 보면 몇몇 의원들이 이에 동조하는 입장이었다.

수십년간 경제가 부진한 탓으로 일본 기업들의 노동력 활용에는 낭비적 요소가 있었으며 1인당 생산성을 끌어올릴 여지가 큰 상태로, 기업들이 생산성이 낮은 업무를 포기함으로써 임금 인상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은행측이 보는 시각이다.

한 금융정책위원은 일본 소매업계의 변화를 그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소매업체들이 야근에 나서는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는 대신 야근 자체를 없애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변화가 소매업종 전반으로 확대되면 경제 전반의 노동 생산성도 동반 상승한다"고 설명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은 한동안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물가 상승 속도를 늦추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생산성본부의 기우치 야스히로 선임 연구원은 일본의 노동 생산성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을 밑돌며 미국과 비교하면 60% 정도라는 것이다.

노동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생산량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아베 신조 총리 정부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기업은 업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기우치 연구원은 "생산성을 높이거나 노동시간을 단축하거나 결과는 동일하고 바로 이 점을 일본 기업들이 말해주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들은 생산성 향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한 묶음으로 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생산성 향상은 이론적으로 일본 경제 지표에서 시간당 임금이 오르는 기미를 보여줘야 한다. 다만 노동시간이 단축된다면 노동자 전체에 지급되는 임금 총액은 오르지 못함을 뜻한다.

노동자와 노조가 임금 인상 대신 노동시간 단축을 우선시한다면 구인난이 심각한 노동시장의 여건이 왜 이처럼 임금 상승률에 더디게 반영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답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일본자동차노조총연맹의 아이하라 야스노부 회장은 임금과 노동 여건, 기업의 수익성 사이에 균형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정부가 관심을 갖기 전부터 노동 형태의 개혁을 수년간 거론해왔다"고 말했다.

생산성을 통해 임금 상승률 부진을 설명하는 이론의 결함은 실제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우치 연구원은 "생산성이 개선된다는 조짐이 숫자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럼에도 일본의 노동력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점을 감안한다면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이를 타개하려는 기업들의 능력은 제한돼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결국 일본의 임금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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