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비 쏟아질까"…마른하늘·갈라진 땅·타는 농심

입력 2017-06-01 17:03  

"언제 비 쏟아질까"…마른하늘·갈라진 땅·타는 농심

'수확 포기' 불안감 확산…생활·공업용수 부족 걱정도

전국 저수율 56.2%…충남 서부·경기 남부·전남에 가뭄 대책비 166억 추가 지원

(전국종합=연합뉴스) 극심한 봄 가뭄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확산할 조짐이어서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전국 저수지의 저수율은 크게 떨어졌다. 농민들은 한해 농사를 망치지 않을까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전남 광양·곡성·구례)이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평년대비 저수율 기준 70% 미만 저수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저수지의 올해 저수율은 56.2%로 평년 72.5%에 비해 16.3% 포인트 낮아졌다.

정부는 이에 따라 1일 충남 서부와 경기 남부, 전남 해안가를 중심으로 피해 지역에 가뭄대책 지원비 166억 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일부 지역의 경우 생활·공업용수도 부족할 것으로 우려돼 인근 댐에서 물을 끌어오는 등 급수체계를 조정 중이다.

전문가들은 '물 부족 대란'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 메말라가는 땅…애타는 농심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충남지역 898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54.9%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67.4% 수준이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모내기 철인 데도 모내기를 못 하는 논이 속출하고, 오랫동안 물을 공급받지 못한 밭작물도 속수무책으로 타들어 가고 있다.

바다를 메워 농지를 만든 간척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충남농업기술원이 최근 서산간척농지 A 지구 농업용수원인 간월호 염도를 측정한 결과 4천ppm으로 영농 한계치인 2천800ppm을 크게 웃돌았다.

일부 농민은 시기를 더 미룰 수 없어 모내기를 했지만 모내기 이후 약 2주 동안 한 차례의 비도 내리지 않으면서 모가 말라죽고 있다.

홍성에서 논농사를 짓는 김진수(67) 씨는 "갓 심은 모가 말라 죽어가고 있지만 물을 구할 방법이 없다"며 "며칠 기다렸다가 비가 오지 않으면 모내기한 논을 모두 갈아엎고 다시 모를 심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충남도는 상습 가뭄 지역 37개 지구에 477억 원을 투입해 다목적 용수개발, 지표수 보강 개발, 농촌생활용수 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충남 서부지역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의 저수율은 지난달 31일 9.9%를 기록했다.

1998년 준공 후 저수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령댐은 이미 오래전 바닥을 드러냈다.

거북 등이 된 댐 바닥은 사람 손이 쑥 들어갈 정도로 갈라졌고, 군데군데 풀까지 무성하게 자랐다.

물이 가득 차 있어야 할 댐 바닥에 작은 실개천이 흘러 댐 바닥이라는 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변해버렸다.

감자 농사로 유명한 충북 옥천군 청성면은 푸석푸석 말라붙은 땅에서 감자 줄기가 누렇게 말라죽고, 한창 살이 붙어야 할 감자도 메추리 알만한 크기에서 성장을 멈췄다.

안타까운 마음에 땅속을 헤집어보지만, 흙먼지만 날릴 뿐 물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감자 농사를 짓는 김인수(61) 씨는 "40년 넘게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처럼 지독한 가뭄은 처음"이라며 "며칠 더 뙤약볕이 이어지면 수확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걱정했다.

김씨가 사는 마을에는 이 지역 3대 수원지로 꼽히는 장연저수지가 있다. 사시사철 수량이 넘쳐나던 곳인데, 올해는 극심한 가뭄 탓에 저수율이 31.8%까지 내려앉았다.

저수지 물이 흘러내리는 하천은 먼지만 풀풀 날리는 사막이 된 지 오래고, 물 공급을 받지 못한 논바닥은 쩍쩍 갈라져 어린 모가 말라죽고 있다.

가뭄이 극심해지자 옥천군은 양수기 308대를 가뭄현장에 지원하고, 소방서 도움을 받아 비상급수에도 나서고 있다.






서해5도 등 인천 섬 지역도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기상청 인천기상대에 따르면 최북단 백령도의 5월 강우량은 고작 10.2mm다. 최근 30년 평균(78.9mm)에 턱없이 못 미친다.

서해5도뿐 아니라 비교적 육지와 가까운 북도, 영흥도, 자월도, 덕적도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농업용수도 부족하다. 옹진군이 잠정 집계한 결과 상당수 농가가 모내기를 끝냈지만, 관내 11.1㏊의 논에서 아직 모를 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내기하지 못한 지역은 자월도, 영흥도, 대연평도 대진동, 백령도 중화동 등이다.

모를 냈더라도 추가로 댈 물이 부족해 논바닥에서 바닷물 염기가 올라오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옹진군은 소연평도 식수 탱크로리 운반비 1억 원, 상수도 관로 설치비 1억2천만 원, 농업 관정 개발·보수비 4억4천만 원 등 봄 가뭄과 관련한 예산 7억3천만 원을 긴급 편성했다.

국민안전처에 식수 운반비 등 총 32억 원의 특별교부세를 요청한 상태다.



◇ 공장 멈출라…공업용수도 비상

가뭄이 계속되면서 국내 3대 석유화학산업단지인 대산산업단지에 대한 공업용수 공급 차질도 우려된다.

삼성토탈, 현대오일뱅크, 호남석유화학, LG석유화학, KCC 등 5개사가 입주한 대산단지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대호호 물이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산단지 입주 기업들은 아산공업용수도를 통해 물을 공급받거나 자체 정수시설을 갖추고 대호호에서 물을 끌어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된 가뭄으로 대호호 저수율은 34.6%로 뚝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85.1%에 비해 50.5% 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평년 저수율(66%)보다는 31.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달 말이면 대산단지 공업용수 공급에 위기가 올 수 있다.



◇ 페트병 생수 등 급수로 간신히 생활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마을도 늘고 있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외곽 상수도 미공급지역인 남산·어은·반곡리 등은 10여일 전부터 식수원인 지하수 물줄기가 말라버리거나 양이 크게 줄었다.

읍사무소에서 지하수 공급이 끊긴 30여 가구에 페트병 생수 2박스씩을 긴급히 공급했지만, 변변히 씻을 물조차 없어 주민들은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반곡리 1구의 한 주민은 한 달여 전부터 조금씩 나오던 지하수가 10여일 전부터 완전히 끊겨 매번 마을 이장이 물을 실어 날라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가뭄이 계속되면 이들 지역에 페트병 생수 외에 식수차나 소방차를 통한 급수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급수지원) 대상지가 계속 퍼지고 있어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섬으로만 이뤄진 옹진군에서는 현재 대·소연평도, 대·소이작도, 승봉도, 장봉도, 소청도 등 14개 섬이 올해 4월부터 제한급수를 받고 있다.

소연평도 주민들은 물이 부족해 집에서 음식을 해먹거나 씻는 데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일부는 불가피하게 용변을 집 근처 야산에서 해결하는 실정이다. (박병기 김경태 한종구 박철홍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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