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여전한데'…접경지 시장·군수 10명 외유성 해외연수

입력 2017-07-01 10:10  

'가뭄 여전한데'…접경지 시장·군수 10명 외유성 해외연수

포천시의회…경비 맞추려 공무원 대거 동반 꼼수

시민들 "관광지 찾아다니는 구태 없어져야"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오랜 가뭄으로 농민들이 여전히 '물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군사분계선(MDL)과 접한 인천·경기·강원 접경지역 10개 시·군 단체장이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1일 접경지역 시장군수 협의회에 등에 따르면 협의회는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7일까지 8박 10일 일정으로 오스트리아, 체코, 독일 3개국을 방문하는 해외연수를 떠났다.

선진지 견학 목적의 연수에는 최문순 화천군수, 조윤길 옹진군수, 김규선 연천군수, 이현종 철원군수, 김금수 양구 부군수, 홍성호 고성부군수가 참여했다. 김준태 파주 부시장은 이날 체코로 출국했고, 유영록 김포시장은 3일 독일로 출국해 합류할 예정이다.

이밖에 각 시군 기획 담당자 등 14명이 참여했으며 강화군과 인제군은 해외연수에 참여하지 않았다.

8박 10일짜리 이 연수에는 총 9천여만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이들의 방문지역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와튼즈의 크리스털 월드, 빈의 쓰레기 소각장, 체코 망토 다리, 볼타바강변, 하멜 재래시장, 프라하 성, 성 비트 성당, 황금 소로, 천문시계탑, 까를교, 체코 최고의 맥주생산공장, 독일 목공예 명가 뮐러 마을 방문 등 관광명소 탐방이 대부분이다.

5일 독일의 헤르스펠트-로텐부르크 군청을 방문해 2시간 동안 '통일 이전 동서독 접경지역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설명을 듣는 일정과 포인트 알파 국경박물관에서 열리는 포럼이 있지만, 구색 맞추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어 천 년의 역사를 가진 바르트부르크 성 견학과 하이델베르크 고성, 거대한 술통, 대학거리, 네카강 등 명소 탐방 후 귀국한다.

이에 앞서 최성 고양시장도 '통일한국 실리콘밸리' 사업의 해외투자 유치 등을 위해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9일까지 러시아, 노르웨이, 미국을 방문 중이다.

최 시장은 러시아를 거쳐 노르웨이 오슬로로 이동해 주노르웨이 대한민국 대사 예방 및 재노르웨이 한인회 임원진과 간담회를 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노벨평화상 추진 관련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워싱턴, 뉴욕 등지에서도 통일 한국 실리콘밸리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의 주요 현안이 아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노벨평화상 추진과 시급하지 않는 실리콘밸리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설명회에 굳이 최 시장이 해외출장을 갈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포천시의회에 정종근 의장 등 시의원 8명 전원은 지난달 20일 7박 9일 일정으로 독일과 스위스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선진지 견학 목적의 연수에는 의회사무국 직원 9명과 시청 공무원 5명 등 모두 14명이 함께했다.

의원 해외 연수에 더 많은 수의 공무원이 따라 나가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시의원과 공무원 등 22명의 연수 경비는 모두 7천225만원으로, 1인당 328만원이다.

시의원 국외연수 규정상 시의원 1명에게 배정되는 여비는 250만원이다. 여비가 부족하면 해당 시의원이 자부담해야 한다. 이번 연수의 경우 시의원들이 1인당 130만원씩 자부담을 해야 한다.

시의원들이 배정된 예산으로는 여비가 부족하자 공무원들을 대거 동원하는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부분이다.

한편 김종천 포천시장도 지난달 29일부터 3박 5일 일정으로 벨라루스의 우호도시를 방문중이다.

가뭄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해외연수를 떠난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몇 차례 내린 비에도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강원도 화천군은 가뭄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화천군은 전체 면적 86.2%가 산지인 탓에 상당수 경작지가 산간지역이다. 이 때문에 화천군은 일부 마을이 상수원으로 삼고 있는 하천이 고갈 조짐을 보이자 지난달 21일부터 사내면 지역부터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간동면 방천리 파로호 인근 마을은 상황이 더 심각해 보트를 이용해 주민들이 마실 식수 배달에 나서고 있다.

파주와 포천은 가뭄이 극심하지는 않다. 그러나 물 부족으로 농사에 지장을 받고 있다.

특히 파주시에서는 지난달 3일 한 양계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상황이며 포천은 단일 지자체로는 전국에서 가장 양계농가가 많아 지난겨울 AI에 가장 큰 피해를 봤었다.

주민 이성환(46) 씨는 "최악의 가뭄으로 농민 전체가 힘들어하는데, 민심을 돌봐야 할 시장 군수들이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선 것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며 "연수를 통해 접경지역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드는데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유성(40) 씨는 "아무리 예정된 일정이라지만 최악의 가뭄이 닥친 상황 등을 고려했어야 한다"며 "목적과 취지에 맞는 연수라면 몰라도 이처럼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구태는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접경지역 시장·군수 협의회는 인천 옹진·강화, 경기 김포·파주·연천,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휴전선과 접한 10개 시·군 단체장으로 구성된 행정협의체로, 2008년부터 매년 두 차례 정기회를 열어 공동 발전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n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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