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좌 문재인과 메르켈, 다른 듯 닮은 두 정상

입력 2017-07-04 18:56  

첫 대좌 문재인과 메르켈, 다른 듯 닮은 두 정상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오는 5일 처음 대좌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다른 듯하지만 너무도 빼닮은 삶을 산 정치인이다.

양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하는 두 사람의 인생행로를 훑다 보면, 묘하게 이미지가 포개지는 기시감이 생긴다. 그만큼 다른 것 같으면서도 같은 점이 많아서 그들이 보일 '케미스트리'가 주목된다.

일단 나이부터 비슷하다. 문 대통령은 1953년 1월 24일생, 메르켈 총리는 1954년 7월 17일생이니 불과 한 살 차이다.

냉전 시절 분단국가 독일과 한국 부모세대의 선택도 이동 경로만 반대일뿐 같다. 구서독 함부르크 태생의 메르켈은 생후 몇 주일 만에 개신교 목사 아버지가 동독행을 선택하면서 사실상 동독인이 됐다. 역으로, 문재인은 부모가 흥남철수 때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온 뒤 태어나 온전히 남한 사람이 됐다. 분단의 고통, 이산가족의 아픔을 잘 이해하고 있으리라 짐작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 방문 때 '장진호 전투기념비'에서 이 전투가 흥남철수작전 성공의 힘이 됐다며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메르켈 총리 역시, 과거 자신의 정치적 후견인이던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최근 장례식에서 고인의 독일통일 공헌을 회고하며 "(서독 총리였던) 콜이 없었다면 (동독 출신인) 나 자신의 삶도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메르켈이 다른 유사한 행사에서도 종종 하는 말이다.




두 사람의 이들 언사에 짙게 밴 신념은 무엇보다, 자유의 가치에 관한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민주주의를 향한 지향도 녹아있다.

학창시절, 공부 잘하는 학생이었다는 것도 같다. 인문계 우등생 문 대통령은 결국 인권변호사가 됐고, 자연계 우등생 메르켈 총리는 물리학 박사가 됐다. 그렇다고 마냥 순응하는 속칭 '범생'이었다기보다는 종종 일탈을 꿈꾸고 항상 자유를 갈망했던 그들이었다.

젊은 날 정의감, 의협심, 행동하는 양심의 발현은 메르켈 총리보다는 문 대통령에게 어울리는 것이었다. 청년 문재인은 대학 시절 박정희 독재정권에 저항했지만, 젊은 메르켈은 그렇지 못했다. 아니, 구동독 공산체제 아래에서는 몇몇 특별한 이들을 제외하곤 그렇게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정치의 영역에서 활동가나 정치인으로 살아가게 되는 과정에서도 양인의 경험은 서로 견줄만한 구석이 많다.

1989년 구동독 자유혁명의 시기에 닥쳐 메르켈의 인생은 전변한다. 그해 10월, 공산권 붕괴 흐름을 타고 시민단체로 탄생하여 이후 정당으로 변모한 '민주출발'의 대변인이 되어 정치인의 삶을 시작한다. 지금의 메르켈은 구서독 주류 정당인 기독민주당 당수 18년차, 독일 첫 여성총리 13년차다.

문재인 역시 1980년대 많은 시국사건을 변론한 부산의 인권변호사였지만 1987년 들불처럼 일어난 전국의 민주항쟁 때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 부산본부 상임집행위원이 되면서 한층 분명한 '사실상의 정치'로 진입했다.

두 사람에게 각기 친구, 동지 또는 후견인이나 멘토 같은 운명적인 관계에 놓인 인물이 있었음도 정확하게 겹치는 포인트다. 문재인에겐 노무현이 있었고, 메르켈에겐 헬무트 콜이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손에 이끌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가 정치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콜 전 총리의 후견 아래 메르켈 총리는 여성장관, 환경장관으로서 내각에서 일하면서 정치적으로 단련됐다.

그러면서도 격정과 결기, 그리고 드라마틱한 감성의 정치와 승부사적 기질을 보인 노 전 대통령이나 콜 전 총리와 달리 이성과 인내, 합리의 리더십을 추구하려는 것 역시 비견되는 지점이다.

메르켈 총리는 7∼8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면 오는 9월 총선 앞으로 진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리 4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큰 그가 차기 집권을 마감하는 때는 2021년 가을이다. 그가, 차차기 정권 기한인 2025년까지 '독일의 완전고용 시대'를 열겠다는 담대한 계획을 내놓았다.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문 대통령의 집권이 마감되는 2022년까지 메르켈은 내내 그의 파트너가 될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을 표방하고 고용의 난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도 같은 진로를 그릴 것으로 관측된다.

1990년 통일 이래 매월 기록을 경신하는 최저 실업률, 인더스트리 4.0의 신산업혁명, 오랜 전통의 정당과 정당득표율에 정비례하는 의석 배분의 수학적 선거제도, 연립정부 구성과 운영의 누적된 경험 및 협치의 기술, 탈원전 에너지전환 주도, 그리고 통일 선배의 축적된 풍성한 노하우. 메르켈 총리와 시작하는 문 대통령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un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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