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香萬里]미국 서부개척의 이면, '도너 파티'의 비극

입력 2017-07-08 09:30  

[書香萬里]미국 서부개척의 이면, '도너 파티'의 비극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미국의 서부개척의 역사는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후인 1824~1848년, 이른바 앤드루 잭슨 대통령 시절에 본격화한다.

그러나 서부개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1846~1847년 '도너 파티'(Donner Party)의 비극은 들춰내고 싶지 않은 미국 역사의 한 단면이다.

도너 파티는 1846년 당시 멕시코 땅이던 '알타 캘리포니아' 개척에 나선 조지 도너와 제임스 리드 일행을 일컫는 말이다.

도너와 리드 가족 등 87명의 일행은 그해 4월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를 떠나 번영의 땅, 캘리포니아로 향한다. 그러나 와이오밍 주 리틀샌디 강 앞에서 이들은 운명적인 선택을 한다.

유타 주 와사츠 산맥과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 사막을 가로지르는 '해스팅 컷오프(지름길)'를 택한 것이다.

서부까지는 통상 4~6개월이 걸리는데, 연속된 사고와 실수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자 기존 루트를 제쳐놓고 가로질러 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사기꾼 랭스포드 해스팅스가 갓 개척한 이 지름길은 사실상 직접 길을 만들다시피 하면서 가야 할 정도의 험로였다.

시일이 지날수록 물과 식량은 바닥나고 내부 규율마저 무너져, 배고픔과 다툼으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해 11월 초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트러키 호수(현 도너 호수)에 이르러 폭풍설을 만난 것이다.

그나마 선두에 섰던 59명은 호수 주변에 피난처를 마련했지만, 10㎞ 떨어진 목초 지대를 지나던 후미 대열의 22명은 꼼짝없이 눈 속에 갇히고 말았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사방이 설원이었다. 소리를 지르자 마치 죽은 사람들이 부활하듯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눈 밖으로 얼굴을 쑥쑥 내밀었다."

오도 가도 못하는 가운데 눈보라가 계속되면서 눈더미는 높이가 6m에 달했다.

도너 파티의 비극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고 먹을 것이 전혀 없자 죽은 사람을 인육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외부 구조대가 구출에 나섰지만 높디높은 설원에 가로막혔고, 이듬해 4월 말에서야 마지막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었다.

구조대는 "아이들은 얼굴에 핏자국이 묻은 채로 통나무 위에 앉아 반쯤 구운 아버지의 간과 심장을 먹고 있었다. 불가에는 머리카락과 뼈, 해골이 널브러져……."

6개월에 걸친 고립으로 도너 파티 일행 중 41명은 숨졌고, 나머지 46명은 목숨을 건졌다.

신간 '천국 아래 최고의 땅'(The Best Land under Heaven)은 도너 파티의 비극을 170년 만에 다시 끄집어낸 역사서다.

미국의 영토 확장을 찬미한 1840년대 '매니페스트 데스티니(Manifest Destiny·명백한 운명) 시기, 미국이 잊고 싶고 부정하고 싶은 어두운 역사의 이면을 조명했다.

저자 마이클 월리스는 미국의 저널리스트로 '루트 66' 등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유명 역사 저술가이다.

신간은 역경에 맞선 영웅과 남을 해치는 악당처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묘사한다. 그러나 저자는 "흰색과 검정인 그늘은 없다. 회색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도너 파티의 리더였던 제임스 리드의 당시 13살 딸, 버지니아는 살아남았다. 그는 잊히지 않은 악몽을 그려낸 저서에서 말했다. "기억하라. 절대로 지름길을 택하지 말고 최대한 서둘러라"라고. (리버라이트刊·445쪽)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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