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소로스 비난전 나선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

입력 2017-07-18 16:57  

反소로스 비난전 나선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

소로스, '팔 점령 반대 단체 등에 자금지원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이스라엘이 유대인인 미국의 금융 부호 조지 소로스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소로스는 2차 대전 당시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성공한 금융사업가, 그리고 자유시장을 토대로 한 자본주의의 수용자이자 진보적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인도주의 사업가로 이스라엘의 건국 이념에 부합하는 인물이다.

이스라엘 정부가 이런 소로스를 상대로 비난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는 소로스가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현 우파 이스라엘 정부를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우파 정부가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점령과 차별, 인권 탄압 등 강경정책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를 무조건 지지해야 하는 테스트에 불합격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지적했다.

소로스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관련된 인도주의 자선활동을 기피해왔으나 지난 2008년 미국 내 유대인 단체인 'J 스트리트'에 기부하면서 이스라엘 정부 측과 연관되게 됐다.






J 스트리트는 워싱턴에 본부를 둔 평화지향 온건 이스라엘 로비 단체로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성향과는 대치되는 조직이다. 현 이스라엘 정부의 반팔레스타인 강경 정책과 거리를 두고 있다.

소로스는 또 자신의 '개방사회재단'을 통해 이스라엘 내 인권단체와 팔레스타인 점령 반대 단체 등에 후원해오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근래 정부 시책과 대치되는 이들 단체를 불법화하기 위한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이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소로스가 당연히 눈엣가시로 등장한 것이다.

지난주 네타냐후 총리가 직접 소로스 비난전에 가세했다.

소로스는 최근 출신국인 헝가리 정부와 불화로 헝가리 내에서 비난전에 시달리고 있다. 개방적인 난민 정책을 주장해 폐쇄적 난민 대책을 주장하고 있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헝가리 정부와 반대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천100만 달러(약 230억 원)를 투입한 소로스에 대한 정부 측의 비난전이 가열되면서 반유대주의로 변질할 조짐을 보이자 헝가리 내 유대인사회가 오르반총리에게 비난 캠페인 중단을 요청했으며 헝가리 주재 이스라엘 대사도 동조하고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나 앞서 자국 대사의 동조 성명과는 반대로 소로스에 대한 헝가리 정부의 비난 캠페인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소로스가 이스라엘 내 단체들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지속해서 이스라엘 민선 정부를 흔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오르반 총리는 앞서 소로스가 외부 자금을 이용해 국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있다고 비난했는데 기묘하게도 이스라엘 측 비난 내용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로스가 유럽의 한복판인 헝가리에서 홀로코스트를 초래한 근원인 인종차별주의와 반유대주의의 표적이 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그를 비난하고 나선 뻔뻔스러운 것이라고 NYT는 비판했다.

소로스 측 대변인은 오르반 총리의 공격에 대해 "2차 대전 기간 나치를 피해 부다페스트에 은신해야 했고 이후에는 난민이 됐던 소로스가 당시 유대인 난민을 거부했던 국제사회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면서 "시리아와 다른 지역의 난민에 대한 그의 공감은 이러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소로스는 또 소련 해체 이후 동구국들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함으로써 러시아로부터도 기피인물로 찍힌 상태이며 미국에서도 공화당 측으로부터 '적'으로 간주되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과 진보적 이슈를 후원하기 때문이다.

소로스의 인도주의와 보편주의는 홀로코스트 이후(포스트 홀로코스트) 유대인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으로, 아직도 흩어진 전 세계 유대인을 옛 이스라엘 영토에 모으자는 이른바 시오니즘을 고수하는 네타냐후 연립정부의 강경 민족주의와 상반되는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 정부는 갈수록 러시아나 터키, 이집트 등 권위주의 정권을 닮아가고 있으며 만약 대(大)이스라엘 운동에 도움이 된다면 전 세계 우파 민족주의 정권들의 반유대주의도 용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테러 등 해외의 유대인사회 안전에는 관심이 없다. 유대인들의 본국 이주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로스는 바로 네타냐후 총리의 이러한 프로젝트에 걸림돌이자 강력한 비판세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정체성을 동일시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전략으로 인해 최근 미국 내 유대인사회도 양분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오르반 총리의 소로스 비난을 지지하는 네타냐후 총리의 태도는 그러나 헝가리내 유대인사회를 위태롭게 할 뿐 아니라 극단적 민족주의가 태동하고 있는 유럽 대륙에서 반유대주의를 고무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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