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5천㎞] ① 첫 삽 50년 만에 37개 노선 하루 420만대 통행

입력 2017-07-31 06:58   수정 2017-07-31 07:01

[고속도로 5천㎞] ① 첫 삽 50년 만에 37개 노선 하루 420만대 통행

전국 거미줄로 묶은 '국토 대동맥'…여객수송 분담률 80% 넘어

사고 줄어도 한해 1천여명 사상…진화하는 휴게소 새풍속도 눈길

[※ 편집자 주 = 그야말로 '고속도로 시대'입니다. 최근에만 서울양양, 구리포천, 상주영천 등 3개 노선이 개통됐고 2020년까지 13개 노선이 추가로 준공될 예정입니다. 흙먼지를 날리던 신작로가 고작이던 시절, 외국 차관을 빌려 건설한 고속도로가 이제 총연장 5천㎞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올해는 국내 최초로 개통된 경인고속도로를 착공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고속도로망 확충으로 지역 간 이동 거리가 더욱 짧아져 전국이 한나절 생활권, 일일 관광권으로 묶였습니다. 국토의 대동맥이라는 표현처럼 고속도로는 국민 생활에 보이게, 때로는 보이지 않게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이에 그 현황과 의미를 살펴보고 고속도로 개통이 가져온 양면성, 대안과 과제 등을 3꼭지로 나눠 짚어봅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여기가 말로만 듣던 아우토반이구먼…"

1964년 12월 8일 오후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당시 수도 본에서 쾰른까지 가는 아우토반에 들어섰다.

전날 뤼브케 서독 대통령이 "아우토반은 독일 부흥의 상징입니다. 우리의 자랑이지요"라고 한 말이 박 전 대통령 귓가에 맴돌았다.

본에서 쾰른까지 20㎞ 구간에서 박 전 대통령은 쾰른 가는 길에 한 번, 본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번, 두 번이나 차에서 내려 노면과 중앙분리대, 교차시설, 도로 선형 등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대한민국 고속도로의 씨앗이 뿌려진 순간이었다.

서독 정부가 보내 준 루프트한자 여객기를 타야 했던 '아시아의 빈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꿈꾸던 고속도로는 그로부터 4년 뒤 현실이 됐다. 1968년 12월 최초로 경인고속도로가 완공됐다.

그 후 49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 고속도로는 총 37개 노선에 걸쳐 모두 4천695㎞에 이를 만큼 성장했다.

지구 둘레의 약 8분의 1에 가깝고 서울에서 직선으로 인도 뉴델리까지 뻗칠 만큼 길다.

고속도로를 한 해 이용하는 차만 15억대로 우리 국민이 이동하는 데 가장 중요한 루트가 됐다.




◇ 피땀으로 시작해 50년 만에 고속도로 5천㎞ 눈앞

고속도로 건설은 한국전쟁 폐허를 딛고 본격적인 경제개발계획이 수립되던 1960년대에 시작됐다.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첫해인 1967년 4월 당시 건설부가 경인고속도로 건설 타당성 조사를 시작했고 이듬해인 1968년 12월에 29.5㎞에 달하는 국내 최초 고속도로가 탄생했다.

1년 뒤인 1969년 12월에는 14㎞인 언양∼울산 고속도로가 두 번째로 뚫렸다.

우리나라 대표 도로인 경부고속도로는 1970년 7월 개통했다. 그 뒤 영동, 호남남해, 동해, 구마 등 고속도로가 1970년대에 속속 들어섰다.

1997년에 고속도로 총 길이 2천km를 돌파한 뒤 2007년 3천km, 2012년에는 4천km를 넘었고 2023년께 5천㎞를 돌파할 전망이다

우선 2020년까지 울산-함양 고속도로, 서울-문산 고속도로 등 5개 노선이 더 개통한다.

이후에도 경기도 구리에서 세종시를 연결하는 길이 129㎞의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2025년에 뚫리는 등 고속도로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2025년 이후에도 20개가 넘는 새 고속도로를 건설할 계획"이라면서 "전 국토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어디서나 한나절이면 닿을 수 있는 시대가 곧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근로자 피와 땀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특히 경부고속도로는 단군 이래 최대 국가사업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의 희생과 눈물이 배어 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에는 연인원 893만명, 장비 160여 만대가 투입됐다.

1964년 말 서독을 방문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속도 무제한의 아우토반을 보고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결심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밤과 낮, 여름과 겨울을 가리지 않은 건설현장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난 것은 당시 우리나라 토목건설 인프라를 고려했을 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1968년 2월부터 1970년 7월까지 2년 5개월간 이어진 공사에서 결국 77명이 순직했다.

개통 이듬해인 1971년 고속도로 중간지점(부산기점 248.5㎞)에 순직자 위령탑을 세웠다. 해마다 경부고속도로 개통일(7월 7일)을 전후해 위령제를 열고 있다.

◇ 오산화성 2.5㎞ 최단도로…인제양양 11㎞ 최장터널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가 415.4㎞로 가장 길고, 2009년 개통한 오산∼화성 민자고속도로가 2.5㎞로 가장 짧다.

지난해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는 15억4천여대로 하루 420만대 꼴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등록한 자동차가 2천200만대를 넘긴 데다 2023년께 고속도로 길이가 총 5천㎞를 돌파하게 되면 연간 통행량은 20억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여객수송 분담률은 2011년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80%를 넘겨 철도 등과 비교해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긴 터널은 서울양양선 인제양양 터널로 10.965㎞다. 가장 짧은 건 동해선 노학터널로 30m다.

1968년 건설한 경부선 금곡교(74.9m)와 영덕교(70.0m), 1969년 뚫은 경부선 경주터널(152.0m)은 가장 오래된 교량, 터널로서 5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건재하다.

작년에 교통법규 위반 행위 신고가 가장 많은 구간은 서울외곽순환도로 일산방향 88.0㎞∼88.3㎞(300m) 이고 총 644건이 접수됐다.

교통사고는 2000년 3천910건이 발생해 569명이 사망하고 2천845명이 다쳤다. 2015년에는 2천251건이 일어나 223명이 숨지고 1천54명이 다치는 등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 싸구려 쉼터서 맛집·체험장으로…휴게소 대변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도 했듯이 고속도로 발전사에서 휴게소의 진화를 빼놓을 수 없다.

경부선 추풍령 휴게소를 시작으로 현재 우리나라 고속도로에는 한국도로공사(도공)가 관리하는 191개를 포함해 210여개 휴게소가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그 이름처럼 그저 쉬었다 가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그 자체가 쉼터 겸 관광지 수준으로 변모했다.

동해선 동해휴게소 앞에는 탁 트인 바다가 있고, 중부선 이천휴게소는 1970년대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 있어 여행객 발길을 잡는다.

전주광양선 오수휴게소는 임실군 치즈만들기 체험장이 있고, 영동선 문막휴게소에는 LED 기술을 활용해 밤하늘 별자리를 구현해 놓았다.

먹거리도 고속도로 맛집 리스트가 회자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도공이 최근 들어 해마다 고객과 전문가 평가를 바탕으로 '고속도로 휴게소 대표음식 EX-FOOD' 10개를 선정해 발표하고 있는데 고객 반응이 뜨겁다.

최근에는 대전통영고속도로 인삼랜드휴게소 인삼갈비탕, 순천완주고속도로 오수휴게소 임실치즈 철판비빔밥, 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 명품닭개장 등이 호평을 받았다.

yongm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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