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F 블록버스터 '발레리안' 들고 한국 찾는 뤽 베송

입력 2017-08-15 08:00  

[인터뷰] SF 블록버스터 '발레리안' 들고 한국 찾는 뤽 베송

프랑스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 2천700억원 투입…"흥행 스트레스는 전혀 없다"

"한국에 좋은 연기학교 있나?…배우들 연기 매우 깊고, 뭐든지 열심히 배워"

"한국관객, 내겐 스티븐 스필버그…그가 내 영화 칭찬하면 매우 큰 의미인 것처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는 영화가 태동한 본고장임에도 할리우드 군단에 밀려 상업영화에서 이렇다 할 흥행감독이 없었지만, 뤽 베송(58)이라는 걸출한 이 감독만은 예외다.

한국의 30대 후반에서 40∼50대 초반까지, 19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세대에게 뤽 베송이라는 이름은 '레옹'과 '제5원소'의 연출자로 오래 기억에 남아있다.

주로 미국 배우들을 캐스팅해 영화를 제작하고는 있지만, 뤽 베송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주류 할리우드 상업영화와는 결이 다른 특별한 매력으로 꾸준히 인기를 누려왔다.

그 매력의 비결은 무엇일까. 뤽 베송 감독은 "필름메이커가 아닌 아티스트를 지향하기 때문"라고 우문현답을 했다.

지난 7월 4일 베송이 제작자인 아내(비르지니 베송)와 함께 2012년 거액을 들여 오픈한 파리 근교 생드니의 초대형 스튜디오 '시테 뒤 시네마'에서 '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이하 '발레리안') 시사를 한 뒤 이튿날 같은 장소에서 그를 1대 1로 인터뷰했다.

'발레리안'은 프랑스 영화 사상 최대규모인 제작비 1억9천700만 유로(2천700억원 상당)이 들어간 대작으로, 3년간 투입된 컴퓨터그래픽 전문가만 2천 명에 이른다.

28세기 미래를 배경으로 우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시공간을 이동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발레리안(데인 드한)과 로렐린(카라 델레바인)의 이야기를 다룬 SF 액션 블록버스터다.

영화 '루시'에서 최민식을 출연시켰던 베송은 "캐스팅 전에 최민식이 출연한 모든 작품을 봤다"면서 한국의 훌륭한 배우 풀과 한국 영화팬의 까다로운 감식안이 한국영화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이미 고전이 된 '제5원소' 이후 20년 만에 다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대작 '발레리안'을 들고 오는 22일 내한하는 베송과 미리 만나 나눈 얘기들을 한국 개봉일(8월 30일)을 앞두고 소개한다.

다음은 뤽 베송과의 문답.




-- 제작비가 천문학적으로 들어갔는데 상업적 성공에 대한 부담은 없나.

▲ 전혀 없다. 이런 말을 해도 사람들이 안 믿는 게 웃기다. 나는 오직 좋은 영화를 어떻게 만드느냐로만 스트레스받는다. 연출을 마치면 감독이 어찌할 수 있는 게 없다. 나는 내가 만드는 영화에 책임이 있을 뿐 흥행은 나를 벗어난 일이다. 흥행하면 좋은 거고 아니면 좀 슬픈 거고.

'제5원소'가 미국에서 개봉했을 때 큰 흥행을 하지 못했지만 20년 뒤에는 다시 찾는 고전이 됐다. 지금 봐라. '제5원소'를 1천 명 관객을 모아놓고 야외에서 재상영한다. 20년 전보다 지금 관객이 더 많다. 과연 무엇을 성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 극 중 '버블' 역을 맡은 가수 리아나의 존재감이 눈에 띄었다. 짧게 등장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이다. 영화 출연 경험이 없는 톱스타 가수인데, 연기자로서의 잠재력을 어떻게 끌어낸 건가.

▲ 그녀가 스타이거나 인기가수여서 캐스팅한 게 아니라 역할에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극 중 '버블'은 진정한 아티스트인데 리아나가 이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그녀가 처음 세트장에 왔을 때 느낌은 초보자처럼 보여서 세트에서 개인 스태프나 매니저의 접근을 철저히 제한했다.

리아나가 가수나 스타가 아닌 오직 배우로서 행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줬고 그것이 '버블'의 복잡한 감정을 잡는 데 도움이 됐다. 리아나의 연기는 모든 게 자연스럽고 정상적이었다.

(※발레리안의 제작노트에서 베송은 "리아나가 '난 슈퍼스타예요. 이 앵글에서는 찍지 마세요'라고 했다면 내가 뭘 할 수 있었겠나. 하지만 그녀는 '나는 연기 초보에요. 좋은 분께 배우고 싶어요'라고 했고, 내 연기지도를 잘 따랐다. 그녀와 함께 일하는 게 꽤 즐거웠다"고 말했다)


-- 원작이 프랑스의 동명의 만화(1967년작)인데, 영화화를 언제 어떻게 결심했나.

▲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20년 전 '제5원소'를 만들 때 발레리안의 원작자인 장클로드 메지에르와 함께 일했는데 그가 내게 "왜 이렇게 어리석어? 발레리안을 영화로 안 만들고?"라고 한 적이 있다. 그땐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래서 다시 발레리안을 찾아봤다. 등장하는 수많은 외계인과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어려서 좋아했던 만화지만 기술적으로 영화화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그때는 배짱과 인내심은 물론 경험도 부족했다. 한마디로 준비가 안 됐었다. 그래서 오래 기다렸다. 품었던 생각들과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7년 전쯤 '오케이 한번 생각해 보자'하는 생각이 들었고, 3년 전에야 '이제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 당신의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미지의 타자들을 두려워하면서도 포용하는,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도 읽힌다. 철학자가 많은 프랑스 출신이라 그런가. 영향을 받은 사상가나 작가가 혹시 있다면.

▲ 내가 열여덟 소년도 아니고 쉰이 훨씬 넘었다. 살아오면서 숱한 전투를 겪었다. 싸움에서 이기기도 했고 패하기도 했고, 환멸을 느끼기도 했다. 내 영화철학은 책에서 오기보다는 내가 만난 사람들과 내가 선 땅에서 살아오면서 만들어졌다.

-- 다른 감독들의 작품들을 많이 보나. 어떤 감독을 좋아하나.

▲ 물론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 '봐야겠다'는 영화는 있지만, 다른 감독들의 '작품'을 보러 가는 것은 아니다. 그냥 영화가 좋을 뿐.

좋아하는 감독이라면…리스크를 감수하고 아무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얘기를 하는 감독이 좋다. 스튜디오에 고용돼서 제작자가 시키는 이것저것 영화에 욱여넣고 제작이 끝나면 누가 감독을 했는지 기억에도 남지 않는 그런 '필름메이커'는 싫다. 아티스트가 좋다.

-- 얘기를 한국으로 옮겨보자. '루시'(2014년)에서 최민식을 캐스팅했는데, 그를 기억하나.

▲ 물론. 어떻게 그를 잊을 수 있나. 최민식을 캐스팅하기 전에 그가 출연한 영화를 모두 다 봤다.

-- 한국 배우들 어떤가. 요새 할리우드 진출도 많이 한다. 다음 작품에 캐스팅할 의향이 있나.

▲ 나는 국적으로 배우를 고려하지 않는다. 프랑스인이건 한국인이건 상관없고 그 역할에 누가 최선인지만 중요하다. '루시'에서 최민식의 역은 극악무도한 인물이었다. 그가 한국인이라 고른 게 아니라 그가 매우 훌륭했기 때문에 택했다.

(※베송은 최민식을 회상하며 즐겁다는 듯 '히히히'하는 특유의 아이 같은 웃음소리를 냈다.)

그래도 한국 배우의 특징을 얘기하자면, 매우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술집에 앉아 노닥거리는 게 아니라 항상 연기 레슨을 받고 노래·스포츠·발성을 끊임없이 연습한다. 잘 모르지만, 한국에 훌륭한 드라마스쿨들이 많은가? 연기가 매우 깊고 좋다. 한국은 좋은 배우 풀을 가진 나라다.




-- 한국팬을 곧 직접 만나겠지만, 미리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한국을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다. 한국의 영화팬들은 매우 특별하고 식견이 높아서 그들에게 아무 작품이나 팔 수 없다. 한국 관객은 아주 까다로워서 내겐 큰 도전이다. 어서 반응을 살피고 싶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한국의 관객이 내 영화가 좋다고 하면 내겐 뜻깊다. 예를 들어보자. 내 어머니에게 내 영화를 보여드리면 좋다고 하는데, 사실 내게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영화를 보여주고서 그가 "잘 만들었네. 축하해"라고 한다면 엄청난 의미다. 한국의 영화팬들은 내게 그런 존재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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