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香萬里] 푸틴의 반격, 신냉전은 어떻게 왔나

입력 2017-08-19 09:30  

[書香萬里] 푸틴의 반격, 신냉전은 어떻게 왔나

소련해체후 기대저버린 러시아의 '反서방' 추적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1991년 구(舊)소련 붕괴 이후 서방은 민주적이고 협력적 파트너로서의 러시아에 대한 기대가 컸다.

소련 해체 5년 뒤인 1996년 보리스 옐친 러시아 초대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 국민은 단호한 목소리로 민주주의를 선택했고 민주주의와 자유경제를 위해 그들이 이룩한 놀랄만한 전진에 대해 칭찬을 받을 만하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런 서방의 기대는 산산이 조각났다.

특히 '스트롱맨'으로 불리며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 체제에서 러시아는 노골적으로 힘을 과시하며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릅쓰고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내전에 개입해 동부지역 분리주의 반군들을 지원하고 있다. 러시아가 옛 구소련 지역을 넘보면서 위기를 느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러시아 간에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도 적극 개입해 군사력을 과시하는 한편, 지난해 해킹 등을 통해 미국 대선에 개입하거나 개입을 시도해 미국 정계에 '정치적 폭탄'을 안겼다.

영국 선데이타임스의 국제 부문 에디터인 피터 콘라디는 최근 발간한 저서 '후 로스트 러시아(WHO LOST RUSSIA, 누가 러시아를 잃었나)? 세계는 어떻게 신냉전에 들어갔나'에서 서방의 기대와 반대로 잠재적 협력 파트너가 아닌 왜 적이 됐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추적을 시도했다.

저자는 러시아를 서방의 동맹체제로 견인하지 못하고 국경에 적대적 군사 태세를 유지한 미국에 책임이 있는지, 아니면 소련 붕괴 이후 힘을 상실한 스스로의 지위를 수용하지 못한 러시아에 잘못이 있는지 도전적 질문을 던졌다.

푸틴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에 가장 먼저 위로 전화를 걸었던 외국 정상이다. 그는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서방측에서는 여전히 냉전적 사고가 남아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푸틴은 주요 '주범'으로 나토를 꼽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푸틴으로서는 나토의 동유럽으로의 확장은 러시아를 봉쇄하려는 '증거물 1호'였고, 2004년 우크라이나 대선이 이런 인식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2004년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총리가 유럽연합(EU) 및 나토로의 통합을 옹호하는 야당 후보 빅토르 유시첸코 후보를 눌렀지만, 부정선거 시비가 일면서 재투표를 통해 유시첸코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러시아는 이 같은 '오렌지 혁명'의 배후에는 미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봤다.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궤도(세력권)'으로부터 떼어내려 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저자는 "오렌지 혁명이 미국과 서방에 대한 푸틴의 판단에 중대 분기점이 됐다"고 해석했다.

야누코비치는 2010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 재기했지만 2013년 말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 연기로 촉발된 유럽화 노선 지지자들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결국 2014년 2월 실각했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 해 3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합병을 전격 단행하는 한편, 이를 통해 국내적으로 탄탄한 지지 기반을 다졌다.

푸틴은 2000~2008년 대통령직을 연임하고 4년 동안 총리로 물러났다가 2012년 6년으로 늘어난 세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으며, 내년 3월로 예정된 대선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것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저자는 러시아의 시리아 사태 개입도 다뤘다.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 실시한 폭격이 대규모 난민의 유럽행을 촉발한 것과 관련, 저자는 "푸틴이 계획한 것인지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현시점에서 유럽의 통합을 약화시킨 것은 러시아의 지정학적 이해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사태로 유럽으로 대규모 유입된 난민 문제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원인의 하나가 됐고, 이는 결국 유럽연합의 결속을 이완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적극적인 시리아 사태 개입에 이 같은 전략적 속셈이 담겨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래 역사가들은 '누가 러시아를 잃었나(who lost Russia?)'가 아니라 '누가 유럽을 잃었나(who lost Europe)'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원월드. 370쪽.






lkw777@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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