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대신 축구로 희망"…韓서 국제전 데뷔하는 남수단 유소년팀

입력 2017-08-20 09:00  

"총 대신 축구로 희망"…韓서 국제전 데뷔하는 남수단 유소년팀

24일 중등축구연맹 주최 국제 대회 참석 위해 한국 방문

헤진 축구화 신고 맹훈련…"반드시 골 넣어 국민에게 용기 주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드로그바같이 훌륭한 선수가 돼서 우리나라에서도 부족 간에 싸움하는 것을 그만두게 하고 싶어요."

남수단공화국의 15세 이하(U-15) 유소년 축구대표팀 수비수 지노 루이스(15)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노는 한국 중등축구연맹의 주최로 이달 26일부터 경북 영덕에서 열리는 국제 축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다른 대표 선수 15명과 함께 24일 한국을 찾는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팀들을 비롯해 말라가(스페인), 프랑크푸르트(독일),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 등 세계적인 유소년 클럽에서 뛰고 있는 청소년들이 대거 모인다.

남수단은 지난해 주최 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참가 자격을 얻었다.

남수단의 유소년 축구대표팀이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남수단에서 성인도 아닌 유소년팀이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남수단은 수단과의 오랜 분쟁 끝에 2011년 7월 독립했지만,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갈등으로 아직도 총성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른들이 전쟁터로 내몰리는 것은 물론, 어린아이들마저 소년병으로 끌려가는 일도 허다하다.

지노도 전쟁 중에 아버지를 잃었다. 그의 어머니는 길거리에서 땅콩과 바나나, 도넛을 팔아 막내 지노를 포함한 다섯 남매를 키우고 있다.

지노가 말 한마디로 조국 코트디부아르의 내전을 멈추게 한 아프리카의 축구 영웅 디디에 드로그바를 롤 모델로 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노 뿐만아니라 남수단 유소년 대표팀의 다른 선수들도 그칠 줄 모르는 전쟁과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낡은 축구화를 신고 바람 빠진 플라스틱 공을 차면서도 축구에 대한 열정을 저버리지 않고 있다. 한 선수는 최종 엔트리에 선발돼 맹훈련했지만 말라리아에 걸려 눈물을 머금고 출전을 포기하기도 했다.






남수단 유소년 대표팀의 이번 국제 대회 참가도 주최 측이 임흥세 남수단 축구대표팀 감독을 통해 이 같은 사연을 전해 듣고 초청장을 보내 성사됐다.

주최 측과 스켈리도재단, 이태석신부재단 등이 선수단 항공료를 부담하고, 한국체육진흥공단이 숙소를 제공하기로 했다.

체육진흥공단은 선수들을 위해 축구화와 축구공을 현지로 보냈고, 호주의 AMS사와 스켈리도 재단이 유니폼과 운동복을 지원했다. 김기춘 남수단 한인회장도 후방에서 여러 도움을 줬다.

남수단 축구대표팀과 유소년팀 사령탑을 맡은 임흥세 감독은 "축구화나 운동복 한 벌 제대로 구할 수가 없는 곳인데, 많은 도움을 받아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돼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계기를 통해 남수단 아이들이 희망을 품기를 바란다"며 "축구를 통해 평화를 전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태어나 처음 외국 땅을 밟게 될 선수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제2의 호나우두를 꿈꾸는 대표팀 공격수 도미니크 안조(15)는 한국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꼭 골을 넣어 실의에 빠진 우리 국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gogo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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