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희 "암투병 조동진, 자존감 키워준 자랑스러운 오빠"

입력 2017-08-24 11:03   수정 2017-08-24 17:29

조동희 "암투병 조동진, 자존감 키워준 자랑스러운 오빠"

조동진, 13년 만에 콘서트…9월 푸른곰팡이 뮤지션들과 연합 공연

사진작가 김중만 수술비 지원 등 동료들도 쾌유 빌어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싱어송라이터 조동희(44)는 요즘 인도 전통 현악기 시타르(Sitar)를 연습한다.

다음 달 16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릴 '꿈의 작업 2017-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 공연에서 큰 오빠 조동진(70)의 곡 '그'를 시타르를 연주하며 노래할 생각이다.

"오빠가 '그'란 노래에서 시타르를 연상시키는 사운드를 넣었어요. 오빠가 '실제 시타르로 연주하면 멋있겠다'고 해 연습을 많이 하려고요. 이 노래 속 '그'는 제게 조동진으로 오빠에게 바치는 노래가 될 겁니다."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는 최근 방광암 투병 소식이 알려진 조동진과 레이블 푸른곰팡이 뮤지션들의 연합 공연이다. 푸른곰팡이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대부' 조동진이 1990년대 이끌던 음악공동체 하나음악 출신들이 다시 모인 레이블이다.

조동희는 지난 6월 말부터 푸른곰팡이의 대표를 맡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만난 그는 "선배들이 많아 내가 할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후배들이 생겨 '허리'급이 됐다"며 "지금 맡으면 선후배 간 소통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주위 말씀에 마음이 흔들려 난생처음 명함을 팠다"고 말했다.





◇ 하나음악 뮤지션들 20년 만에 한자리…장필순·한동준 등 11팀

이번 공연은 조동진이 2004년 서울 LG아트센터 공연 이후 13년 만에 서는 무대다. 그를 필두로 장필순, 한동준, 더버드, 박용준, 조동희, 이규호, 정혜선, 오소영, 소히, 새의전부, 오늘 등 11팀이 출연하며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게스트로 오른다. 동아기획-하나음악-푸른곰팡이로 이어진 뮤지션들이 완전체로 모이는 것은 조동진의 1998년 공연 '98 꿈의 작업-자연을 닮은 사람들의 노래' 이후 20년 만이다. 그가 방광암 4기 진단을 받고도 무대에 오르기로 하자 후배나 관객들에게 더없이 애틋한 자리가 됐다. 포스터에는 '지금 아니면 또 언제 올지 모를 하나의 공연'이란 문구가 붙었다.

조동희는 "오빠가 워낙 유머가 많은 분이고, 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주위 사람들을 다독이니 더 마음이 아프다"며 "쾌유를 위해 마음을 써 주시는 분들이 많아 모두 의욕적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조동진을 이대로 지켜볼 순 없다'며 오랜 지기인 사진작가 김중만 등이 발 벗고 나섰다. 김중만은 평소 사진전 수익을 기부하던 고려대학교 병원의 협조를 얻어 조동진의 수술비를 지원하기로 했고 이장희,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정원영 등의 뮤지션들도 '무엇이든 도움이 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한다. 이번 공연 수익금도 그의 치료비로 쓰일 것이란 소식에 업계 관계자들이 직접 티켓을 구매하며 쾌유를 빌고 있다.






이러한 마음이 모이는 것은 조동진의 음악 궤적에서 비롯된다.

그는 1979년 '행복한 사람'이 담긴 1집을 시작으로 '나뭇잎 사이로', '제비꽃' 등 자연주의적인 시어, 관조적인 시선, 고독하면서도 포근한 선율로 잔향이 짙은 음악을 들려줬다. 언더그라운드에서 공력을 다지며 이장희, 김세환, 양희은 등의 명곡을 만들어냈고 후배들의 뒤편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며 '조동진 사단'을 이뤘다.

조동희에게도 오빠는 그런 존재였다. 그는 오빠들인 조동진과 조동익의 음악을 듣고 자랐다.

"아주 어린 시절 전축이 있을 때, 집에는 조동진 1집과 차이콥스키 앨범 1장밖에 없었어요. 차이콥스키는 어려우니 조동진 1집만 들었죠. 그런데 오빠의 노래는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어요. 7살인데도 '긴긴 다리 위에 저녁해 걸릴 때면' 같은 회화적인 노래를 듣다 보면 상상력이 일었죠. 고교 시절에는 동익 오빠의 '어떤날' 음악을 들었고요."

그는 이어 "오빠들은 나에게 자존감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줬다"며 "자랑스러웠고 나도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 음악을 가르쳐준 적은 없지만 어떻게 음악을 해야 좋은 방향인지 얘기해줬다. 아버지(영화감독 故 조긍하)와 오빠들의 명성에 해가 될까 봐 조심하고 살았지만, 그 덕분에 내가 한 길을 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조동희 9월 싱글 '라디오' 발표…조동진 아들 편곡 참여

이번 공연에서는 조동진의 1~5집을 리마스터링한 박스 세트도 1천 장 한정판으로 만날 수 있다. 6장의 CD에 전곡 악보집과 사진집, 가사집, 평론가와 문학가들의 비평집이 함께 실린다. 시인 나희덕, 문학평론가 황현산, 음악평론가 신현준,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리더이자 시인인 성기완 등이 조동진의 음악과 문학적인 영향을 조명했다.

박스 세트의 악보집까지 일일이 챙기며 경황이 없는 중에도 조동희는 9월 선보일 싱글 '라디오'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는 이 곡을 '80년대', '90년대', '00년대' 등 세 버전으로 작업했다. 그 시절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시그니처 사운드로 편곡해 각기 멋이 있다.







그중 '00년대' 버전은 조동진의 둘째 아들인 조카 조승구가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으로 편곡해 몽환적인 조동희의 음색을 살렸다. 또 조동익은 '90년대' 버전의 믹싱과 마스터링을 맡았다.

아들이 편곡한 버전을 들은 조동진은 병원에 동행한 조동희에게 "곡과 가사가 좋고 노래도 잘했다"고 칭찬하며 "네 목소리는 통기타 소리보다 세련된 EDM과 잘 어울린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동진 오빠가 칭찬하고 조카가 '대박'이라고 해주니 뿌듯했어요. 오빠 칭찬을 평소 듣긴 어렵거든요."

뮤직비디오도 각 버전에 맞춰 세 편을 준비 중이다. 노래를 듣고서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의 전인환 감독이 '80년대', '너는 내 운명'의 성승택 촬영 감독이 '90년대'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따뜻하게 마음을 나눠주는 분들이 있어 동진 오빠의 말처럼 '조용히 힘차게' 노래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다"며 "10월에는 발라드 '애틋하다'를 준비하고 있다. 김세훈·김승환 감독이 제주의 바다를 드론으로 촬영해 뮤직비디오를 선물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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