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발사체 정체는?…한미평가 방사포·탄도미사일로 엇갈려

입력 2017-08-26 16:23   수정 2017-08-26 20:11

北 발사체 정체는?…한미평가 방사포·탄도미사일로 엇갈려

靑 "300㎜ 방사포 추정"…美 태평양사 "탄도미사일"

정부, 北탄도미사일 발사때 발표해온 규탄 성명·논평 아직 안 내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26일 쏜 단거리 발사체에 관해 한미 양국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북한이 오늘 발사한 불상의 발사체는 현재로서는 개량된 300mm 방사포(대구경 다연장포·Multiple Rocket Launcher)로 추정되나 정확한 특성과 재원에 대해서는 군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의 이번 발사체 발사에 관해 "초기 분석 결과는 3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three short-range ballistic missile launches)"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쏜 것을 청와대는 300㎜ 방사포 포탄으로 추정한 반면,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판단한 것이다.

청와대와 미국 태평양사령부 모두 초기 분석 결과라는 점을 전제로 여지를 남겼지만, 비중을 어디에 두느냐에서 차이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경우 기자들과 만나 '미사일'이라는 표현을 써 미국에 가까운 평가를 내놨다.

300㎜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사거리는 큰 차이가 없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무기체계다.

탄도미사일은 수백㎏ 무게의 탄두를 장착하고 로켓 엔진의 추진력으로 비행하는 발사체로, 일정 높이에서 추진제 연소가 끝나고 자유 비행으로 표적에 떨어져 넓은 영역을 파괴한다.

포물선에 가까운 궤적을 그리기 때문에 사거리 약 300㎞만 돼도 성층권을 넘어 80㎞ 고도까지 올라간다.

이와는 달리, 포탄은 탄두 무게가 비교적 가벼워 파괴력도 작다. 탄도미사일이 넓은 지역을 파괴한다면 포탄은 특정 표적을 파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포탄은 표적에 떨어질 때까지 엔진 추진제가 연소해 비행 궤적도 탄도미사일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이번 발사체 발사에 관해 한미 양국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선임분석관은 "탄도미사일과 포탄은 비행 궤적이 분명히 다르다"라며 "발사체의 레이더 빔 반사 면적(RCS)이 작아 비행 궤적을 제대로 탐지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이번 발사체 발사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발사체 발사를 앞두고 발사대를 배치하는 등 움직임을 포착하면 발사체의 종류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300㎜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모두 차량형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되지만, 이동식 발사대의 모양과 크기, 발사관을 세우는 방식 등은 다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기만전술을 펼쳐 한미 군 당국의 판단을 흐려놨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기만전술로 한미 군이 북한 발사체의 정체를 잘못 판단하게 한 다음, 공식 매체를 통해 발사체가 무엇인지 공개해 한미 군을 당혹스럽게 한 적이 종종 있었다. 한미 군 당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이번에 쏜 게 탄도미사일이냐 포탄이냐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응 수위도 달라질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금지하고 있어 탄도미사일 발사는 제재 위반이지만, 포탄 발사는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미국 국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면서 대화를 위한 조건의 하나로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을 거론했다.

우리 군은 북한이 이번에 쏜 발사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이번 발사체 발사를 정밀 분석 중"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미 군 당국이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때마다 규탄하는 내용을 담아 '정부', '외교부', '외교부 대변인' 등 명의로 발표해온 성명이나 논평을 이번 발사체 발사로부터 9시간 이상 경과한 이날 오후 4시 현재까지 내지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26일 오전 입국하면서 취재진으로부터 코멘트를 요구받자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기간에 도발이 자행된 만큼 더욱 더 우리의 방위·경계 태세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논의를 NSC(국가안보회의)에서 한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을 뿐 규탄하는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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