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에게 말 돌려준 관리 기린 '팔마비'는 적폐청산 청렴비

입력 2017-08-30 10:51  

백성에게 말 돌려준 관리 기린 '팔마비'는 적폐청산 청렴비

송덕비로 알려진 순천 '팔마비' 의미 재조명…"적폐청산으로 기려야"

순천시의회 토론회 개최…역사 바로잡기 나서

(순천=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말이야 개경까지만 타고 갈 수 있으면 되는데 굳이 좋은 말을 골라서 무엇하겠는가?"

고려 시대 지금의 순천인 승평부사(昇平府使)로 임기를 마친 최석은 고을 사람들이 말을 바치려 하자 이렇게 말하며 거절했다.

당시 승평부에서는 백성들이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부사에게 8마리, 법률 자문을 맡은 관리에게는 말 6마리를 바치는 관례가 있었다.

최석이 임기를 마치자 주민들은 관례대로 좋은 말을 고르라고 했지만 최석은 주민들의 제안을 사양했다.

돌려준 말을 주민들이 받으려 하지 않자 최석은 "내가 고을의 수령으로 있을 때 내 말이 새끼를 낳았길래 데려왔는데 이는 나의 탐욕이다"며 "너희가 그러한 나의 탐욕을 알고서 겉으로 사양하는 것인가?"라며 갖고 있던 망아지까지 주민에게 내주었다.

이때부터 백성들이 관리들에게 말을 바치던 폐단은 사라졌으며 주민들은 이를 기려 '팔마비'(八馬碑)를 세워 덕을 기렸다.






송덕비로 세워진 팔마비는 정유재란 때 불에 타 없어졌으나 1617년 순천부사였던 이수광(1563∼1628)에 의해 순천시 영동 옛 승주군청 앞 도로에 재건됐다.

이수광은 동국여지승람을 읽다 최석의 팔마비에 대한 글을 읽고 그를 사모했다.

이수광은 최석의 팔마비는 없어졌지만, 마을 사람들의 입을 통해 비의 존재가 내려온 것에 주목하고 비를 다시 세웠다.

팔마비를 세운 이수광은 승평지에 남긴 글에서 "앞으로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 중 청렴한 자는 흔연히 공경하여 더욱 그 지조를 지키는 데 힘쓸 것이며 탐욕한 자는 크게 마음을 깨우쳐 불선(不善)한 마음을 고치려 할 것이다"며 "이 비석을 세우는 것이 벼슬아치들의 본보기가 될 뿐만 아니라 풍속과 기강에 관계됨이 또한 중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광이 세운 팔마비(전남도 지방유형문화재 제76호)가 최석 부사의 선정을 기리는 송덕비를 넘어 과거의 나쁜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적폐청산비'로 의미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순천시의회는 30일 오후 순천시청 대회의실에서 '팔마비 및 팔마정신 재조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최인선 순천대 교수가 '순천의 팔마비와 그 의미'에 대해 발제했고 신민호 순천시의원이 '적폐청산의 시대정신을 간직한 팔마비 및 팔마정신은 국보로 지정되어야 한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장채열 전남동부지역사회 연구소장이 '팔마 정신의 계승을 위한 소고(小考)'를, 복성고 1학년 김정민 학생이 '공직자의 표상으로 삼아야 할 팔마비'에 대해 발표했다.

임종기 순천시의회 의장은 "400여년전 이수광이 순천부사로 부임해 세운 팔마비는 단순한 선정비가 아닌 후세 목민관들이 과거의 나쁜 관행을 없애야 하는 숭고한 뜻을 담은 '적폐청산비'라 할 수 있다"며 "적폐청산을 담은 '팔마정신'을 국가무형문화재뿐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정신문화 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토론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최인선 순천대 교수는 "팔마비는 순천 지방관들로 하여금 그들의 처신을 규율하는 엄정한 좌표가 되었고 고을 사람들 편에 서서 위민행정을 펼치는데 영향을 줬다"며 "순천 팔마비의 역사 속에는 지방관의 공직 윤리와 함께 맑고 깨끗한 고을 정신이 조화를 이룬, 이중주적 역사성이 배어 있다"고 강조했다.

minu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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