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대선 무효' 판결로 아프리카서 전자선거시스템 유효성 논란

입력 2017-09-08 00:37  

'케냐대선 무효' 판결로 아프리카서 전자선거시스템 유효성 논란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지난달 8일 치른 케냐 대선 결과가 무효로 판결 나고서 전문가들 사이에 전자선거 시스템에 대한 유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점점 많은 수의 아프리카 국가가 케냐처럼 유권자 생체인식 등록이나 투표결과 전송 등 디지털 선거 시스템을 전면적 혹은 부분적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과연 디지털 기술이 선거에서 전통적인 용지 사용 방식을 대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면서다.

앞서 서아프리카 가나는 2012년과 2016년 치른 선거에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확대했고, 남부의 나미비아는 지난 2014년 선거에서 소위 '전자선거(e-vote)'로 불리는 디지털 시스템을 전격 도입했다.

내년에 대선이 예정된 짐바브웨도 생체인식 유권자 등록시스템의 도입을 검토 중이며, 보츠와나와 나이지리아는 2019년 대선에서 전자시스템의 전면적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케냐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디지털 선거 시스템의 도입을 망설이게 될 것이라고 AFP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케냐에서는 지난 2013년 선거 때도 유권자 인식 장비 및 투표결과 전송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선관위가 수작업에 의한 개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야당이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4년 뒤 치른 지난 8월 선거에서 유권자 인식용 태블릿 컴퓨터와 전송 시스템이 원활히 작동했으나 야권연합의 라일라 오딩가 후보 측은 선관위 전산시스템이 해킹당해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케냐 대법원은 지난 1일 투표결과 전송 과정에 변칙과 불법이 있었다며 이번 대선을 무효로 하고 60일 이내에 재선거를 치르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른 구체적인 내용이 이달 22일까지 공표되면 이번 대선 결과가 전산상 오류인지 고의적 조작인지 밝혀질 예정이다.

프랑스 국립 컴퓨터과학 및 응용수학연구소(Inria)의 스티브 크레머 박사는 비밀투표 보장과 투표결과에 대한 일관성 유지 외에도 민주적인 선거를 보장하는 길은 유권자들과 합의된 방식의 시스템 채택에 의한 선거 투명성 확보라고 강조했다.

크레머 박사는 "독일은 투명성 보장이 어렵고 헌법에 반한다는 이유로 전자투표제도를 금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케냐에서도 대법원 판사들을 비롯해 신문사 편집자들, 법조인들, 그리고 유권자들은 '서버'나 '로그', '알고리즘' 등 전산 용어들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무더기 투표용지 투입이나 기표용지 변경 등에 의한 전통적인 방식의 선거 조작보다 이해하기 힘든 전산 조작 가능성에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케냐 선거를 참관한 국제선거감시단도 야권연합의 컴퓨터 해킹 주장에 대해 전문성 부족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선거감시단의 마리에체 스카케 단장은 "중요한 지적이다. 선거감시단이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봐

야 한다. 몇몇 사람들만 들여다볼 수 있는 블랙박스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라고 시인했다.

단장은 그러면서 "전산장비를 공급하고 시스템을 운용하는 업체는 공익보다 기업의 명성을 중히 여긴다"라며 우려했다.

이번 케냐 선거가 끝나고서 대부분 참관인은 선거 당일 생체인식 유권자 등록시스템이 문제없이 작동했다고 밝혀 유권자들과 한목소리를 냈으나 투표결과 전송과정은 감시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야권연합은 프랑스 기업 오티 모르포(OT Morpho)가 선거 조작에 관여했다고 밝혔지만, 이 회사 관계자는 "시스템은 해킹당하지 않았고 (서버에) 침입을 시도한 흔적도 없다"라며 부인했다.

케냐 유권자들은 결국 조작을 주장하는 전문가들과 그런 사실이 없다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게 되었다.

야권연합은 선관위가 전국 4만 883개 투표소의 수기 집계표를 검사했다고 밝혔음에도 상당한 수의 집계표가 조작됐으며 적법한 서명이 없거나 보안마크가 없다며 반발했다.

베로니크 코르티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국장은 그러나 전자선거 시스템(e-voting)은 분명 무용지물이 아니며 보안성과 투명성이 강화된 해결책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코르티에는 "현재로썬 전통적인 방식이 최선"이라며 "조작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종이 투표방식은 완전하지 않지만, 디지털 투표방식보다는 투명하고 합법적 선거를 이루는 데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airtech-keny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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