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움직여야 공포영화 '흥행'…"해방구 역할"

입력 2017-09-09 09:00   수정 2017-09-09 09:15

10대가 움직여야 공포영화 '흥행'…"해방구 역할"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지난 7일 오후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극장. 공포영화 '그것'을 보고 나온 10대 무리가 "무섭다", "안 무섭다"를 놓고 왁자지껄 토론을 벌였다.

'그것'은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이 1986년에 펴낸 동명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

억수같이 비가 퍼붓던 어느 날,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한 꼬마가 배수관 속으로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동생을 잊지 못한 꼬마의 형은 1년 뒤 '루저클럽' 멤버인 학교 친구들과 함께 동생을 찾으러 숲으로 간다.

이 작품은 어린이들의 친구인 피에로를 공포의 대상으로 탈바꿈시킨다. 피에로는 어린이들이 저마다 가장 무서워하는 모습으로 시시각각 모습을 바꿔 등장하면서 공포를 배가시킨다.

CGV 관계자는 "이 영화의 관객 10명 중 1명은 10대로, 다른 영화의 10대 관객 비중보다 배가 많다"고 말했다.






10대들이 공포영화 흥행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극장 안 10대들의 '비명'이 클수록 공포영화도 흥행한다는 공식이 있을 정도다. 공포영화가 대부분 15세 관람가를 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공포영화 통계를 보면 10대들의 공포영화 사랑이 확연히 드러난다.

CGV리서치센터가 공포영화 4편의 관객을 분석한 결과, '겟 아웃'(5월17∼7월19일)의 10대 비중은 6.3%로, 같은 시기 다른 작품의 10대 비중 2.2%보다 세배 가량 높았다. 450만달러의 저예산 영화인 '겟 아웃'은 북미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가장 많은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

'47미터'(7월19∼8월8일)와 '애나벨:인형의 주인'(8월10∼9월3일)의 10대 비중도 각각 8.5%와 10.7%로, 동시기 개봉한 다른 작품의 3.3%와 3.6%보다 월등히 높았다. '47미터'와 '애나벨:인형의 주인'은 각각 58만명과 193만명을 불러모았다.

'장산범'(8월17∼9월3일)의 10대 비중은 11.5%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간판을 내건 영화의 10대 비중 2.8%보다 5배가량 더 많은 수치다. 이에 힘입어 '장산범'은 130만명을 동원하며 2013년 6월 개봉한 '더 웹툰: 예고살인'(120만명) 이후 한국 공포영화로는 4년 만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그렇다면 10대들이 공포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CGV의 황재현 팀장은 "아직 사회에 대한 모든 현상과 두려움을 잘 모르는 10~20대들이 공포나 스릴러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모험심이 강한 젊은층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산범'의 배급을 맡은 뉴(NEW)의 양지혜 홍보팀장은 "공포영화가 긴장과 스릴을 주기 때문에 쫄깃한 자극에 최고로 반응하는 10대들이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즐기는 것 같다"면서 "아울러 극장 안에서 함께 소리를 지르고, 친구들과 이야깃거리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공포영화는 악령, 좀비, 흡혈귀, 또는 연쇄살인마를 다루거나 인간의 욕망, 사회적 금기를 다뤄 10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분석도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공포영화가 10대들에게 해방구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공포영화에서는 억눌렸던 것, 사회적인 금기가 공포의 실체로 귀환하기 때문에 몸은 이미 성인과 다름없지만, 사회적으로 금기된 것들이 많은 10대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공포영화는 영화의 주요 소비층인 20대 관객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들 4편의 20대 관객 비중은 51.7∼55.2%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같은 시기 다른 영화의 20대 관객 비중이 28.6∼36.8%인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지게 높은 셈이다. 반면 30∼40대의 관객 비중은 다른 영화보다 낮아 눈길을 끌었다.

20대에게도 공포영화가 경쟁력을 갖는 것은 다양한 소재로 이들의 눈높이를 맞춘 덕분이다. '겟 아웃'은 인종차별의 문제를 다뤄 트럼프 시대의 미국사회를 꼬집었고, '애나벨'은 악령이 깃든 인형을 소재로 했다. '47미터'는 식인 상어와의 사투를, '장산범'은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장산범의 괴담을 구현했다.

김성희 영화진흥위원회 객원연구원은 "그동한 한국 공포영화는 10대라는 한정된 관객층을 타깃으로, 학교라는 공간에 머물러 있었지만, 최근에는 관객층을 확장하고 새로운 공포의 공간을 찾는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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