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세월호'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공개조사 개시

입력 2017-09-15 15:44  

'영국판 세월호'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공개조사 개시

"21세기 런던에 어떻게 이런 참사가?" 문제의식

화인·공공재 부실관리 규명…일부에선 조사 신뢰도에 의문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최소 80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 사고에 대한 공개 조사가 14일(현지시간) 시작됐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조사 위원회 수장으로 위촉된 마틴 무어-빅 전 항소법원 판사는 "이번 조사를 통해 21세기 런던에서 어떻게 이 같은 재앙이 발생했는지와 같은 질문에 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공개 조사는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진 사안에 대해 정부가 저명인사를 위촉, 광범위하게 조사를 벌이도록 한 제도이다.

그렌펠타워 화재 공개 조사는 크게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화재 원인과 화재가 그토록 빠르게 번져나간 이유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뒤 두 번째로 건물 설계와 이에 따른 화재 이후 반응에 대해 분석한다.

무어-빅 전 판사는 "다른 고층 빌딩에도 비슷한 결함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안전 문제를 고려해 단계를 빠르게 밟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렌펠타워 거주자를 조사팀에 포함해야 한다는 요청에 대해서는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이에 피해자들의 불만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야권도 정부의 대응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그렌펠타워가 자리한 켄싱턴 자치구의 에마 덴트 코드 노동당 의원은 이날 공개 조사 개시 발표가 런던 중심가의 호화 호텔에서 열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자들을 만나 "샹들리에가 달린 대연회장에 앉아서는 '우리는 다른 세상 사람들인데, 보잘것없는 당신들을 위해 이러한 일을 하겠다'고 말한다"며 날을 세웠다.






무어-빅 전 판사는 약 45분간 성명을 발표한 뒤 피해자 측 변호인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번 화재로 친구를 잃은 데이비드 래미 노동당 의원은 "무어-빅 전 판사가 피해자와 그 가족들과 매끄럽지 못한 시작을 했다"며 공개 조사의 결론과 권고가 신뢰를 얻으려면 지역 사회로부터 신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에는 수백명이 폐허가 된 그렌펠타워 주변에 모여 침묵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행진을 주최한 사람 중 하나인 제야드 크레드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애초에 우리가 이런 상황에 부닥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람들이 공개 조사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4일 아파트 내 주방에서 불이 난 뒤 24층 건물 전체로 급속히 번진 그렌펠타워 화재는 한 세기 동안 영국에서 발생한 화재 중 최악의 사고로 지목된다.

당시 최소 8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실제로는 희생자가 더 많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희생자들의 대다수는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않아 공공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던 경제적 이민자, 난민, 신원이 불분명한 불법체류자 등 소외계층이었다.

값싼 가연성 외장재 때문에 불길이 커졌다는 등 공공재 부실관리에다가 화재 위험에 대한 입주자들의 우려가 끊임없이 당국에 접수됐으나 무시된 사실까지 드러나 공분이 일었다.

화재로 집을 잃은 150가구 중 두 가구만이 영구임대주택으로 옮겼으며 대다수는 여전히 런던 전역의 호텔에서 생활하고 있다.






gogo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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