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셈·뺄셈 대신 좋은 작가 세상에 알리는 것이 제 일"

입력 2017-10-16 16:23   수정 2017-10-16 17:57

"덧셈·뺄셈 대신 좋은 작가 세상에 알리는 것이 제 일"

40주년 맞은 인사동 '터줏대감' 선화랑의 원혜경 대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인사동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도 가끔 있었고, 실제로 어머님과 함께 소격동에 공간을 보러 다닌 적도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인사동 터줏대감이 됐네요."

인사동 골목에 자리한 선화랑이 문을 연 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화랑가 중심이 삼청동이나 청담동 등지로 이동하고 그나마 남아있던 화랑주들도 세월의 부침 속에서 문을 닫거나 미술품 중개인으로 변신하는 사이, 1977년 붉은 벽돌 건물 2층에 들어선 선화랑 만큼은 이전 한 번 없이 인사동을 지켜왔다.

2011년 창업주인 김창실 회장이 작고하면서 큰며느리인 원혜경 대표가 선화랑을 이끌고 있다.

원 대표를 16일 40주년 기념전 '40년, 새로운 창을 열다'가 열리는 화랑에서 만났다. 1부와 2부로 나눠 다음 달 1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선화랑과 반세기 가까이 다양한 인연을 맺은 작가들의 작품이 나온다.

원 대표는 화랑 입구에 걸린 김형근 유화 '설중화'부터 가리켰다. "이 작품은 1978년, 그러니까 선화랑이 생긴 이듬해 작가가 그린 것인데요, 대단한 인기를 끌었던 작가가 어머님께 '내 작품을 특별히 줄 테니 대신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절대 팔지 마라'고 조건을 내걸어서 화랑이 아직도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죠."






그림 구경이 좋았던 '약사 새댁'으로 출발해 미술품 수집가를 거쳐 화랑계 대모로 자리매김한 김 회장과 작가들 간 얽힌 이야기는 이밖에도 많다.

단색화 열풍 속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인 하종현은 1990년대 김 회장과 함께 피악(FIAC) 등 해외 미술품 장터를 여러 차례 찾았지만, 한 점도 팔지 못했다고. 작가 '접합' 시리즈 한 점 앞에 선 원 대표는 "창고에 그 많던 작품들이 한 점도 안 남았다. 이번 전시에도 어렵게 작품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선대의 김 회장이 다졌던 인맥은 폭이 넓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부인 정희자 전 아트선재센터 관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선화랑에서 제작한 계간지 '선미술' 편집주간으로 5년간 활동했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김 회장 자택을 자주 찾았던 인사 중 한 사람이었다.

원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미술계 상황이 좋지 않은데 선화랑이 지금까지 이렇게 유지되는 것은 출발점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 화랑이 특별한 자본이나 배경이 있었던 것도 아니잖아요? 다만 미술에 대한 순수한 마음이 있었죠. 어머님은 이 일을 비즈니스로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그러면서도 예술과 경영이라는 둘의 균형을 잘 맞추셨던 것 같아요."

원 대표는 "저는 덧셈과 뺄셈을 하지 않는다"면서 "(화랑 운영이) 쉽지 않은 일인데 작가다운 작가를 만날 때마다 힘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연히 대접받아야 하는 작가, 좋은 작가를 발굴해 세상에 알리는 것이 제 일"이라고 부연했다.

대신 덧셈과 뺄셈, 즉 화랑 운영의 재정적인 부분은 재무부 공무원 출신으로 아흔에도 정정한 시아버지가 많이 챙기고 있다. 판사 출신 변호사인 남편은 원 대표가 작가 발굴에만 매진할 수 있게 하는 지원군이다.

덜덜 소리가 나는 차를 몰면서도, 작은 전셋집에 살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 앞에서는 망설이지 않는 컬렉터들도 선화랑의 중요한 지지대다.

"저는 돈을 벌기 위해 화랑을 운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도 나이가 사십이면 삶에서 새로운 변화가 있어야 하는 때잖아요? 선화랑의 역사를 제대로 지키면서 새로운 것도 보여드리고 싶네요."

전시 문의 ☎ 02-734-0458.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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