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5·18' 수사하던 문무일 검찰총장도 사찰

입력 2017-10-31 05:00   수정 2017-10-31 07:36

기무사, '5·18' 수사하던 문무일 검찰총장도 사찰

1996년 서울지검 특별수사본부 시절…'다른 검사로 교체' 언급

조승형 前헌법재판관·소장 연구관들도 뒷조사

이철희 "기무사, 민주화 이후에도 진실 은폐에 앞장"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국군 기무사령부가 19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수사하던 문무일 검사(현 검찰총장)를 집중 사찰하고, 수사팀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사실이 당시 문건으로 확인됐다.

기무사는 12·12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 무력진압의 책임자로 지목된 두 전직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문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연구관까지 광범위하게 뒷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사령부 정치 댓글 공작을 수사 중인 검찰이 기무사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문 검찰총장과 기무사의 뒤바뀐 관계가 '격세지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31일 기무사가 1996년 1월 작성한 '5·18 특수부 문무일 검사, 동생이 희생된 피해자 가족'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기무사는 이모 중사가 문 검사 지인한테서 들은 내용을 보고한 형식의 이 문건에서 "서울지검의 5·18 특별수사본부 소속 문 검사는 5·18 당시 동생이 계엄군에 의해 희생된 피해자 가족으로 알려져 피의자 측의 기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무사는 또 "문 검사는 61년 광주시 북구 유동에서 출생해 80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고대 법대를 거쳐 86년 사법시험에 합격, 헌재 서울지검 특수2부에 소속돼 있으나 서울지검 특수부가 5·18 특별수사본부로 편성돼 5·18 수사검사로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5·18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동생이 계엄군 발포로 사망해 현재 피해자 가족 신분으로 5·18 수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기무사는 특히 "수사검사가 고소·고발인과 특별한 관계에 있으면 다른 검사로 교체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문 검사를 수사팀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다만 기무사는 "문 검사의 경우 피의자 측에서 문제 삼거나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아 검찰에서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는 식의 동향 보고로 문건을 마무리했다.

기무사 등 정보기관 사찰과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문 검사는 특별수사본부에서 비자금 관련 혐의 수사팀에 배치돼 사실상 5·18 수사에는 관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신문들은 5·18 때 계엄군의 총에 맞아 숨진 사람은 문 검사의 친동생이 아니라 고교 동기였다고 보도하는 등 기무사 문건 내용과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에 앞서 기무사가 헌법재판소를 사찰한 정황이 담긴 문건 2종을 함께 공개했다.

검찰은 1995년 7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불기소 처분했고, 고소·고발인들은 불기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각하 결정할 것이라는 정보가 새면서 청구인들이 소송을 취하해 심판이 중단됐다.

기무사는 이와 관련, '헌재 연구관, 5·18 검찰 결정에 부정적 인식'이라는 문건에서 "연령이 비교적 젊은 계층의 연구관 상당수가 검찰의 결정 처분과 5·18 사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젊은 연구관들의 의견에 따라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할까 우려한 것이다.

이후 헌재 결정 내용이 유출되자 기무사는 '5·18 관련 헌재 결정내용 사전 누설자 조승형 지목'이라는 문건에서 "조승형 재판관은 전남 장흥 출신으로, 김대중 총재 비서실장을 지낸 후 평민당 추천으로 재판관에 임명됐다"고 지목하기도 했다.

기무사는 "이번 사전 유출 사건으로 헌재 권위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면서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문민정부 들어서도 검사나 헌법재판관이 기무사 사찰 대상이었다는 점은 충격"이라며 "전두환 정권에서 별동대 역할을 한 기무사가 민주화 이후에도 진실 은폐에 앞장섰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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