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명이 밖에서 볼일 보는 인도… 화장실 보급 운동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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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1-28 07:00  

5억명이 밖에서 볼일 보는 인도… 화장실 보급 운동 난항

5억명이 밖에서 볼일 보는 인도… 화장실 보급 운동 난항

"볼일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힌두 가르침도 장애요인

설치해도 상·하수 시설 미비로 사용기피… 전문가 "상하수 정비가 먼저"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인도는 13억 인구 중 약 5억 명이 화장실이 없는 집에서 산다. 이들은 별도의 화장실 없이 수풀 속이나 길가에서 볼일을 본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국가적 청결 캠페인 '클린 인디아'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민간기업들도 거대 시장인 화장실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깨끗한 인도"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갠지스 강 유역의 힌두교 성지 바라나시 교외 마을에 사는 주부 문니(45)씨는 날이 새기 전에 벽돌로 지은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강가까지 걸어가는 게 일과다. 강가 수풀에 들어가 볼일을 보기 위해서다. 집에는 화장실이 없다.

"한밤중에 밖에 볼일을 보러 나갔다가 괴한의 습격을 받은 친구가 있다. 전갈과 뱀도 무섭다"는 그는 한밤중에도 아들 망갈(6)군이 용변을 보러 갈 때 따라가 줘야 한다. 아이들이 끌려가 행방불명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주 용변을 보러 가지 않도록 식사량을 줄인다고 한다.

유니세프(유엔아동구호기금) 조사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2015년 5억2천300만 명이 야외에서 볼일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적으로 약 9억 명이 야외에서 볼일을 보는데 인도가 그중 60%를 차지한다. 야외 배설이 주요 원인인 전염병으로 연간 5세 이하 어린이 약 12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높고 휴대전화 보급률이 80%에 이르고 있음에도 인도 국민이 화장실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힌두교의 가르침 때문이다. 힌두교 교리에서는 "정(淨)한 것과 부정(不淨)한 것"에 대한 관념이 매우 강하다. 물리적인 청결, 불결과는 다른 개념이다. 신성시하는 소의 똥은 부정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종교의식이나 일상생활에서 연료로 애용된다.

반면 사람의 배설물과 땀은 부정한 것으로 간주한다. 하층민도 부정한 것으로 간주된다. 고대 인도의 경전에는 "대소변에 사용한 물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인도에서는 2014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의 한 농촌에서 10대 소녀 2명이 밤에 볼일을 보러 밖에 나갔다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됐다. 이 사건이 크게 보도되면서 화장실 보급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해 취임한 모디 총리는 2019년까지 야외 배설을 없앤다는 "클린 인디아" 캠페인을 시작했다. 인도에서 일반적인 재래식 변기를 중심으로 1억2천만 가구에 화장실 신설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이다. 빈곤가정에는 1만2천 루피(약 20만 원)를 지원해 준다.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다 보니 과잉사례도 나오고 있다.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에서는 야외에서 볼일을 보는 사람의 사진을 찍은 사람에게 100 루피(약 1천600 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사진은 SNS에 투고됐다. 남부 텔랑카나주에서는 야외에서 볼일을 보는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드론까지 띄워 유엔 공중위생전문가 레오 페라로부터 "화장실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인도 정부의 이런 정책을 배경으로 일본 화장실 관련 용품 메이커들도 뛰어들고 있다. 일본 메이커인 리쿠실은 10월부터 인도의 일부 주에서 인도시장을 겨냥한 불과 2 달러(약 2천100 원)짜리 간이 화장실 판매를 시작했다. 토토도 2014년에 공장을 건설, 5년 후에는 올해 매출액의 3배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인도 정부의 캠페인으로 지난 3년간 약 5천800만 개의 화장실이 만들어졌지만, 뜻밖에도 화장실을 만들어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촌 지역의 화장실 보급을 가로막는 요인은 상하수도 미정비다. 주부 칼라바티(45)씨는 "화장실 정화조가 배설물로 가득 찰까 봐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의 물과 화장실 문제를 다루는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나슈 쿠말은 "정부는 상하수도 보급을 먼저 추진했어야 했다"면서 "변기를 늘리더라도 야외 배설을 없앨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도에는 카스트 계급의 최하층민이 화장실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 배설물을 처리하는 사람을 고용하는 건 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여전히 수십만 명이 강제로 이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중위생은 정부의 몫이지만 카스트 제도를 연구해온 시노다 다카시 대동문화대학 교수는 "배설물 처리를 정부가 담당하는 데 대해 '이 화장실은 우리가 청소하고 보수를 받는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끈질긴 반발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설물 처리와 카스트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뉴델리의 NGO "술라브 인터내셔널' 창시자인 빈디슈발 파탁(74)은 1973년부터 자신이 개발한 간이 수세 화장실 보급을 계속해 "화장실 명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최하층민들에게 다른 일을 하도록 초·중학교와 직업학교도 설립했다. 뉴델리에 있는 학교에는 500여 명이 다닌다. 양복재단일을 배우는 일리나(17)는 홀어머니가 화장실 청소일을 하고 있다. 그는 "엄마는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내게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고 소개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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