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클린턴 행정부 대북군사옵션은? 기밀문건 대거 공개

입력 2017-12-09 15:52  

美클린턴 행정부 대북군사옵션은? 기밀문건 대거 공개
"1994년 전쟁검토 후 승전 확신했으나 참사우려에 논의 실종"
北붕괴 우려한 유연한 '당근과 채찍'…'핵합의 배신' 신호 줄까 주의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전쟁을 실제로 계획했으나 막대한 인명피해 때문에 선제타격 논의를 접었다는 사실이 기밀이 해제된 문건을 통해 재확인됐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부설 국가안보문서보관소(National Security Archive)는 8일(현지시간) 공개한 미국 정부 기밀문서에서 드러난 주요 인사들의 발언, 정부기관의 보고를 종합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과 대북 특사를 지낸 윌리엄 페리 전 장관은 1998년 12월 김대중 당시 한국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미국이 1994년 북핵 위기 때 전쟁을 계획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같은 사실은 주한 미국 대사관이 청와대로부터 얻은 대화록을 토대로 미국 국무부에 보고한 문건에 적시된 것이다.
페리 전 장관은 당시 "물론 한국과 미국의 전력을 합치면 우리가 의심할 여지 없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지만, 전쟁은 그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국 국방부는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하면 첫 3개월 동안 주한미군 5만2천명, 한국군 49만명이 사상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안보문서보관소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당근과 채찍을 아우르는 제재를 포함하고 있었으나 이후 군사옵션 논의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1994년 클린턴 행정부가 대북 군사옵션 사용이 미칠 영향을 검토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리 전 장관은 최근 워싱턴DC에서 열린 무기통제협회(ACA) 주최 세미나에서 같은 취지의 견해를 밝히며 외교적 노력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과의 전면전은 핵전쟁이 될 것이며 이는 중국과 북한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세계 1, 2차 대전과 비슷한 규모의 사상자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북군사옵션과 거리를 두기는 했으나 클린턴 행정부 또한 부시,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확인됐다.
1999년 6월 주베이징 미국 대사관의 국무부 보고에 따르면 페리 전 장관은 그해 대북특사로서 평양을 방문해 북한 지도자들에게 미국 행정부의 경고를 전달했다.
페리 전 장관은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북한 장거리 미사일을 "용납할 수 없는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핵 프로그램이 계속 강행될 경우 북미관계에 "심각하고 부정적인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기근에 따른 체제붕괴 위험도 심각하게 경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1997년과 1998년 작성된 미 국무부의 한반도 배경자료 문건에는 국무부가 많은 주민이 굶주리는 북한의 경제난이 "위험하게 혼란스러운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 사실이 나타났다.
미국 당국은 이에 따라 "미국의 4자 회담 접근법은 북한에 새로운 활력을 부여할 의미있는 개혁에서부터 북한 정권붕괴까지 폭넓은 옵션을 아우르기 충분할 정도로 융통성을 지녀야 한다"고 판단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1994년 전쟁 검토를 자제한 뒤 북한과 체결한 핵합의(제네바 합의)가 북한 강경파의 득세로 파기되지 않도록 따로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주한 미 대사관의 1998년 4월 국무부 보고에 따르면 미국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그해 6월 방미를 앞두고 이런 점을 한국에 따로 당부했다.
당시 토머스 피커링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우리가 그들에 대한 약속을 저버릴 것이라고 북한이 느끼면, 그들은 우리에게 한 그들의 약속을 저버릴 이유를 찾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측은 "합의를 배신하는 신호가 보이면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발언은 제네바합의에 따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의해 추진되던 대북 경수로 건설공사와 중유 제공이 지연됨에 따라 북한이 불만을 표시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안보문서보관소는 이 같은 문서들에는 클린턴 행정부가 한반도 안보 문제를 빠르고 쉽게 해결하려는 비현실적인 희망을 품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당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협으로 보고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을 수 있는 완벽하고 검증 가능한 확약을 받아낼 수 있는 메커니즘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고 요약했다.

ric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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