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위안부 합의' 문제 바로잡되 극단적 사태는 피해야

입력 2017-12-28 18:30  

[연합시론] '위안부 합의' 문제 바로잡되 극단적 사태는 피해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외교부 장관 직속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최종보고서와 관련한 입장문을 통해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과 함께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피해자 중심 해결과 국민과 함께하는 외교라는 원칙에 따라 이른 시일 안에 후속조치를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재협상이나 합의 파기 등을 못 박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이를 바로잡는 조처를 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른 외교적 파장이 염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드러난 흠결이 그만큼 중대하고 심각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인 듯하다.

위안부 TF 보고서에 따르면 한일 위안부 합의는 내용이나 절차적으로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전시 여성 인권에 관한 국제사회의 규범으로 자리 잡은 피해자 중심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일반적인 외교 사안처럼 주고받기식 합의를 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 입장만 내세워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위안부 호칭이나 소녀상 이전 등의 문제에 대한 사실상의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사실도 새로 밝혀졌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 외교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만 더 나빠지게 됐다. 국가 간 합의를 파기하거나 거둬들이면 국격훼손, 신인도 추락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이 단호한 입장을 밝힌 데는 이 합의를 그대로 덮고 넘어가기에는 국민적 분노가 너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의 입장문이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소회를 밝힌 것으로 그 이상이나 그 이하의 의미를 부여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고 한다. 아직은 위안부 합의 파기를 선언할 것인지 아니면 재협상을 요청할 것인지, 또는 제3의 해법을 모색할 것인지를 답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예상대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이날 문 대통령의 입장문이 발표된 뒤 주일 한국대사관 간부에게 "(위안부) 합의의 유지 이외에 정책적 선택지는 없다"고 우려를 전달했다. 중동을 방문 중인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전날 위안부 TF 보고서가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나 "'전 정권이 한 것은 모른다'라고 한다면, 앞으로 한일 간에는 어떤 것도 합의하기 힘들다"고 했다. 또 "한국 정부가 합의를 변경하려 한다면 한일관계가 관리 불가능하게 된다고 (지난주 한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강경화 장관에게 직접 말했다"고 쐐기를 박았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후속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일본 측이 핵·미사일 도발을 강행하는 북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한일 간 연대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럽고 중요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도 입장문에서 "역사문제 해결과는 별도로 한일간의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위해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안부 합의 문제는 후속조치를 밟아 나가되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한 한일관계 정상화는 별도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설득하는 것밖에 달리 길이 없는 듯하다. 특히 지금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중대한 갈림길에 선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도 양국의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위안부 합의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더라도 대북 안보 측면에서는 공조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는 자제력이 양국 모두에 필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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