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시각으로 과거 재조명한 '소록도 100년사' 출간(종합)

입력 2018-01-16 16:48   수정 2018-01-16 16:48

한센인 시각으로 과거 재조명한 '소록도 100년사' 출간(종합)

국립소록도병원, 역사편·의료편·사진집으로 발간
84인 학살사건, 우발적 사건 아닌 집단학살로 규정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국립소록도병원은 개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한 소록도 100년사 집필·편찬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소록도 100년, 한센병 그리고 사람, 백년의 성찰'을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100년사는 역사편과 의료편 두 권으로 구성됐고, 사진집이 별도로 발간됐다.
역사편은 기존에 발간된 소록도 80년사를 토대로 하면서 한센인의 시각에서 과거를 재조명했다. 특히 광복과 함께 발생한 한센인 84인 학살사건에 대해서는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병원 직원들에 의한 집단학살이라는 점을 분명히 기술했다.
84인 학살사건은 1945년 8월 20일을 전후로 당시 소록도갱생원의 일본인 직원들이 물러나면서 갱생원의 주도권을 두고 원생과 직원들 간에 다툼이 일어 환자대표 등 84명이 살해당한 것을 말한다.
그동안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는 병원의 운영권을 둘러싼 직원들 간의 다툼 때문에 환자들이 희생됐다는 시각과 직원들이 수적으로 우세한 환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환자 간부를 학살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동시에 직원과 환자들이 생존권 투쟁속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역사편은 "어떠한 시각에서 사건을 해석하든 적어도 8월 22일의 총격과 학살은 무장한 직원들에 의해 계획적으로 일어난 집단학살이었다"며 "이 사건은 일제의 강제격리정책에 의한 비인간적인 멸시와 억압, 뿌리 깊은 차별의식과 이에 대한 저항의식이 광복 직후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발생한 비극이었다"고 정리했다.
의료편은 국제 한센병 정책의 흐름, 병원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주체와 제도의 변화, 치료약의 발전 과정 등을 서술하고 있다.
사진집은 한센인들이 병고와 가난 속에서도 교육과 종교, 자치활동을 통해 소록도에 생계의 터전을 만들고 삶의 주체로서 생활한 모습을 담았다.
100년사는 한센병 치료를 위해 헌신한 한센인들의 역할도 재조명했다.
이 책은 의료인력 부족에 시달린 소록도병원이 비교적 건강하고 학식 있는 환자들을 선발해 의료공백을 메운 사실을 기술하고, 한센병의 종결은 단순히 국가 보건시스템이나 의료진의 헌신뿐만 아니라 한센인들의 희생과 참여가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국립소록도병원은 "소록도 100년사는 과거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다짐을 담았다"면서 "한센병 치료와 한센인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병원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오히려 그들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던 불행한 과거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술했다"고 설명했다.
100년사 집필에는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실태조사, 일제하 강제격리 피해 소송, 한센인 피해사건 조사 보고, 국립소록도병원 구술 사료집 및 역사자료집 발간 등에 참여한 한센병 역사 연구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박형철 소록도병원장은 "100년사 발간과 더불어 앞으로도 어려움을 이기고 삶을 꽃피웠던 소록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노력을 통해 소록도의 가치를 보존하고 다음 세대가 인권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국립소록도병원은 지난 2016년 개원 100주년을 맞았다. 1916년 2월 일제가 전국의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 수용하기 위해 세운 '자혜의원'이 시초이며 지금도 한센인을 진료하고 자활정착을 돕고 있다.
소록도는 한센병 치료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으로 작년 말 기준으로 한센인 511명이 머물고 있다. 평균연령은 75세로서 65세 이상이 444명(86.9%)이고, 일반 노인성 질환자가 대부분이다.
일상생활이 곤란한 중증환자는 치료병동에 입원하고, 나머지 경증환자는 중앙리 등 7개 마을의 거주시설에서 생활하면서 외래진료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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