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해진 지방 도시, 모여살기로 극복될까?…日 도야마市의 실험

입력 2018-01-24 09:53  

썰렁해진 지방 도시, 모여살기로 극복될까?…日 도야마市의 실험
도심에 도시기능 '집중' 콤팩트시티…교통망 확충하고 중심지 이주하면 보조금
육아 정책서도 새로운 시도…젊은이 늘었지만 재정악화 등 비판적 시각도

(도야마=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고령화로 인해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피해를 줄여서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죠. 도야마시는 교통과 교육, 복지, 환경 면에서 도시를 콤팩트하게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서 저출산 극복의 답을 찾았습니다."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에서 신칸센으로 3시간 가까이 떨어져 있는 지방도시 도야마(富山)시. 도야마시의 구리야마 도모코(栗山朋子) 기획홍보과장은 이 도시가 힘을 주고 있는 '콤팩트시티'(Compact City)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콤팩트시티는 저출산으로 도시 기능이 저하되고 행정 비용은 늘어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도심에 거주지와 상업시설 등 도시 기능을 집중시키는 일종의 '도시계획'이다. 적은 인구가 흩어져 살 것이 아니라 중심지에 모여 생활하면서 더 적은 비용으로 보다 윤택한 삶을 살자는 것이다.



◇ 교통 정비하고 도심 이사하면 보조금…전세계적 주목
인구 42만명의 작은 도시인 도야마시는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콤팩트시티 실험으로 유명한 곳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콤팩트시티 정책보고서'(2012년)에서 도야마시를 5곳의 성공적인 콤팩트시티 추진 사례 중 하나로 꼽았았고 록펠러 재단은 2014년 도야마시를 위기를 극복한 선도 도시(리질리언트< resilient> 시티·탄력도시)로 선정했다.
도야마시의 성공사례는 일본의 다른 지자체에 자극이 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38%는 콤팩트시티를 이미 추진 중이거나 계획 중이었다.
도야마시의 콤팩트시티는 저출산·고령화로 도시 소멸 위기에 처한 한국의 지자체들에도 매력적이어서 적지 않은 지방 도시들이 '도야마시 배우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3일 기자가 찾은 도야마시의 첫 인상은 계획 도시 특유의 깔끔함과 신형 노면전차 '센트램(CENTRAM)'의 세련됨이었다. 날씬하게 잘 빠진 모습으로 거리를 달리는 이 센트램은 콤팩트시티 사업의 핵심 중 하나다.
2007년 처음 콤팩트시티로의 변신을 선언한 도야마시는 동서남북으로 넓게 퍼진 인구를 도심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도심의 주요 포스트를 도는 순환형 노면전차를 개통했다
이와 함께 도심을 '거주 추진지역'으로 정해 여기로 거주지를 옮기는 사람들에게 50만엔(약 480만원)씩을 지원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거주 추진지역 주민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28%에서 2016년 37%로 늘었고, 공동화돼 가던 도심엔 다시 활력이 찾아왔다.




◇ 도심 거주자 증가하자 30·40대 늘어…활기 되찾은 도시
인구 감소를 대비한 정책이었지만 콤팩트시티는 뜻밖에 전입자 증가라는 선물을 도야마시에 안겨줬다. 도시의 이미지가 좋아지자 도야마시에서 살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도야마시의 인구는 2005년 41만8천511명, 2017년 41만8천45명으로 지난 13년 사이 거의 변동이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줄어든 인구를 타 지역에서의 전입자가 메워준 덕분이다. 작년의 경우 전입자의 수는 전출자 수보다 1천353명이나 많았다.
가장 긍정적인 것은 30~40대가 늘어난 것이다. 대학 진학 등으로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직장인이 되면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가 여성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온 덕분에 30대 이후 인구 증가 경향은 여성에게서 두드러졌다.
모리 마사시(森雅志·66) 도야마시장은 "출산 가능 연령의 여성이 증가하고 세금을 내는 세대의 인구가 늘었다는 것은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도야마시에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도야마시가 콤팩트시티 정책이 이처럼 인구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지만, 이 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 중 가장 큰 것은 재정 악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도야마시의 경우 예산에서 지방채의 비중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 중핵시(인구 30만명 이상 도시 중 지역의 거점 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일 정도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
콤팩트시티가 도심 땅값만 올려 저소득자의 삶을 더 힘들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거주의 자유를 사실상 제한하고 외곽 지역의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행정 서비스를 받게 된다는 비판도 많다.



◇ 육아 지원 정책에 의욕…'활력 넘치는 도시'의 또다른 동력
콤팩트시티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한 도야마시는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역시 '지속가능한 도야마 만들기'를 위해서다.
여성이 생활하고 일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고 부모가 아이를 키우기 좋은 체계를 갖춰야 인구 감소를 줄이고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도야마시는 도야마역 중심가에 육아를 지원하는 공간인 '어린이 프라자'를 지난 2013년 개관했다. 대도시의 비슷한 시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도서관과 놀이 공간이 갖춰져 있으며 육아에 관한 실질적인 상담을 해주는 '육아지원센터'가 설치돼 있다. 저렴한 비용(시간당 700엔<약 6천720원>)의 아이돌봄 서비스를 소개해주고 24시간 상담 전화도 운용한다.
가메야마 마사코(龜山昌子) 육아지원센터 소장은 "혼자 육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市)나 사회가 옆에 같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게 센터 운영의 목표"라고 말했다.
도야마시는 한국의 산후조리원과 비슷한 '산후케어 응접실'을 작년 4월 오픈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지자체가 운영하는 첫 공공 산후조리원이다.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7일간 하루 7천200엔(약 6만9천원)의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아이가 아플 때 저렴한 가격(하루 2천엔<약 1만9천200원>)에 보육을 해주는 병아(病兒)보육실도 비슷한 시기 문을 열었다. 보육원(어린이집)에 있던 아이가 아플 때 부모 대신 아이를 데리러가서 퇴근시간까지 보육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 발달 장애가 우려되는 아이와 이들의 부모를 돕는 발달아동지원실도 시가 직접 운영 중이다.
도야마시가 산모나 육아 지원에 힘쓰는 것 역시 저출산·고령화 극복을 위해서다.
과거에는 조부모가 육아를 돕는 경우가 많았지만 고령화와 핵가족화 등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진 상황에서 시가 나서서 조부모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다.
지역 은행인 호쿠리쿠(北陸)은행에서 일하는 곤도 요시에(近藤喜江·36)씨는 "일하는 여성에게 우호적인 분위기가 도야마시가 젊은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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