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사춘기 겪는 직장인…우울증 게시글 속 '회사' 언급 3배

입력 2018-02-12 07:00  

제2 사춘기 겪는 직장인…우울증 게시글 속 '회사' 언급 3배
다음소프트, 빅데이터 분석…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와이미 증후군 등 등장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8년차 직장인 김모(32)씨는 지난 1월 1년짜리 휴직계를 내고 현재 아내와 세계 여행을 계획 중이다.
휴직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동료들과 사이가 안 좋은 거냐", "집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지만, 주변의 우려처럼 누군가와 갈등이 있거나 업무량이 버티지 못할 정도로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회사 생활한 지 8년 정도 되니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기도 하고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지 회의감이 들었다"며 "하고 싶은 일들이 몇 가지 있는데 더 늦으면 아예 시도도 못 해볼 것 같아 겸사겸사 휴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고민은 직장인에게 흔한 걱정 중 하나지만 최근에는 김씨처럼 휴직, 이직, 퇴사 등을 심각하게 고려하며 '직장인 사춘기'를 겪는 젊은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경영 성과, 조직 화합 등을 강조하는 기업 문화에 이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장인 사춘기' 사례를 올리고 이를 공유·전파하며 서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12일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분석한 직장인 사춘기 관련 빅데이터 자료를 보면 지난 2016년 우울증 연관어로 '회사' 또는 '직장'이 언급된 게시글은 1만2천652건이었으나 2017년에는 3.1배인 3만8천972건으로 늘었다.
특히 '야근'이라는 단어가 우울증 게시글에 언급된 경우는 196건에서 무려 7.2배인 1천416건으로 증가했다.

직장인 사춘기의 각종 유형을 설명하기 위한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와이미(Why Me) 증후군', '슈퍼 직장인 증후군', '샌드위치 증후군' 등의 신조어도 쏟아지고 있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란 항상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화가 나거나 슬플 때도 무조건 웃는 증상을 말한다.
와이미 증후군은 자신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며, 슈퍼 직장인 증후군은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일에 몰두하는 현상을 말한다.
샌드위치 증후군은 가정과 직장에서 모두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해 소외감과 우울함을 느끼는 증상이다.
직장인 사춘기를 겪는 사람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로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
직장인 사춘기 치료법으로 언급된 인터넷 게시글을 살펴보면 언급량 1위는 '대화'(41만2천338건)였다.
다음으로는 '긍정적'(20만4천345건), '취미'(19만6천90건), '자신감'(13만3천980건) 등의 언급량이 많아 긍정적인 생각과 자신감을 가지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를 찾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음소프트는 "빅데이터를 통해 직장인 사춘기를 분석해보면 야근으로 인한 워라밸(일과 휴식의 균형을 뜻하는 말) 파괴, 상사의 압박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며 "구체적인 업무보단 월급, 상사, 야근 등 업무 주변 요소가 직장인 사춘기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석은 2016년 1월부터 지난 5일까지 다음소프트가 수집한 블로그(3억29만건), 트위터(81억542만건), 뉴스(1천954만건) 게시글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sujin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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