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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폐쇄로 벌어진 파국…김솔 소설 '마카로니 프로젝트'

입력 2018-02-28 11:53  

공장 폐쇄로 벌어진 파국…김솔 소설 '마카로니 프로젝트'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공장이 폐쇄되고 대부분의 직원들은 해고되었다. 해고는 학살이라는 주장은 무시되었다. 현행 법률에 의거한 퇴직금이 지불되었을 때 수령을 거부한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김솔(45) 작가는 새 장편소설 '마카로니 프로젝트'(문학동네)에 '작가의 말'로 첫 세 줄을 이렇게 썼다.
이 말은 이 소설의 전체 내용과 여운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신랄한 문장으로 한 다국적 기업의 공장 폐쇄로 인해 벌어지는 일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자주 벌어지는 대량 해고와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직원·노동자들의 삶은 소설 속 허구라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실의 풍경에 가깝다.
소설의 배경은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대규모 무기조립 공장이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무기회사의 세계 여러 공장 중 하나여서 팀장급 직원들의 국적도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인데도 남의 일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수년 또는 십수년 몸을 담고 일해온 직장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사람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은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카로니 프로젝트'는 회사 측과 공장장이 직원들의 동요나 저항 없이 순조롭게 공장을 폐쇄하기 위해 만든 전략의 이름으로, 그 내용을 간부급인 팀장들에게만 공유한다. 팀장들은 부하 직원, 동료들에 대한 안쓰러움과 그들을 배신한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다가도 이 프로젝트에 동참함으로써 회사에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동시에 배신감에 치를 떨 직원들로부터 린치를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며 불안에 떤다.
공장 폐쇄 사실이 드디어 알려지자 직원들은 당연히 동요하고 반발한다. 혼란에 빠진 직원들은 공장장과 일부 팀장을 공장 내에 가두고 협상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공장 시설 일부를 부수거나 값나가는 물건을 약탈하기도 한다. 폐쇄 당일까지 출근해 일하라는 회사 측의 요구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의미 없는 출퇴근을 반복한다. 모든 직원과 개별적으로 면담하고 퇴직금을 협상해야 하는 인사팀장의 고충도 날로 커진다. 자포자기하며 최대한 보상을 받아 퇴사하는 게 낫다는 무리와 어떻게든 공장 폐쇄를 막아야 한다는 무리들 사이의 갈등도 깊어진다.
공장 폐쇄 결정은 공장 인근의 식당이나 집주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도미노처럼 연쇄적인 불행을 일으킨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회사에서 20년 가까이 직장인 생활을 해온 작가의 독보적인 경험은 이번 소설에서도 빛난다.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 여러 부서 사이의 알력 싸움, 회사라는 거대한 존재의 손아귀에 내맡겨진 직원들의 연약한 운명에 관해 날카롭게 묘파한다.
작가는 냉혹한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속절없이 내몰린 개개인의 사정을 짚어가면서도 인간으로서 마지막까지 놓지 말아야 할 가치에 관해 이야기한다.
"아무리 저항하더라도 결국 공장은 폐쇄되고 직원들은 모두 해고되겠지만, 마지막 남은 자가 모든 직원들을 대신하여 금붕어처럼 하찮은 존재에게까지도 관심을 쏟는다면, 직원으로서는 실패했을지언정 인간으로서는 결코 그러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본문 70쪽)
264쪽. 1만3천원.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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