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틀 앞둔 伊, 가열되는 정파간 기싸움…"부동표를 잡아라"

입력 2018-03-02 06:00  

총선 이틀 앞둔 伊, 가열되는 정파간 기싸움…"부동표를 잡아라"
우파연합, 첫 합동유세…반체제정당 오성운동 "우리와 우파연합 2파전"
집권당 참패 예상 속 렌치 전 총리 "총리 복귀 욕심 없어…대통령 선택 존중"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오는 4일 실시되는 이탈리아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 정치 세력 간의 막바지 기싸움도 팽팽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정당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큰소리를 치며 막판 부동표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총선 이전에 공표 가능한 최종 여론조사인 지난 달 16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7%로 선두를 기록한 우파연합은 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우파연합 깃발 아래 모인 4개 정당 대표 모두가 한 자리에 집결, 합동 유세를 펼치며 단합을 과시했다.
우파연합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반난민·반유럽연합(EU) 성향의 극우 동맹당, 신파시즘에 뿌리를 둔 민족주의 정당인 이탈리아형제(FDI), 남부 풀리아 주에 기반을 둔 중도성향의 신생정당 우리는 이탈리아와 함께(NCI)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그동안 주요 정책에서 큰 이견을 드러내며 공동 유세를 하지 않아, 총선이 끝나면 연대를 깨고 서로 다른 정당과 새로운 짝짓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살비니 대표는 EU, 무역 기조 등 핵심 정책에서 큰 견해차를 보이고 있어 이런 전망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날 로마 아드리아나 신전 회의장에서 진행된 합동 유세에서 "오늘 여기 모인 4명이 이끄는 우파연합이 (총선에서)승리할 것이고, 다른 정당과의 연대나 비밀 거래는 없다"고 말했다. 정가에서 무게를 두고 있는 총선 후 집권 민주당과 FI의 독일식 대연정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가 이끄는 정부는 이탈리아인들을 재정적 억압과 숨막히는 관료제, 사법제도의 폭압에서 해방시킬 것"이라며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를 찍도록 설득해달라"고 당부했다.
3차례 이탈리아 총리를 역임한 뒤 미성년자와의 성관계 추문, 탈세 의혹에 처하며 2011년 사퇴한 베를루스코니 전 대표는 2013년 탈세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여파로 이번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하더라도 총리로 나설 수 없지만, '킹 메이커' 역할로 정계 전면 복귀를 노리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대신 우파연합의 총리를 꿈꾸고 있는 살비니 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기록적인 패배에 다가서고 있다"며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민주당에 독설을 날렸다.
지지율 28%가량을 나타내며 단일 정당 중에 가장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도 이날 승리를 확신한다며 지지세 결집에 나섰다.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좌와 우가 양분하는 기성 정치 체제에 저항하는 시민 운동 성격으로 2009년 출범시킨 오성운동은 부패한 기존 정치권에 대한 대중의 불신에 편승, 2013년 총선에서 25%를 득표해 일약 이탈리아의 제1야당으로 부상한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는 세력을 더 키워 집권까지 노리고 있다.
지지층 확대를 위해 과격한 이미지의 그릴로로부터 당권을 넘겨 받아 당을 보다 온건한 방향으로 변모시킨 31세의 대학 중퇴자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이날 "민주당에 주는 표는 버리는 표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패와 관행에 젖은 기존 정치인들을 집에 보내고, 이탈리아가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는 오성운동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로존 탈퇴 국민투표를 보류하는 등 오성운동의 과격한 이미지를 탈색하는 데 주력해온 디 마이오 대표는 특히 남부에서 지지층이 일부 겹치는 살비니의 동맹당을 정조준했다.
그는 살비니 대표가 남부에서의 지지율 제고를 위해 부유한 북부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창당된 북부동맹의 이름에서 '북부'를 제거한 것을 지칭하며 "'북부'를 뗐다고, 남부를 '게으른 기생충'으로 비하했던 그의 과거가 잊혀질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오성운동이 이례적으로 총선 전에 내각 명단을 발표한 것에 대해 '보여주기 식의 쇼', '대통령의 내각 결정 권한을 무시하는 처사' 등의 비판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의 결정을 일부가 조롱하고 있지만, 이탈리아인들은 우리에게 40% 이상의 표를 몰아줄 것이고, 결국 오는 5일 웃는 세력은 우리가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총선 참패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당 대표로서 선거전을 이끌고 있는 렌치 전 총리는 "숨어 있는 지지표가 많다"며 예상보다 선거 결과가 좋게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집권 민주당은 작년 이탈리아 경제가 2010년 이래 최대폭인 1.5% 성장한 것으로 집계되는 등 이탈리아를 오랜 침체에서 건져내 본격적인 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중도 좌파의 분열 탓에 지지율이 사상 최저 수준인 23%까지 뒷걸음질 쳤다.
렌치 전 총리는 이번 총선을 통해 총리직 복귀를 희망하고 있으나, 상원 개혁을 골자로 한 2016년 12월 개헌 국민투표에서 패한 뒤 자리를 물려 준 후임 파올로 젠틸로니 전 총리에게지지율이 현저히 밀리고 있는 형편이다.
독선적으로 당을 이끌었다는 비난을 받으며 안팎으로 공격당하고 있는 렌치 전 총리는 이런 현실을 인식한 듯 이날 "만약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총선 후 젠틸로니 총리나 (민주당 소속)다른 사람에게 정부 구성 권한을 주면, 전폭 지지할 것"이라고 말해 민주당의 궤멸적 패배를 막기 위해 총리직에 욕심을 버렸음을 시사했다.
겸손하고, 원만한 성품에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는 스타일로 여야 모두에 신망이 두터운 젠틸로니 총리는 최근 로마노 프로디, 엔리코 레타 등 민주당 소속의 두 전직 총리의 공개적인 지지까지 받으며 총선 후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2013년 이래 약 70만 명의 난민이 대거 밀려든 것과 맞물려 고조된 반난민 정서 속에 울려 퍼진 '이탈리아 우선' 구호와, 인종주의적인 신파시즘 추종 세력과 이에 반대하는 운동가들의 무력 충돌로 점철된 이탈리아의 총선 유세전은 2일을 마지막으로 공식 종료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달 3일 중부 마체라타에서 극우 청년이 난민 집단에 잔혹하게 피살된 이탈리아 소녀의 복수를 한다는 명목으로 흑인들만을 겨냥해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를 신호탄으로 곳곳에서 폭력 사태가 빚어지며 선거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혼란한 사회상이 노출됐다.
상원과 하원 의원을 뽑는 이번 총선 투표는 4일 오전 7시에 시작돼 밤 11시까지 진행되며, 출구조사 결과는 투표 종료 직후에, 최종 결과는 5일 오전에 각각 나올 예정이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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