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언급하며 북한 방향 급선회 배경은…제재·압박효과?

입력 2018-03-06 22:17  

'비핵화' 언급하며 북한 방향 급선회 배경은…제재·압박효과?
핵무력 완성 선언뒤 '남북→북미'順 대외관계 개선 계획 관측도
수출품목 줄줄이 차단·외교단절…제재 효과 본격화 우려했을수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에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핵 문제는 협상테이블에 올릴 수 없다던 그간의 입장에서 급선회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북특사단을 이끌고 방북했다가 귀환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브리핑에서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를 거부해왔다. 대신 미국이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당장 6일 당일에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우리의 핵 무력은 피로 얼룩진 미국의 극악한 핵 범죄 역사를 끝장내고 불구대천의 핵 악마를 행성에서 영영 쓸어버리기 위한 정의의 보검"이라고 주장했다.
대북특사단이 이날 공개한 내용만 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통이 큰 과감한 결단'을 내려 특사단이 사의를 표했다는 조선중앙TV 보도가 어느 정도 사실로 나타난 셈이다.
이런 배경과 관련, 북한이 결국 지난해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남북관계에 이어 북미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큰 틀에서의' 대외관계 방향 전환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한 해 다른 무엇보다도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핵·미사일 능력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29일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하는 '화성-15'형을 발사하고,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실현됐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당시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 실제 완전한 ICBM 능력을 갖췄는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소 서둘러 완성 선언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를 명분삼아 북한이 대외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실제로 올해 육성 신년사에서 파격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며 국면전환 '신호탄'을 쐈고, 남측과의 특사 교환을 계기로 북미대화 의사와 비핵화 의지까지 밝힌 것이다.
북한이 이처럼 대외관계에서 새로운 출로를 모색하게 된 요인으로는 최근의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전면적 영향을 미칠 정도로 강화된 것이 우선 꼽힌다.
국제사회는 지난해에만 네 차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 석탄, 의류, 수산물 등 북한의 주력 수출품목을 거의 모두 틀어막았고 유류 공급도 일부 제한하는 등 촘촘한 대북제재 체제를 만들었다.
올해에는 이런 제재 체제가 본격적으로 효과를 내면서 북한 주민들의 민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북한의 외교적 입지도 최근 한층 좁아졌다.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됐고, 트럼프 미 행정부가 세계 각국에 북한과의 외교관계 단절·격하를 요구하면서 북한 외교관이 추방되거나 공관 인력이 감축되는 사태도 잇따랐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국제사회의 제재가 고착화됐을 때 김정은은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대화, 나아가 협상에 나설 만한 핵 능력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김정은 정권이 더욱 장기적인 체제보장 방안을 도모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역대 행정부들보다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을 진지하게 거론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북한 측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언급한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안전 보장'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향후 남북 또는 북미 대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면 북한의 의도도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남북 간에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kimhyo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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