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 결과에 전문가 "선방" vs "고육지책"

입력 2018-03-26 16:59   수정 2018-03-26 17:05

한미FTA 협상 결과에 전문가 "선방" vs "고육지책"
<YNAPHOTO path='C0A8CA3D000001623229206000515A4_P2.jpeg' id='PCM20180308000039038' title='한미FTA (CG) [연합뉴스TV 제공]' caption=' ' />
"불리한 여건서 최소 양보" 평가…"나쁜 선례 남겨"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윤보람 기자 = 정부가 26일 발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및 철강 관세 면제 협상 결과에 대한 통상 전문가들의 평가는 "불리한 여건에서 선방했다"와 "안 좋은 선례를 남긴 고육지책"으로 엇갈렸다.
다수의 전문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논리적으로 전방위적인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최소한을 양보해 최악을 막아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자동차 분야는 사실상 20년간 수출 제약이 생겨 피해가 크다는 지적과 함께, 대미(對美) 철강 수출 자율규제와 같은 선례를 남긴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 박태호 서울대 명예교수·광장국제통상연구원장(전 통상교섭본부장) = 한미 FTA 개정 협상이나 철강 관세 협상이나 애초부터 우리는 미국이 요구하는 것을 아무것도 들어주지 않으면서 해결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논리나 이론에 근거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요구한 것은 우리보다 분명히 많았을 것이라는 점을 기본적으로 이해하고서 협상 결과를 봐야 한다. 협정문이 안 나온 상황에서 말하기 이른 감이 있지만 크게 잃은 건 없다고 평가한다.
철강 관세를 면제받고 쿼터(수입할당량)를 정한 것은 우리의 수출 물량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불리한 면이 있지만,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벌이는 철강 수출 제한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이기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의 수입 확대는 우리가 양보한 것 같아 보이나 현 수준인 2만5천대에 이미 미달하는 만큼 국내에 실질적인 피해가 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픽업트럭 관세도 아직 수출되는 차량이 없다는 점에서 우리에 크게 압박이 될 것 같지 않다.

▲ 제현정 무역협회 통상지원단 박사 = 지금 공개된 내용만으로 평가했을 때 우리가 가장 두려워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것 같다. 농축산물 추가 개방이 빠졌고, 자동차 관세 후퇴도 없다. 미국의 한미 FTA 폐기 위협과 통상 압박 속에서 이번 철강과 FTA 협상은 무조건 방어전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철강이 됐든 자동차가 됐든 총량으로 봤을 때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협상의 목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국에 명분을 주면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실리인데, 그런 것을 적절히 하는 합의점을 찾은 것이라고 본다. 다만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와 원산지 검증 등 이행 이슈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판단이 어렵다.
철강 관세는 아예 영구 면제라면 좋겠지만 미국 철강업계가 가만히 있을 리 없고, 25% 관세보다야 쿼터가 낫다. 한미 FTA와 철강 협상이 엮여서 걱정했는데 오히려 두 개가 엮이면서 빨리 해결됐고,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한 것은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

▲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 이미 우리가 불리한 상황에서 협상했기 때문에 양보는 불가피했다고 본다. 다만 철강 쿼터는 국내 업체들 수출에 상당한 제약이 되므로, 적용되는 시점이 언제까지인지가 중요할 것 같다.
픽업트럭 관세율 25%는 미국에서 제조업 중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하는 상당히 큰 규모다. 철강 관세를 면제받고 이 부분을 내어준 것인데, 일대일로 비교한다면 자동차 분야가 좀 아쉽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픽업트럭을 수출하는 업체가 없다고 하는데, 현재 통계만 놓고 말할 순 없다. 우리 업체가 경쟁력을 가진 내연기관차에 해당하는 픽업트럭을 향후 20년간 미국에 수출할 수 없는 제약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에 철강 쿼터에 합의한 것은 미국이 1980년대 쿼터를 여러 산업에 광범위하게 적용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로 돌아가는 인상을 준다.

▲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 자동차 쪽에서 뭔가를 내어주지 않는 이상 철강 갈등 봉합을 위한 협상이 안 되는 상황이었기에 정부가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정부와 자동차 업계 간 충분한 이견 조율과 설득 과정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당연히 무슨 근거로 철강을 돕고 자동차를 양보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할 수 있고, 이는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걸 막기 위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국내 이해당사자들과 논의했어야 했는데 그런 것이 없었던 것 같아 아쉽다. 앞으로 철강 쿼터 비율을 조정하는 과정에서도 전부 민간 자율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FTA 개정 협정문에는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구제 조치와 불리한 가용정보(AFA), 특별한 시장상황(PMS) 등 미국이 우리 업계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사용하는 반덤핑 조사기법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가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담겨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번 협상에서 우리가 실익을 취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내용은 선언적이거나 일회성이어서는 안되며, 구속력이 있고 시스템적으로 명시돼야 한다. 미국과의 통상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 트럼프 대통령이 짜놓은 판에 우리 정부가 완전히 휘말렸다고 본다. 철강 관세는 원래 없던 것인데 FTA 개정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고 미국이 던진 것 아닌가. 우리가 관세 면제 이외에 무언가를 얻어냈어야 FTA 협상을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그게 없는 것 같다. 이번 협상 결과는 고육지책이자, 백기를 든 것이다.
철강 쿼터는 정부가 명분상 철강 관세 폭탄을 피하려고 자율규제를 합의해준 것인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다. 정부는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하고자 알면서도 이런 합의를 해줬다. 철강 수출 물량을 정하는 주체는 민간이 돼야 하는데, 그것을 정부가 개입해 정한 것이라 모양새가 굉장히 나빠졌다. WTO 협정 위반 부분은 다른 나라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며 결국 국가적 평판을 해칠 우려가 있다.
정부는 명분을 주고 실리를 취했다고 하지만 철강 관세를 피하고자 우리가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픽업트럭 관세 20년 연장은 FTA라는 게 한번 만들어놓으면 고치기 어려운 만큼 자동차 업계에 앞으로 수출하지 말라는 뜻이나 다름없다. 일자리 창출에도 실패한 것이다. 아직 협정문이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의 일방적 무역구제 조치 중단과 같은 확약이라도 받았어야 하는데 그것 역시 빠진 것으로 보인다.
철강 하나만 놓고도 이런 협상을 했다면 앞으로 선박, 항공기, 반도체 등 다른 산업에서 통상갈등이 불거졌을 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번에 나쁜 선례를 만들어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 내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을 차야 하는 상황이 됐다.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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