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장이 조회 '훈화'…교장들의 탈권위 학교를 바꾸다

입력 2018-03-30 08:15   수정 2018-03-30 11:03

학생회장이 조회 '훈화'…교장들의 탈권위 학교를 바꾸다
학생회장실·운동부 북카페 설치…학생 중심 학교문화 조성 앞장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과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학교 현장에서 시도되고 있다.
뜻있는 교장들이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고 학생 중심의 학교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다음 달 3일 오전 8시 45분 청주 사직초등학교 강당에서는 이색적인 조회 풍경이 펼쳐진다.
교원과 전교생이 참여하는 것은 여느 학교의 조회와 다를 바 없지만, 마이크를 오래 잡는 것은 교장이 아니다.



학생이 사회를 보는 가운데 6학년 학생회장이 나서 학생회 4개 부서를 소개한 뒤 '함께 하는 행복'을 주제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한다. 교장 대신 '훈화'를 하는 셈이다.
'전교 다모임'으로 명명한 전체 조회가 매월 학생회 주도로 열리고, 조회 식순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발언대'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알린다.
백승운 교장은 조회 말미에 학생회 자치활동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간단한 격려사만 한다.
백 교장은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치활동을 통해 성취감과 자긍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에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라며 자신의 집무실 입구와 건물 곳곳에 8대의 탁구대를 설치, '탁구교장샘'으로 불리는 청주 오송고 김흥준 교장의 제자 사랑은 끝이 없다.
최근에는 5층짜리 학교건물 중 교장실과 교무실이 있는 1층에 학생자치실을 마련했다. 김 교장은 학생자치실 이름을 학생회장실로 구상했다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취합, 내부에 학생회장 명패를 마련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며 학생회장실 독자 설치를 추진하던 중 충북도교육청이 학생자치실 시범 설치 사업을 추진하자 공모에 응했다. 이 사업에 선정된 오송고는 예산 지원 즉시 책상과 테이블, 냉장고 등 집기류를 들여놓을 예정이다.


김 교장도 체육대회, 축제 등 모든 교내 행사의 첫 인사말을 학생회장에게 맡기고 있다.
전교생 42명 중 22명이 야구부 소속인 청주 현도중학교로 지난 3월 부임한 김명철 교장은 교실 두 칸 정도의 넓은 복도에 '어진이 북카페'를 설치하고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골라 이곳에 비치했다.
시골 중학교의 운동부 학생들에게 부드러운 감성과 지성을 길러주기 위해 '한 손에는 배트, 다른 손에는 책'을 타이틀로 낭만파 야구부 육성에 나선 것이다.
김 교장과 교직원, 전교생은 지난 23일 청주 도심의 서점을 방문, 학교예산으로 각자 1권씩 도서를 구매했다.


음성군 맹동초등학교의 이정애 교장도 참교육을 지휘하고 있다.
2015년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인성 교육상을 만들었다. 성심껏 일기를 쓰거나, 착한 일을 하거나, 예의범절을 잘 지키거나, 자신의 장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에게 편지글 같은 문구를 써서 상장에 새겨 준다.
학교측은 매월 1명씩 선정해 상장과 함께 이 교장이 출연한 장학금 10만원을 전달한다. 이 교장이 지금까지 내놓은 장학금은 360만원이다.
일기 쓰는 습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부에 관심을 두게 하자는 것이 인성 교육상을 제정한 배경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낮은 자세로 혹은 남다른 교육 열정을 바탕으로 학생과 교직원들을 대하고,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에 힘을 쏟는 교장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jc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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