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어쩌다 '죽도록 일하는 사회'에 들어섰을까

입력 2018-04-25 16:12  

인류는 어쩌다 '죽도록 일하는 사회'에 들어섰을까
일본 노동전문가의 분석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967년 미국 상원 소위원회에서는 1990년대에는 주 4일제, 주 22시간 노동, 연 6개월 노동, 표준퇴직연령 38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당시 사람들은 자본주의 발달과 기술의 진보로 노동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 역시 2030년에는 주 15시간만 일하며 사람들이 따분함 때문에 고민하는 '여가의 시대'가 찾아올 것으로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미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69년 1천786시간에서 1989년에는 1천949시간으로 163시간 늘었다. 유럽 역시 1980년대 초부터 21세기 초에 걸쳐 약하기는 하지만 노동시간이 증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2002년 1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는 과로사(過勞死)를 의미하는 일본어 '가로시'(karoshi)가 새로 등재될 정도였다.
일본의 경제학자 노동문제 전문가인 모리오카 고지는 신간 '죽도록 일하는 사회'(지식여행 펴냄)에서 왜 과거의 예측이 맞지 않았는지, 어떻게 지금과 같은 과노동 사회가 됐는지 분석한다.



저자는 노동시간이 길어진 이유로 '글로벌 자본주의'와 '정보자본주의', '소비자본주의', '프리타 자본주의'를 꼽는다.
정보기술의 발전은 업무속도를 빠르게 했지만 동시에 업무 시간과 개인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가정도, 직장도 일터가 돼 어디서나 업무에 시달리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택배나 편의점이 상징하는 편리성을 추구하는 서비스 경제의 발전은 경제활동의 24시간화를 초래하면서 과노동의 새로운 요인이 됐다.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주 35시간 미만의 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한편으로는 주 60시간 일하는 장시간 노동자가 증가했다.
책은 2005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됐다. 파트타임을 비롯한 비정규 저임금 노동자가 급증하고 고용과 소득에 따른 계층분화가 확대돼 '격차사회'라는 말이 퍼져나가던 시기다. 책은 이런 배경에서 유난히 오랜 시간 일하는 일본의 초(超) 장시간 노동에 대한 내용이 많다.
한국도 여러 차례 찾아 노동시간 문제를 논의한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7월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언급했다.
그는 특례조치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아베 신조 정부의 '일하는 방식 개혁'(노동개혁)에서 설정한 시간외 노동의 상한 규제에 비하면 월등하게 전진한 개혁이라고 평가했다. 김경원 옮김. 256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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