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자들에 서구식 민주주의·시장경제 점점 매력 잃어"

입력 2018-05-02 16:23  

"중국 지도자들에 서구식 민주주의·시장경제 점점 매력 잃어"
英 저명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 중국 엘리트들 현안 인식 7가지로 분석
울프, FT에 '베이징 엘리트들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 기고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지도자들에게 서구식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매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마틴 울프 수석 칼럼니스트는 1일(현지시간) 이 신문에 기고한 '베이징의 엘리트들은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세계적인 경제전문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지난주 말 중국 칭화대가 소수의 외국학자 및 언론인들과 중국 고위 관리, 학자, 경제인을 초청해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나눈 대화를 토대로 이 칼럼을 작성했다.
마틴 울프는 이번 토론회가 지난 25년간 참여했던 중국 내 어떤 토론회보다 솔직하게 이뤄졌다면서 중국 엘리트들의 현안에 대한 인식을 7가지로 정리했다.
마틴 울프는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 100대 사상가에 2009년부터 3년 연속으로 선정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칼럼니스트다.





◇ 중국은 강력한 집중적 통치를 필요로 한다
이런 발상은 중국이 양극화 사회라는 개념과 맥을 같이한다. 한 참석자는 심지어 14억 명의 중국인 가운데 9억 명은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을 선호하지만, 나머지 5억 명은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을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마틴 울프는 소개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약 9천만 명의 당원을 보유한 중국 공산당이 국가적 단결에 필수적이지만, 부패와 당내 파벌이 공산당의 정통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 고위 관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과 국가, 그리고 군대를 살렸다"는 말까지 했다고 마틴 울프는 전했다. 이러한 관점은 국가주석의 3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한 헌법개정을 정당화한다.

◇ 서구식 모델은 중국과 별개다
중국은 공산당 통제 아래 잘 교육받은 테크노크라트들이 운영하는 국가시스템을 발전시켜 왔다는 게 토론 참석자들의 공통된견해였다고 마틴 울프는 소개했다.
서구식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가 중국 엘리트들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가설은 점차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마틴 울프는 진단했다.
한 참석자는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소련)의 붕괴 이후 생겨난 민주주의의 90%는 실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모든 중국 엘리트들은 중국 특색의 모델을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통제경제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마틴 울프는 진단했다.
한 참석자는 "우리는 자원을 할당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기본적인 역할을 신뢰한다. 하지만 정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으며, 시장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기업가 정신을 촉진하고, 사적인 경제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핵심지도자'(시진핑)라는 개념이 강력한 정부와 경제적 자유를 이끌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마틴 울프는 소개했다.

◇ 중국은 세계를 경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참석자들은 중국 내부의 문제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런 야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면서 "중국은 세계를 경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한 고위 정책 입안자는 중국과 미국의 특수한 관계를 설명하면서 "우리는 공통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중국은 미국의 공격을 받고 있다.
한 참석자는 "미국이 현재 중국을 겨냥해 4개의 화살을 쏘았다"면서 "4개의 화살은 남중국해, 대만, 달라이 라마, 무역분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격은 체계적이라고 지적했다고 마틴 울프는 말했다.
다수의 참석자들은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상황 악화가 중국 때문이 아니라 중국을 자신들의 경제, 군사적 헤게모니 장악에 위협으로 여기는 미국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무역 문제에서 미국의 목표는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깊이 관여하는 참석자들은 무역 문제에서 미국의 목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마틴 울프는 전했다.
참석자들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려는 미국 입장은 이해하지만, 중국의 기술적인 업그레이드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중국은 미국의 공격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중국인들은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마틴 울프는 소개했다.
한 참석자는 중국은 이미 거대한 산업국가이며, 중국의 제조업 분야는 미국, 일본, 독일의 같은 분야를 합친 것만큼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중국이 방대한 숙련 인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는 과거와 달리 무역에 덜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오히려 미국 경제가 중국 경제에 더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몇 참석자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도 중국의 부상은 이제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또 중국이 미국의 군사력 우위에 도전할 수는 없지만 점차 잠재력을 키워 나가고 있으며, 결국 '1등급'의 군사강국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올해는 도전의 해가 될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오랜 기간 복잡하고 걱정스러운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는 참석자들이 많았다. 한 참석자는 "올해는 시험의 해가 될 것이다"라면서 "(미중관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세계를 흔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참석자는 한반도에서 전개되는 상황은 전자(올바른 방향)의 전조로, 미중 무역분쟁은 후자(잘못된 방향)의 조짐으로 꼽았다고 마틴 울프는 전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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