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억류후 석방 미국인들, 귀국후 정신적 고통 시달려"

입력 2018-05-11 16:34  

"北억류후 석방 미국인들, 귀국후 정신적 고통 시달려"
"다른 사람의 삶 사는 느낌"…더 잦은 절망, 극심한 분노도 호소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들 대부분이 정상 생활로 되돌아오기까지 적지 않은 분노, 불안, 상실, 죄책감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경험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전했다.
북한에서의 억류로부터 풀려나는 순간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맛봤지만, 곧바로 또 다른 '터널'로 빠져들어 갔다는 의미다.
지난 2009년 중국과 북한 접경에서 취재 중 국경침범 혐의로 북한군에 체포됐다가 억류 5개월여 만에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유나 리 기자는 귀국 후 한동안 슬픔과불안의 나날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죄책감에 그녀는 딸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자신의 석방 작업에 대한 감사가 타인에 대한 의무감으로 바뀌면서 다른 사람에게 드는 적대감을 스스로 억누르게 됐다.
그녀는 "오랜 기간, 내가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녀와 함께 억류돼 있었던 중국계 미국인 여기자 로라 링은 말이 느려지는 증상을 경험했다. 링은 "내가 오랜 기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4년 북한 함경남도 청진 여행 중 성경책을 몰래 유포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억류 6개월 만에 석방된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도 고향 오하이오로 돌아온 후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는 북한의 지하 기독교도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동기에서 그곳에 성경을 놔두고 올 계획을 미리 세웠다고 귀국 후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런 계획을 미리 공유하지 못했던 그의 여형제는 자신이 속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가족에게 편지를 쓸 수 있었던 파울은 감옥에서의 무료함을 이기려고 지역 신문에 게재되는 '퍼즐'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받지 못했다.
가족이 자신의 요구를 무시했다고 원망했으나, 그의 편지 상당수가 가족에게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귀국 후에야 알았다.



한국에서 영어교사를 하다 2010년 북한에 불법 입국한 뒤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몇 개월 복역했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는 2017년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국은 사고사가 아닌 자살로 결론지었다.
곰즈는 귀국 후인 2015년 인터뷰에서 "불안 때문에 나는 거의 은둔자가 됐다"고 말하는가 하면, "북한에 있었을 때보다 귀국한 후 절망감을 더 자주 느낀다"고 말했다.
북한에 2010년 11월부터 6개월 동안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씨는 NYT에 "북한 당국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극심한 분노를 느꼈다. 내가 계속 피해자라는 느낌이었다. 내 일상생활도 힘들어졌다"고 귀국 후를 설명했다.
NYT는 북한에 장기 억류됐다가 9일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김동철,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김학송씨를 언급하면서, 이들이 앞으로 정상 생활로 복귀하기까지의 과정이 이들처럼 순탄치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quinte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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