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통역 봉사하는 고려인 4세…"한국도 러시아처럼 이겼으면"

입력 2018-06-15 15:46  

[월드컵] 통역 봉사하는 고려인 4세…"한국도 러시아처럼 이겼으면"
박유리씨,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자원봉사


(모스크바=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전이 열린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의 기자회견장에 들어서자 "안녕하세요?"라는 익숙한 인사가 들렸다.
빨간 유니폼을 입은 한 자원봉사자가 자신을 교포라고 소개하며 "오랜만에 한국어를 쓰게 됐다"며 더 반가워했다.
무리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이 자원봉사자는 러시아에서 나고 자란 고려인 4세 박유리(20) 씨다.
러시아에서 흔한 남자 이름인 '유리'를 한국 이름으로도 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 모스크바에서 자란 그는 학교에서 월드컵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지를 보고 좋은 추억을 쌓기 위해 지원했다고 했다.
고려인 4세쯤 되면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박씨는 아버지가 대학교 때 한국어를 공부하다 한국인 어머니를 만나 태어났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한국어를 배웠다.
어머니가 부산 출신이라 어려서는 부산 사투리를 구사했지만 이젠 한국 예능 프로그램 등을 접하고 1년 한두 차례씩 한국을 오가면서 표준어에 가까운 한국어를 구사하게 됐다.
박씨는 "제일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아는 형님'이고, '무한도전'이 끝났을 땐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며 여느 한국 청년처럼 말했다.
그는 개막 전날엔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에서도 통역 봉사를 하고 개막식 날도 일찍부터 경기장을 지켰지만 한국인 관중이 많지 않아 본연의 통역 봉사 업무를 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근무지는 모스크바지만 한국인 통역 자원봉사 업무를 위해 한국과 스웨덴 경기가 열리는 니즈니 노브고로드로도 '출장' 근무를 자원했다.
박씨는 "경기장을 찾은 한국 사람들이 말이 통하지 않아 불편한 일이 없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3살 때까지 축구 선수였다는 박씨는 이날 개막전에서 러시아가 5-0으로 대승을 하는 것을 보고 "다들 너무 놀랐다. 진짜 축구경기가 아니라 컴퓨터 게임 같았다"고 흥분했다.
그는 "한국도 독일, 멕시코와 함께 어려운 조에 속하게 됐지만 이겨서 16강에 진출하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학도인 박씨는 앞으로의 희망을 묻자 의외로 '음악'이라고 답하며 "보통 러시아 음악이 서쪽(유럽)에서 많이 영감을 얻는데 난 동쪽(아시아)에서 영감을 얻어 한국 느낌이 나는 음악을 만든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재단 행사로 한국에 왔을 때 한국에 대한 애틋함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는 그는 한국과 러시아에서 모두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mihy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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