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강제재 한달 앞…이란, '원유 동맥' 쥐고 벼랑끝 대치

입력 2018-07-06 05:26  

美 최강제재 한달 앞…이란, '원유 동맥' 쥐고 벼랑끝 대치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공식화…핵활동도 재개 움직임
이란 국민 불만 고조하려 미 제재 철회 가능성 작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미국이 지난 5월 8일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사상 최고 강도의 제재를 이란에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D-데이'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양측의 대치도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
북미 관계처럼 양측의 극한 대치가 극적인 반전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지만, 현재로선 악재만 겹치는 데다 이란 역시 미국만큼이나 강경해 타협을 기대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 보인다.
북미 관계에서 한국처럼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중재자나 메신저 역할을 맡고 나서는 곳도 없다. 이란 핵협상에 직접 참여한 유럽연합(EU)이 양측을 오가며 외교적으로 노력했으나 양보를 얻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EU는 무역 갈등을 겪으면서 관계가 껄끄럽다.
미국이 복원하는 대이란 제재의 핵심은 이란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원유 수출을 고사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에 제재를 피하려면 시리아, 예멘, 레바논 등 중동 내 국가를 지원하거나 간섭하지 말고 탄도미사일 개발도 국제 사찰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밀었다.
사실상 '백기 투항'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한 이란은 미국의 제재 복원을 기정사실로 하고 협상을 제외한 모든 카드를 내보이며 벼랑 끝으로 한발씩 다가가고 있다.
제재일(8월6일)이 다가오면서 걸프 해역의 입구이자 원유 수송의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도 봉쇄할 수 있다는 경고장까지 내보였다.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5일 "우리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표현한 이 계획(호르무즈 해협 봉쇄)이 필요할 경우 실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거나 아니면 아무도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3일 "이란이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는 데 다른 중동 산유국은 계속 수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막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이스마일 코사리 사령관도 4일 현지 언론에 "그들(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중단시키길 원한다면,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어떤 원유 선적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에 있는 폭 50㎞의 바다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30%(올해 상반기 하루 평균 1천740만 배럴)를 점하는 요충지다.
전 세계에 중동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동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중동에 원유 수입을 80% 가까이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도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이란은 미국과 대치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이나 상선을 공격할 수 있다면서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곤 했다.
이른바 '유조선 전쟁'으로 불린 1980년대 이라크와 전쟁에서도 이 해협은 막힌 적이 없다.
2012년 미국과 EU가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재했을 때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봉쇄 위협만으로도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는 것은 물론, 국제 유가도 영향받았다.
이 해협을 막게 되면 미국 진영과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는 데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란이 단기간 봉쇄할 수는 있겠지만 걸프에 주둔하는 미 5함대와 중부사령부가 개입하면 이란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고 대체로 전망한다.
이란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판세를 흔드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그야말로 수세에 몰려 마지막에 쓸 수 있는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이란이 이 해협을 봉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무게가 쏠리지만, 미국의 틈을 주지 않는 강경한 공세를 고려하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란은 핵합의의 틀 안이긴 하지만 최근 중부 이스파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9년 만에 가동하면서 핵활동 재개를 위한 '워밍업'을 시작했다. 여차하면 핵합의 이전으로 돌아가 핵무기 보유를 위해 전력질주 하겠다는 것이다.
또 생활필수품까지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정해 외화 유출을 최대한 막는 동시에 국산품으로 수입품을 대체하는 자급자족 경제 구조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터키, 인도 등 주요 교역국과 '원유-상품 물물교환'을 추진하고 EU엔 미국이 제재해도 이란산 원유 수출을 보장하는 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양측이 막판에 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을 낮추는 정황은 최근 이란에서 벌어진 민생고 시위를 대하는 미국의 태도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말 물 부족, 정전, 자국화폐 가치 급락, 물가 급등, 임금 체불 등 민생고와 경제난에 항의하는 시위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전국 여러 도시에서 열렸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이란에서 이런 시위는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해 말 비슷한 성격의 시위가 벌어진 지 불과 반년 만에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표면화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런 이란 내 상황 전개에 매우 반색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아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이란의 정권 교체가 내부의 '민중 봉기'로 성사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정권을 흔들 만큼 강한 동력으로 분출하려면 이란의 경제난을 한층 악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경제 제재를 철회할 이유가 없게 된다는 뜻이다.
다만, 정부를 비판하는 이란 국민도 이런 '미국의 응원'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현재 이란의 정부 비판 세력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도 있지만 반미 보수파가 대부분이기도 하다.
정부의 경제·외교 정책이 실패했지만, 이란이 겪은 어려움은 미국의 불공평하고 제국주의적 제재와 압박이라는 인식이 이란에선 뿌리 깊다.
hskang@yna.co.kr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