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로 빈곤 탈출…佛 변두리 이민가정 청소년들의 꿈

입력 2018-07-12 19:02  

[월드컵] 축구로 빈곤 탈출…佛 변두리 이민가정 청소년들의 꿈
프랑스 대표팀 23명 중 15명이 아프리카·아랍계
20년 전 우승으로 인종·문화적 다양성 가치 부각…전망은 엇갈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축구대표팀에 포진한 유색인종 선수들의 활약으로 프랑스 대도시 변두리 이민 2세 청소년들의 축구를 통한 성공 신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프랑스 대표팀 선수 23명 중 3분의 2가량인 15명이 아랍계와 아프리카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준결승에서 승리 골을 기록한 사뮈엘 움티티(24)는 카메룬에서 태어나 2살 때 프랑스로 왔고, 16강 아르헨티나전에서 대활약한 킬리안 음바페(19)는 부모가 각각 카메룬과 알제리 출신이다.
이들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승한 자국 대표팀과 곧잘 비교된다.
당시 프랑스팀은 지네딘 지단 등 아프리카와 아랍계 이민 2세 선수들의 활약으로 개최국 우승의 영예를 안겨줬다.
인종적 다양성이 돋보였던 1998 월드컵 대표팀은 이때 프랑스 삼색기 '블뢰 블랑 루즈'(청·백·적)를 따라 '블랙 블랑 뵈르'(흑인·백인·마그레브인)라는 별칭을 얻었다.
현재 프랑스 대표팀 중 유색인종 선수들 역시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방리우'(banlieu)라 불리는 대도시 주변 저소득층 거주지에서 나고 자랐다.
할 만한 놀이라고는 그저 공을 차고 노는 것 외에는 마땅치 않았던 청소년들은 자신과 같은 방리우 출신 선수들의 활약을 동경하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이번 대회에서 대스타로 떠오른 음바페가 자란 파리 북쪽의 위성도시 봉디 출신 청소년들은 전에는 이 지역 출신인 것이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자랑스럽게 얘기한다고 한다.
음바페를 어렸을 적 가르쳤던 축구 코치 앙토니오 리카르디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최고의 선수들은 대부분 이런 변두리 출신에서 나온다. 애들이 항상 공을 가지고 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건 방과 후건 애들은 축구를 위해 산다"고 말했다.
인구 5만의 소도시인 봉디는 작년 파리생제르맹이 1억8천만 유로(2천300억 원 상당)라는 거액을 들여 음바페를 영입한 뒤 고속도로 인근에 '봉디, 모든 것이 가능한 도시'라고 적은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리우 지역 청소년들이 꿈이 축구선수 외에는 딱히 없다는 것은 프랑스의 고질적인 지역 및 빈부 격차,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여실히 보여준다.
봉디 역시 파리라는 화려한 도시 옆에 있지만, 인프라와 경제사정이 비교할 수 없이 열악하다. 단적으로 봉디의 실업률은 11.8%로 파리(7.1%)보다 훨씬 높다.
봉디를 포함한 파리 북부 방리우 지역은 2005년 흑인과 아랍계 청소년을 중심으로 대규모 폭동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당시 파리 교외의 북아프리카 이민자 거주 지역에서 죄 없는 10대 소년 3명이 경찰차를 보고 무작정 도망가다가 변전소로 잘못 들어가 이 중 두 명이 감전사로 숨지는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 전역에서는 인종차별과 만성적인 실업 등 이민자 사회의 누적된 사회적 불만이 폭발했다.



당시 두 달가량 이어진 소요사태로 전국에서 300여 채의 건물과 1만여 대의 차량이 불탔고 3천 명이 체포됐다.
1998년 월드컵 우승 후 대표팀의 인종적 다양성에 찬사를 보내던 분위기는 2005년 폭동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프랑스는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를 여러 차례 겪은 뒤 아프리카와 아랍 이민자들과 난민들에 대한 시선이 더욱 싸늘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 2세들로 채워진 월드컵 대표팀의 맹활약으로 인종적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가 프랑스에서 새삼스럽게 재조명되고 있다.
역사학자 이반 가스토 박사는 일간 르 몽드 인터뷰에서 "1998년 대회 우승 후 프랑스 대표팀은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주제의 핵심이 됐다"면서 "승리는 사회통합의 성공을, 패배는 공동체주의와 연대의 부재를 뜻한다는 식으로 축구로 사회를 말하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유소년시절의 음바페를 가르쳤던 축구 코치 앙토니오 리카르디는 "(대표팀의 활약으로 이민자들에 대한) 긍정적 모멘텀이 생기고 사람들이 잠시 단합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20년 만에 다시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프랑스는 오는 15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와 결승에서 격돌한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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