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車제조사 '늑장대응'…"소비자 보호장치 손봐야"

입력 2018-08-05 06:13  

반복되는 車제조사 '늑장대응'…"소비자 보호장치 손봐야"
전문가들,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집단소송제 도입 등 제안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BMW 코리아의 차량 화재 관련 늑장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디젤 게이트' 당시 한국 소비자들을 차별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이번에 BMW 코리아마저 안일하게 대응한 정황이 나오자 소비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BMW 코리아가 리콜 계획을 발표한 시점은 이미 올해만 20여대의 차량이 불에 탔을 때다.
차량 화재는 하루 평균 10건 정도가 발생하지만, 특정 브랜드의 동일한 차종에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불이 난 사례는 이례적이다.
정부가 지난 6월 화재 빈도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제작결함 조사를 시작하고 나서야 BMW 코리아의 리콜 계획이 결정됐다.
일부 차주들 사이에서는 2015년부터 유사한 화재 사고가 여럿 있었음에도 BMW 코리아가 사태가 커지기 전까지 차주 개인의 잘못으로 돌리며 부실 대처를 했다는 불만도 나왔다.
BMW 코리아는 그동안 차가 모두 전소했었고 그나마 덜 탄 차량을 확보한 뒤에야 결함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선제적으로 결함 여부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제조사의 이 같은 무책임한 행태를 막고 소비자 피해를 줄이려면 미국이나 영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제조사가 고의적·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큰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 제도가 있으면 기업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배상금을 물 수도 있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와 선제적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사실 국내에도 제조물책임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이미 도입돼있다.
제조물책임법 제3조2항에 따르면 제조업자가 제품의 결함을 알면서도 조처를 하지 않아 소비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 제조업자에게 피해 정도의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이 부과된다.
이 법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작년 3월 국회에서 통과해 올해 4월부터 시행됐다.
문제는 배상액 규모가 최대 3배로 크지 않은 편이고,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에만 해당해 이번 BMW 사태처럼 재산상 손해만 발생한 경우라면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지난 2005년 5만6천달러짜리 벤츠 차량 구매 고객이 8배에 해당하는 최대 48만달러를 배상받은 사례가 있다"며 "국내법상 배상액 규모를 최대 3배로 제한한 것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제조물책임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이를 형법 조항으로 묶어 관련 부처에서 제조사의 고의적인 불법행위를 적발했을 때 형사 고발할 권리를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함께 '집단소송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해 승소하면 그 효력이 별도의 판결 없이도 동일한 피해자들에게 적용되는 제도를 말한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 소송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국내엔 도입돼있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BMW 차주들이 공동으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결과는 해당 차주들에게만 유효하다.
이번 사례와 같이 피해자가 광범위하게 많지만 배상액은 크지 않은 경우, 개별 소비자가 일일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도 집단소송제를 활용해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실효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집단소송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이른바 '레몬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단으로도 필요성이 강조된다.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중대한 하자가 2회 발생하거나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해 수리한 뒤 또다시 하자가 발생하면 원인 규명을 거쳐 교환·환불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결국 BMW 사례처럼 차량이 불이 나 다 타버리면 '중대한 하자가 2회 발생'이라는 조건을 충족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원인 자체가 사라져 레몬법 적용이 어려워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기본 틀이 마련돼있지 않는 한 형식만 따온 레몬법은 실효성이 없다"면서 "정부는 제조사 책임을 효과적으로 규명하도록 사고 빈도와 원인 등의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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