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작년 8월 WTO·나프타·한미FTA 동반탈퇴 추진"

입력 2018-09-09 16:29  

"트럼프, 작년 8월 WTO·나프타·한미FTA 동반탈퇴 추진"
우드워드 신간서 폭로…"한미FTA 파기는 므누신이 저지"
무역강경책 뒤엔 나바로·로스…내각 만류에도 추진·재추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8월 세계 경제에 큰 충격파를 던질만한 통상정책의 변화를 전격 결단했으나, 실행하지는 않은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는 11일(현지시간) 출간되는 미국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를 미리 입수해 9일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세계무역기구(WTO),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NAFTA), 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 FTA)에서 탈퇴하겠다고 결정했다.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 등이 깜짝 놀라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을 되돌리려고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대통령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집무실에 곧 합류해 탈퇴 강행시 미국 국가안보와 경제에 미칠 지독한 결과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못해 물러섰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미 FTA에 대해서는 종전의 입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2017년 9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의 종료를 통보하는 서한을 직접 손에 들고 나타났다.



한미 FTA의 발효와 종료를 다루는 협정문 24.5조는 한 당사국이 상대 당사국에 협정의 종료를 알리면 서면을 보낸 지 180일 뒤 협정이 파기되도록 한다.
우드워드는 콘 전 위원장,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과 자주 충돌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나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이 편지를 작성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여기서 탈퇴할 것"이라며 "그냥 글을 다듬어 공문으로 작성한 뒤 오늘 당장 보내버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드워드의 책에 따르면 이 발언에 놀란 고위 관리들이 다시 '행동'에 나섰는데 이번에는 므누신 재무장관이 제동을 거는 데 성공했다.
므누신 장관은 '한미 FTA를 파기하면 의회에 있는 자유무역주의자들이 분노해 대규모 감세법안의 통과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긍하고 다시 결정을 유보했으나, 감세법안이 통과된 뒤 그 태도가 또 바뀌었다.
앞서 WP는 한미 FTA 파기서한이 발송되지 않은 것은 콘 전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서 이를 빼돌렸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하나의 완전한 허구"라며 이 같은 주장을 부인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대규모 무역협정에서 탈퇴하려는 정부 방침을 막으려는 노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때부터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 전 대통령 때 체결된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 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취임 직후인 2017년 1월 30일 탈퇴했고, 취임 3개월 뒤에는 멕시코, 캐나다와의 무역협정인 나프타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을 원한다고 관리들에게 말했다.
포터 전 비서관은 나프타 탈퇴가 안보 재앙이 될 것이라는 점을 말하려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던 허버트 맥매스터에게 연락했다.



다음날 열린 장관·수석보좌관들과의 긴급회의에서 나바로 국장은 강한 찬성 입장을 보인 반면, 당시 국토안보부 장관이던 켈리 현 비서실장이 '경제와 안보에서 미칠 암울한 결과'를 설명하며 반대했다.
포터 전 비서관은 설득에 힘이 부치자 소니 퍼듀 미국 농무부 장관을 대통령 집무실로 불렀다.
퍼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농민들이 나프타로부터 얻는 이득을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프타 탈퇴로 피해를 볼 주(州)들의 지도를 보여주는가 하면, 공화당 강세 지역과 선거 때 민주당과 경합하는 지역을 일일이 예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나프타를 파기하는 이른바 '180일 통보서한'을 보내지 않았고, 나프타에 대해 호전적 언사를 쏟아내는 것으로 그쳤다.
강경파인 나바로 국장과 지난 3월 퇴임한 콘 전 위원장은 무역정책을 두고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는 게 정설이다.
나바로 국장은 골드만삭스 사장 출신인 콘 전 위원장을 "월스트리트 기득권 멍청이"라고 불렀다. 철강 관세를 둘러싼 회의에서 콘 전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바로 국장에게 "제기랄, 닥치고 들으면 뭘 좀 배울지도 모르잖아"라고 언성을 높였다는 후문이다.
콘 전 위원장은 므누신 재무장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서류를 다루는 포터 전 선임비서관과 뜻이 맞았지만 나바로 국장, 로스 상무장관,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븐 밀러 선임보좌관과는 불화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드워드의 책에 따르면 나바로 국장은 콘 전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 의제를 근본적으로 반대할 목적으로 보좌관들을 숙련된 정치공작원으로 포섭해 상당한 세력 토대를 축적했다고 한 기밀 보고서에 적었다.
현재 한미 FTA는 양국이 개정안에 합의해 이달 유엔총회에서 서명을 앞두고 있다. 나프타 개정안에는 멕시코가 불리한 조건에도 서명했고 캐나다는 현재 미국과 협상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WTO를 탈퇴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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