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끝나자 호가 낮춘 급매물 속속 등장…'눈치싸움' 치열

입력 2018-09-30 08:05  

추석 끝나자 호가 낮춘 급매물 속속 등장…'눈치싸움' 치열
여전히 실거래가보다 높은 가격…매수문의는 '뚝'
거래절벽 현실화…집값 하락 우려 매수자 계약 해지 요구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고은지 기자 = "재건축을 기다리던 집주인이 9·13 대책으로 세금 부담이 늘게 되자 급매물로 내놓았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매수자가 없네요."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에는 호가가 5천만원 이상 하락한 매물이 속속 등장했다.
전용면적 76㎡의 경우 9·13 대책 전 19억2천만원에 팔렸던 것이 지금은 18억5천만∼18억7천만원으로 떨어졌다.
전용 82㎡는 거래가격이 20억5천만원에서 2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3.3㎡당 1억원에 거래됐다는 소식에 정부가 진위 파악에 나섰던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전용 129㎡가 최근 37억2천만원에 매매됐다.
한강 조망 등이 뛰어난 물건은 아니지만, 시세보다 1억∼2억원가량 싸게 팔린 것이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한때 호가가 16억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15억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이 (15억원보다) 가격을 더 조정해줄 의사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그런데도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 "세 부담 털자" 급매물 나와…양도세와 '저울질'
추석 연휴가 끝난 후 수천만원에서 1억원가량 호가가 떨어진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9·13 대책 후 고민하던 일부 다주택자나 갭투자자들이 결국 집을 팔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전 10여개 수준이던 매물이 현재 20개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여의도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물이 여전히 많진 않지만, 조금씩 풀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4일 조사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번 상승률은 지난 7월 17일 0.10% 이후 최저치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매도자 우위 기세도 한풀 꺾였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집값이 다락같이 오르면서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배액 배상을 하면서까지 계약을 해지를 요구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출이 까다로워진 데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에 일부 매수자는 계약 해지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대부분 매도자가 해지를 거부하면서 매도·매수자 간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급매물이 나오면서 호가 상승은 멈췄지만,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보긴 어렵다.
대다수 매물이 여전히 실거래 최고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가가 16억원에서 15억원 안팎으로 떨어진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지난 8월 실거래가격은 14억원이었다.
아현동의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이 이전처럼 호가를 올리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최고 실거래가는 받고 팔려고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2차 아파트는 9·13 대책 이후 대형면적을 중심으로 실거래가보다 3억원 가까이 낮은 물건이 나오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집주인이 보유세와 양도소득세를 저울질하다가 매도를 보류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세금 때문에 매물을 내놓았다가 양도소득세가 너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매도인이 다시 거둬들였다"며 "지금은 매도·매수 모두 완전히 소강상태"라고 말했다.



◇ 매수자는 '보류' 결정…전셋값은 동네마다 차이
서울 대다수 지역에서 매수자의 발걸음은 뚝 끊겼다.
대출받기가 어려워진 데다가 집값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면서 '일단 두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잇따라 강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데다가 생각보다 집값이 많이 내려가지 않은 것도 매수 의향을 접는데 영향을 미쳤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발표 직후 급매물이 1∼2개 나오긴 했으나 매수자가 없다"며 "전체적으로 호가가 떨어지는 분위기도 아니라서 아예 거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발언이 나왔을 당시 호가와 상관없이 매물이 나오기만 하면 거래가 됐던 여의도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여의도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종종 문의가 있긴 한데 시세만 알아보고 거래까지 이어지진 않고 있다"며 "일단 올해는 종합부동산세 과세가 끝난 만큼 집주인도 내년 상반기까지 두고 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용산구 이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전화조차 뜸하다"면서 "매도자나 매수자나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오름세가 덜했던 '노(원)·도(봉)·강(북)'은 그래도 매수인의 발길이 간간이 이어졌다.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을 보면 도봉구는 0.18%로 서울 25개 구 중 상승 폭이 가장 컸고, 강북구(0.16%)나 노원구(0.15%)도 전체 평균(0.10%)을 웃돌았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매수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매도 중심으로 기울지도 않았다"며 "여전히 수요가 있어서 호가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은 전반적으로 일정한 흐름을 보이는 대신 동네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있는 서초구나 강남구 개포동은 강세를 보였다.
현재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방배5구역, 개포주공1단지 등이 이주 중이고 방배13구역도 오는 10월 이후 이주가 시작된다.
반면에 신축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지역은 소폭 하락했다.
올해로 입주 4년 차를 맞은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이달 처음 입주하는 마포자이 3차와 이사 시기가 맞물리면서 전셋값이 수천만원가량 떨어졌다.
송파구도 오는 12월 9천510가구 규모의 가락동 헬리오시티 입주를 앞두고 전셋값 상승에 제약을 받고 있다.
sms@yna.co.kr, e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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