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산업] 엔진 꺼지나…자동차업계 '위기론' 확산

입력 2018-12-17 07:00  

[2018 산업] 엔진 꺼지나…자동차업계 '위기론' 확산
완성차 5개사 모두 실적 부진…1차 협력사는 절반이 적자
한국GM 구조조정 갈등 지속…BMW '불자동차' 오명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2018년 한해 자동차업계는 그야말로 '혹한기'를 보냈다.
현대차[005380]를 비롯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깊어지며 부품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했고, 한국지엠(GM)은 군산공장을 갑작스럽게 폐쇄하면서 구조조정으로 진통을 겪었다.
수입차 양대산맥으로 승승장구하던 BMW는 차량 연쇄 화재가 터지면서 수입차 역대 최대 규모의 리콜을 실시,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 내수·생산·수출 모두 후진한 한국 자동차
현대차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천88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6.0% 급감했다.
증권가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였던 8천억∼9천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던 2012년 2분기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 그친다.
영업이익률은 1.2%로 1년 전보다 3.8%포인트나 하락했다.
2013년까지 2조원을 넘던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이후 1조원대를 유지해오다가 작년 4분기 1조원 밑으로 떨어진 뒤 네 분기째 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일회성 비용 발생이나 원·달러 환율 하락과 같은 외부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어닝쇼크'(실적 충격)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차 외에 다른 4개 완성차 제조사도 일제히 실적 부진을 겪었다.
기아차[000270]는 3분기 영업이익이 1천713억원, 영업이익률은 0.8%에 머물렀고 쌍용차[003620]는 올해 3분기 2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작년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올해 1∼11월 누적 판매량은 1년 전보다 각각 12.2%, 16.4% 감소했다.
완성차업체의 실적 부진 여파는 부품업계로 직결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상장한 1차 협력부품업체 89개사 중 42개사(47.2%)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6월부터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인 리한을 시작으로 다이나맥, 금문산업, 이원솔루텍 등 부품업체들이 잇따라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에나인더스트리는 부도가 났다.
각종 지표를 봐도 한국 자동차산업의 하락세는 뚜렷하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367만1천784대로 8년 만에 연간 400만대 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자동차 생산국 순위 5위를 유지하던 한국은 2016년 인도에 밀려 6위로 떨어졌고, 올해 10월까지도 이미 멕시코에 추월당해 7위로 내려앉을 공산이 커졌다.
올해 1∼11월 자동차 수출량은 222만9천733대로 1년 전보다 5.2% 줄어 8년 만에 연간 250만대를 밑돌 전망이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자동차업계는 최근 '자동차산업발전위원회'를 열어 연산 규모를 올해 400만대 이상 유지하고 2025년까지 450만대 수준으로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노력으로 신규 투자 확대와 신차개발 가속화, 부품 협력업체들과의 상생 협력, 협력적 노사관계로의 발전 등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갈등
설 연휴를 앞둔 2월 13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국GM 군산공장을 5월 말까지 완전히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준중형차 크루즈, 다목적차량(MPV) 올란도를 생산하던 한국GM 군산공장의 가동률은 최근 3년간 평균 약 20%에 불과해 사실상 생산이 거의 중단된 상태였다.
업계에서는 수년간 적자에 허덕인 한국GM의 부실 폭탄이 결국 터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GM의 2014∼2017년 4년간 누적 당기순손실 규모는 약 3조원에 이른다.
경영난이 깊어진 것은 경쟁력을 잃어 차가 잘 팔리지 않은 데다 GM의 대대적인 글로벌 사업 재편으로 수출 위주이던 한국GM이 공급처를 잃었기 때문이다.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진행된 전 사원 대상 희망퇴직으로 전체 1만6천명의 직원 중 3천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GM은 비용 절감을 위한 한국GM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과 우리 정부와의 자금 지원 협상을 병행했다.
노사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법정관리 직전까지 내몰렸고 결국 GM이 한국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지만, 4월 23일 교섭이 잠정 합의에 이르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정부와의 협상에서는 GM이 기존 대출금 28억달러(약 3조1천603억원)의 출자전환을 포함해 총 64억달러를 지원하고, 산업은행은 7억5천만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했다.
판매 회복에 속도를 내지 못하던 한국GM은 7월 20일 생산공장과 별도의 연구개발(R&D) 신설법인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또다시 철수설이 불거지고 노사 갈등도 재점화했다.
사측은 GM의 차세대 글로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개발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으나 노조는 향후 신설법인만 남겨놓은 채 공장을 폐쇄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런데도 한국GM은 10월 19일 주주총회를 열어 신설법인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후 산업은행과의 법적 다툼 끝에 주총 결의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이 나오면서 일단 사업 추진은 중단됐다.
배리 엥글 GM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최근 방한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면담하는 등 법인분리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GM은 산업은행과 실무 차원의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다.



◇ '불자동차' 오명 쓴 BMW
주행 중이던 BMW 차량에서 잇따라 불이 나면서 올여름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BMW 차량 화재는 7월에만 11건, 1∼7월 총 27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는 화재 빈도가 너무 잦다고 보고 7월 16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제작결함 조사를 지시했다.
결국 디젤차 부품인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결함이 화재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7월 26일부터 520d 등 42개 차종 10만6천여대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과 리콜 조치가 시행됐다.
이는 국내에서 이뤄진 수입차 리콜 중 가장 큰 규모다.
당시 BMW가 밝힌 화재 원인은 EGR 쿨러에서 냉각수가 새어 나와 EGR 파이프와 흡기다기관 등에 침전물이 쌓였고, 열린 EGR 바이패스 밸브로 냉각되지 않은 고온의 배기가스가 빠져나가면서 침전물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었다.
안전진단과 리콜을 해야 하는 차량이 워낙 많다 보니 BMW 서비스센터에 연락이 제대로 닿지 않거나 부품 공급이 지연돼 예약이 수개월 뒤로 잡히는 등 고객 불편이 잇따랐다.
결국 화재를 직접 경험한 차주를 비롯해 리콜 대상 차주들이 집단으로 BMW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으로까지 확산했다.
리콜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BMW 사태는 안전진단 기간에도 계속해서 불이 나고 심지어 진단을 완료한 차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다시 논란이 커졌다.
언제 불이 날지 모른다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대형 빌딩 주차장에는 BMW 차량 임시 주차구역이 등장했으며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는 아예 주차를 거부하는 사례도 생겼다.
결국 8월 16일 리콜 대상이면서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못한 BMW 차량 약 1만5천대에 대해 운행중지 명령이 내려지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8월 20일부터 시작된 리콜은 현재까지 90% 가까이 완료됐다.
BMW는 연말까지 리콜을 모두 완료한다는 계획이며, 화재 위험은 낮지만, 예방 차원에서 118d 등 당초 리콜 대상에서 제외했던 차량을 추가로 리콜하기로 하고 정부와 규모 등을 협의하고 있다.
BMW 발표 외에 다른 화재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한국교통안전공단 주도로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종 조사 결과는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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