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인니 여성 전격 석방 배경은…말레이 정부 입김 탓?

입력 2019-03-11 13:00  

김정남 암살 인니 여성 전격 석방 배경은…말레이 정부 입김 탓?
검찰·재판부, 입장 급선회…혐의 변경 등 조처도 없이 석방
인니·베트남과의 관계 고려한 듯…北과도 외교관계 정상화할 듯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인도네시아인 여성을 말레이시아 당국이 11일 전격 석방한 데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까지도 이들이 '훈련된 암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던 검찰이 갑작스레 공소를 취소하고, 재판부는 기다렸다는 듯 석방한 과정이 언뜻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담당해 온 말레이시아 샤알람 고등법원은 작년 8월에는 김정남을 살해한 동남아 여성 두 명과 북한인 용의자들 간에 김정남을 "조직적으로" 살해하기 위한 "잘 짜인 음모"가 있던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고 판시했었다.
하지만, 말레이 검찰은 11일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7)에 대한 살인혐의 공소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별도의 무죄 선고 없이 시티를 즉각 석방했다.
시티와 함께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의 얼굴에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를 발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베트남 국적 피고인 도안 티 흐엉(31·여)도 조만간 같은 방식으로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반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의 최대 쟁점은 두 여성이 김정남에 대한 살해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였다.
두 사람이 김정남의 얼굴에 VX를 발랐고, 이로 인해 김정남이 사망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피고인들은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살해 도구로 이용됐다는 주장을 입증하더라도 과실치사 등 다른 혐의로 처벌될 가능성이 컸지만, 말레이 당국은 이런 전망을 뒤집고 시티를 전격 석방했다.
말레이시아 검찰과 재판부는 아직 기소취하와 석방 결정의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현지에선 이웃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과의 관계를 고려한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번 사건을 이쯤에서 마무리하길 원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정부는 시티와 흐엉이 타국의 정치적 문제에 휘말려 '무고한 희생양'이 됐다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를 압박해 왔다.
말레이시아 현행 형법은 고의적인 살인에 대해 예외 없이 사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유죄 판결이 날 경우 두 나라와 갈등이 불가피해진다.



반대로 무죄 판결을 한다면 북한 정권을 암살 배후로 지목하는 모양새가 돼 북한 측의 반감을 살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이 김정남의 시신 인도를 요구하며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을 억류하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 외교 관계를 사실상 단절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북한의 전통적 우방으로 꼽혔다.
실제, 말레이시아는 시티와 흐엉에게 VX를 주고 김정남을 공격하도록 한 뒤 국외로 도주한 북한인 용의자 4명을 '암살자'로 규정하면서도 북한 정권을 사건의 배후로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
작년 5월 총선에서 전 정권을 몰아내고 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맛 현 총리는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복원하겠다"며 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말레이시아 정부는 두 여성에 대한 공소를 취소함으로써 사건을 종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2018년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무드가 형성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기조가 완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런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루스디 키라나 현지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는 시티가 석방된 직후 기자들을 만나 말레이시아 정부에 감사한다는 뜻을 밝혔다.
시티는 현지 인도네시아 대사관으로 이동했다가 곧 귀국할 것으로 전망된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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