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지금도 전 세계 배우 160명 이름 외웁니다"

입력 2019-03-21 16:09  

이순재 "지금도 전 세계 배우 160명 이름 외웁니다"
영화 '로망'서 치매 노인 연기…"휴머니즘 영화 더 많이 나와야"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배우 이순재(84)와 대화하다 보면 놀랄 만한 암기력에 압도당한다.
21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순재는 유럽과 미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주요 작품들과 주연 배우 이름을 줄줄이 읊었다. 그는 "전 세계 배우 160여명의 이름을 외운다"고 했다.
그런 그가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영화 '로망'(이창근 감독)에서 치매 노인을 연기했다. 동반 치매가 찾아온 노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중증 치매를 앓는 아내 이매자(정영숙 분)에 이어 경증 치매 증상을 보이는 75세 남편 조남봉 역을 맡았다. 전형적인 가부장적 남편이자 아버지로, 반평생 자신과 자식을 뒷바라지한 아내를 무시하지만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아내 곁을 지킨다.
이순재는 "결국은 부부밖에 없다는 것, 황혼까지 변치 않은 사랑이 바로 로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기억력, 암기력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이순재지만, 그 역시 "치매에 걸릴까 걱정된다"고 했다.
"그래서 가끔 암기력 테스트를 해봐요. 예전에 좋아한 배우 이름을 한명씩 떠올리거나, 미국 대통령 역사를 통째로 외운 뒤 한 달 뒤에 다시 생각해내기도 합니다."
올해 연기 경력 63년째인 이순재는 각각 100여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 베테랑이다. 그는 "요즘 젊은 친구들은 연기를 잘한다"면서도 아쉬운 점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사전을 펴놓고 정확한 발음부터 배웠어요. 배우가 쓰는 말은 연령이나 지식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듣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우리말은 동음이의어가 많아서 발음으로 구체적으로 구분하지 않으면 의미 전달이 안 될 때가 많아요.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내용은 더욱더 정확한 발음으로 전달해야 하죠."


그는 "연기도 바둑처럼 단수가 있어서 9단까지 가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며 "조금 '떴다'고 거기에 연연하다 보면 거기에서 끝난다.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능력도, 욕구도 그 자리에서 끝난다"고 강조했다. 본인 연기를 바둑으로 치면 어느 정도 수준으로 평가하느냐고 조심스럽게 묻자 "5단 정도"라고 답했다.
이순재는 중장년 연기자들의 설 자리가 주는 현실도 언급했다.
그는 "젊은 연기자들이 설 자리가 그만큼 많아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며 "예전처럼 시청률 40~50%가 나오는 작품이 거의 없고 대부분 10% 안팎에서 머물다 보니 중량감 있는 배우보다 '대체가 가능한 배우'들을 방송사에서 기용하는 것 같다. 또 중견 배우 스스로 의욕을 잃고 정체된 경우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JTBC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서 치매 노인 연기로 호평을 받은 김혜자에 대해선 "역할을 위해 자기를 버리는 스타일"이라며 "대부분 여배우는 예쁘게 보이려고 하는데, 김혜자 씨는 분장 등 그런 면에서 역할에 근접하려고 상당히 노력하는 배우"라고 말했다.
그는 "배우는 분장하는 순간 내 얼굴을 버려야 한다"며 "그 점이 분장과 화장의 차이"라고 했다.
이순재는 한국영화 현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요즘 한국영화가 다양해지긴 했지만, 체제 고발이나 시대 상황, 정치성을 띤 드라마나 폭력물이 주로 나오는 것 같아요. 잔잔하면서도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영화, 남녀 간의 사랑, 가족 간의 사랑, 친구 간 우애 등 휴머니즘을 강조한 영화가 더 많이 나와야 합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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