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파도속 나토 '70돌'…美동맹 '흔들' 러 '압박' 中 '새 위협'(종합)

입력 2019-04-03 15:45  

삼각파도속 나토 '70돌'…美동맹 '흔들' 러 '압박' 中 '새 위협'(종합)
트럼프 일방주의 드라이브 속 美-유럽회원국 방위비 분담 문제 놓고 갈등
러시아 2008년 조지아 무력 침공·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등 군사적 위협
화웨이 통신장비·중국 일대일로 참여 등 중국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세계 최대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오는 4일(현지시간) 창설 70주년을 맞는다.
1949년 4월 출범한 나토는 냉전 시절 소련과 동맹국이 형성한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맞서 서방의 안보를 지켜낸 성공한 동맹이었다.
그러나 창설 70주년을 맞는 현재 나토의 양대 축인 미국과 유럽은 전례 없는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낙후한 무기체계를 현대화하며 긴장을 고조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간 갈등의 핵심은 방위비 분담 문제다. 미국은 방위비를 더 내라며 유럽을 압박하고 있고, 유럽 회원국들은 그럴 수 없다며 버티는 중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대부분이 유럽에 방위비를 더 내라고 요구했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박의 강도가 세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때부터 나토를 '낡은 동맹'이라고 비판했으며, '쓸모없다'(obsolete)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2017년 5월 벨기에 브뤼셀의 새 나토 본부 준공식을 겸해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노골적으로 유럽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28개국 가운데 23개국은 여전히 안보를 위해 지불해야 하는 몫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미국의 납세자들에게 불공평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참모들도 유럽의 방위비 분담을 압박했다.
제임스 메티스 전 국방부 장관은 2017년 2월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회원국이 연말까지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나토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나토의 근간인 '북대서양조약 5조'의 이행을 보장할 수 없다며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북대서양조약 5조는 '어느 체결국이든 공격을 받을 경우 그것을 전체 체결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다.



미국이 나토의 근간까지 흔들며 방위비 분담을 압박했지만, 유럽 회원국의 주머니는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지난 2011년 나토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끌어올리기로 합의했지만, 2018년까지 'GDP 2%' 기준을 충족한 회원국은 전체 29개국 중 7개국에 불과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줄곧 주장한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은 유럽 동맹국의 우려와 반발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이후 "독일은 나토에 막대한 돈을 빚지고 있고, 미국은 독일에 제공하는 값비싼 방어에 대해 더 보상받아야 한다"는 트윗을 올리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부 장관은 공식 성명까지 내고 펄쩍 뛰었다.
당시 폰데어라이엔 장관은 "나토에 빚 계정은 없다"며 독일이 나토와 미국에 막대한 방위비를 빚지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했다.
또 독일 사민당의 닐스 안넨 외교 담당 대변인은 "트럼프가 마치 중국 황제처럼 행동한다"며 비판했다.
방위비 분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안보 관련 사안에서 미국과 유럽은 크고 작은 견해 차이를 노출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2일 "일부 미국 관리들은 나토에 영향을 미치는 안보 관련 사안에 대한 유럽의 태도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독일은 러시아와 해저 파이프라인 연결을 계획했고,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제기하는 중국의 안보 위협에 대해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실례를 들었다.
또 일부 유럽 회원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재개에 동의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이 과거 소련과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탈퇴하는 것을 비판했다.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며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적국인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압박해오는 것도 나토를 위협하는 큰 요인이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를 무력으로 침공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우크라이나 함정 3척을 나포하는 등 동부 전선에 긴장을 고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했으며, 나토 회원국인 터키에 자국산 S-400 지대공 미사일을 판매하는 등 동유럽과 중동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나토가 창설 70주년을 맞아 최근 흑해 지역의 러시아 군비 증강에 맞서기 위해 대응 군비 강화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지난해 11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함정 3척을 나포한 데 따른 대응으로 나토가 해군 훈련과 나토 군함의 정박, 정보 공유 등 조지아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를 승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된 중국도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나토는 3∼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창설 70주년을 기념하는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하는데 이 자리에서 중국의 위협과 관련한 첫 번째 공식 논의가 있을 예정이다.
WSJ는 2일 외교관들을 인용해 이번 회의에서 중국의 위협 문제는 테러대응 세션의 말미에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나토는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유럽 방위에 초점을 둔 동맹국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평가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위협은 북극권에서부터 통신장비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영역에 걸쳐 있으며, 눈에 보이는 군사적 위협처럼 직접적이지 않지만 훨씬 복잡하다.
유럽 국가의 한 고위 외교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달리 중국의 위협은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없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미국은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유럽연합(EU) 등 우방국을 상대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상당수가 나토 회원국인 EU 국가들은 미국의 요구에 부정적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유럽 국가는 중국의 확장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참여를 공식화했다.
특히, 주요 7개국(G7)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주세페 콘테 총리는 지난달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일대일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는 동유럽과 그리스, 포르투갈 등 유럽 비주류 국가에 국한되던 일대일로가 유럽 선진국까지 확대된 것을 의미했으며, 이를 두고 EU 내에서도 거센 비판이 일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지난달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영리하게 거래할 수 있다고 믿을지라도, 나중에 보면 중국에 의존하게 됐다는 것에 놀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독일 출신의 귄터 외팅거 EU 예산담당 집행위원은 풍케미디어그룹과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에 대해 "EU의 거부권 행사나 EU 집행위원회의 동의 절차를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의 전통적인 동맹 관계가 흔들리고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상존하며, 중국이 새로운 위협 요소로 떠오르는 가운데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2일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 문제를 거론하며 더 많은 분담금 지출을 요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 내가 처음 왔을 때는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들이 늘리고 있다. (미국을 뺀 나토 동맹) 28개국 중 7개국이 현재 진행 중이고 나머지는 따라잡으려 하고 있다"며 비교적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일부 회원국을 중심으로 나토와 별개로 유럽군을 창설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그 중심에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유럽 1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 러시아, 심지어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진정한 유럽의 군대를 갖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한 유럽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며 유럽 신속대응군 창설을 제안했다.
그러자 메르켈 총리도 "언젠가 실질적이고 진정한 유럽군을 창설하기 위해 비전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며 마크롱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섰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모욕적"(very insulting)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유럽은 먼저 미국이 보조금을 엄청나게 주는 나토 분담비에 대한 공평한 몫을 치러야 한다"고 유럽군 창설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러고도 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나흘 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로부터 유럽을 보호하기 위해 군대 창설을 제안했다. 하지만 1, 2차 세계대전에서 (전범국은) 독일이었다. 그때 프랑스는 어떻게 됐나? 미국이 오기 전 파리에서는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나토에 분담금을 지불하든가, 말든가!"라는 글을 올렸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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