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獨 前외무 "핵은 北정권 생명보험…신속 파기 안 할 듯"

입력 2019-04-05 01:32  

방북 獨 前외무 "핵은 北정권 생명보험…신속 파기 안 할 듯"
"사적방문일 뿐"…"北, 엘리트 집단의 해체 경계하는 듯"
"한반도 비핵화위해 시간·신뢰 구축 필요"…서독의 '작은 발걸음' 강조
"평양, 현대적인 스카이라인인데 정적…벗어나면 가난한 시골마을"
인권 문제 연계한 인도적 지원 등 유럽의 역할 주문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최근 북한을 다녀온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전 외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북한 정권의 지도부가 현재 핵무기라는 생명보험을 신속히 파기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전 장관은 이날 일간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핵무기 개발은 북한 공산당 엘리트들에게 외부로부터의 정권교체 시도에 대항할 수 있는 생명보험"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가브리엘 전 장관은 지난달 말 북한을 다녀왔다.
그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재임 시절 총리실 고위 간부를 지낸 볼프강 노박으로부터 북한에 방문할 의사가 있는지 문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공식 초청장은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이 보냈다.
가브리엘 전 장관은 평양에서 리수용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을 각각 면담했다.
가브리엘 전 장관은 "북한은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리비아식 방안의 경우 리비아가 핵무기 이양 후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것을 보았다"면서 "이란의 사례도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핵 합의에서 탈퇴한 상황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동독 공산당 엘리트 집단이 완전히 해체됐다는 점에서 독일 통일을 경계해야 할 사례로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가브리엘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 나선 것은 용기 있고 옳은 행동"이라며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북한 문제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올바르다"고 강조했다.
가브리엘 전 장관은 "한국이 북한과의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하는 데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지도자를 만나는 시점에서, 유럽인들 역시 좀 더 적극적인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테면 북한의 농업 분야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과 연계해 유럽의 인권문제 담당관이나 국제적십자사가 북한 내 강제수용시설을 방문하도록 요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우선 이를 위해 서로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동서독 분단 시절 긴장완화정책에 큰 성과가 나오기 전에 1960∼1970년대에 많은 '작은 발걸음'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려스러운 점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시간 및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한국은 국제적인 제재 내에서 북한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전 장관은 이번 방북과 독일 외무부와의 연관성에 대해 "'사적인 여행' 외에 다른 표현을 쓰는 것은 월권행위"라며 "공적인 임무를 갖고 북한으로 날아간 것도 아니고, 공공기관이 여행을 기획하지도 않은 데다 비용을 지불해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전 장관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3기 내각에서 경제부 장관, 외무장관을 역임했으며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중도좌파 성향의 사민당 대표를 지냈다.
이 때문에 가브리엘 전 장관의 이번 방북이 독일 당국과 연계돼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독일 외무부는 가브리엘 전 장관의 방북 예고 기사를 쓴 연합뉴스 측에 '사적 방문'이라고 전한 데 이어 최근 정부기자회견에서도 공개적으로 이런 점을 강조했다.
가브리엘 전 장관은 메르켈 4기 내각에서도 외무장관직의 유임을 원했으나, 사민당 내부 권력다툼에서 밀리면서 같은 당의 당시 하이코 마스 법무장관이 외무장관직을 이어받았다.
그는 "(방북 전 정범구) 주독일 한국대사가 북한 방문을 지지해주었다"라며 "한국은 북한의 대화 파트너들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평화협상을 지속하길 원한다. 새로운 대결국면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남측에서는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인상으로 "모던한 느낌을 주는 공항 및 평양의 현대적인 스카이라인과 비교적 정적인 느낌이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면서 "보통 인구 수백만 명의 도시를 생각하면 거리와 광장의 활기찬 움직임을 기대하게 되지만 그런 분위기는 감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가브리엘 전 장관은 "수도 평양과 시골 지역은 극적인 차이가 있었는데, 도시의 경계선에서 수백 미터를 벗어나면 가난한 시골 마을이 나타난다"면서 "사람들은 그곳에서 가장 단순한 농기구와 손으로 직접 땅을 일구고 있었고 트랙터 대신 황소가 쟁기를 끄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아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있기 때문에 최대한 모든 땅을 경작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가브리엘 전 장관은 리수용 부위원장에게 자신의 고향인 고슬라시에 관한 책과 고슬라시 현대 예술상 수상 작가들에 관한 책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책에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백남준의 작품들도 소개돼 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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