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극복한 이라크, 둘로 나뉜 중동 '균형추' 될까

입력 2019-04-18 21:29  

IS 극복한 이라크, 둘로 나뉜 중동 '균형추' 될까
이라크 총리, 이란 방문 11일만에 사우디 찾아
사우디·미국-이란 적대 관계 고조로 '양자택일' 압박받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2014년부터 3년여에 걸친 이슬람국가(IS) 사태의 위기를 극복해 정상을 찾아가는 이라크가 중동의 균형추 구실을 하기 위해 움직임이 부지런하다.
현재 중동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친미 수니파 진영과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반미 '시아파 벨트'로 양분된 터라 양측을 오가는 이라크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아델 압둘-마흐디 이라크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정상 방문, 살만 사우디 국왕을 만난 뒤 18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환담했다.
이달 6∼7일 이란을 찾아 최고지도자 등 수뇌부와 만난 뒤 11일 만이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은 살만 국왕이 압둘-마흐디 총리와 만나 양국의 협력을 증진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총리실은 두 정상의 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각 분야 장관이 무역, 에너지, 정치 부문에서 합의서 12건과 양해각서 1건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양국은 1990년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이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한때 국교가 단절됐다가 IS 사태로 테러리즘이 역내 공적으로 부상하면서 접촉면을 넓혔다.
2016년엔 바그다드에 사우디 대사관이 재개됐고 이후 항공편 취항, 사우디의 이라크 투자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경제난을 겪는 이란과 달리 '오일달러'가 풍부한 사우디는 이달 3일 이라크의 스포츠도시 건설에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를 지원하겠다며 '통 큰 선물'을 안기기도 했다.
사우디가 이라크에 부쩍 접근하는 데는 IS 격퇴전을 통해 이라크에서 영향력이 커진 경쟁국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이라크를 괴롭힌 IS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사우디와 이란의 반목이 커질수록 이라크의 몸값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두번째 산유국으로, 원유 시장에서 주요 국가일 뿐 아니라 중동 한복판에 위치해 지정학적으로도 요충지다.
종교적으로 이슬람 시아파가 약 60%를 차지해 수니파보다 산술적으로는 우세하지만 이라크는 역사적으로 여러 제국이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던 무대였던 만큼 타 종교에 관대하고 이슬람의 종파 갈등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이라크의 정계는 시아파가 주도하는 탓에 이란에 우호적이기는 하지만 이라크 정부는 사우디와 이란 사이에서 등거리 실리주의 외교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국경을 맞댄 이란은 물론 사우디, 미국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어 이들의 패권 경쟁에 더는 휘말리지 않고 전후 재건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고 안정적인 원유 생산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고대뿐 아니라 현대사에서도 열강의 전쟁터로 총성이 그칠 날이 없었던 과거를 지닌 이라크의 바람은 정치 지도자들의 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바흐람 살리 이라크 대통령은 15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라크 퍼스트'(이라크 우선주의)라는 정책 결정의 원칙을 언급했다.
그는 "거의 40년간 모두가 이라크 국민을 대가로 자신의 의도를 이라크에서 관철하려 했다"며 "이제 우리는 이라크가 가장 중요하다는 새로운 정책 질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천400㎞의 국경을 맞댄 이란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이고 이란과 좋은 관계가 국익과 안보를 위한 일이다"라면서 "터키, 사우디와도 우호적으로 지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16일에는 미 의회 대표단을 만나 "이라크와 미국은 중동의 안정, 번영, 평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IS 사태로 사회 기반이 파괴된 이라크 도시에 미국의 투자를 요청했다.
따라서 이라크의 '균형추' 역할은 양분된 중동의 가교가 돼야 한다는 외부적 요구뿐 아니라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되면 다시 열강의 전장이 될 수 있다는 생존이 걸린 내부의 필요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라크의 등거리 실리 외교를 둘러싼 환경은 만만치 않다.
6일 이란을 찾은 압둘-마흐디 총리에게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에 이라크 정부가 실질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해 이라크에 양자택일하라고 압박했다.
이라크 정규군과 맞먹는 전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시아파 민병대도 사실상 이란 혁명수비대의 통제권이다. 이란으로서는 이라크에 친미 정부가 들어서면 최대의 적이 턱밑에서 위협하는 셈이어서 이라크에 깊숙이 개입하려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란을 견제하는 군사적 '포스트'로 이라크를 지목, 이라크 정부를 당황케 했다.
미국의 대이란 적대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사우디도 이라크가 이란과 밀착하는 징후가 명확해지면 언제라도 등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이라크 정가에 고질적인 종파적 갈등도 실리주의 외교의 걸림돌이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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