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에 뱀·전갈까지' 항만 빈 수입 컨테이너 검역 사각지대

입력 2019-04-29 13:54  

'벌레에 뱀·전갈까지' 항만 빈 수입 컨테이너 검역 사각지대
부산항만공사 신항 조사결과, 벌레 컨테이너 연간 1천개 이상
"미신고 사례 고려하면 더 많을 듯…제도 개선 등 대책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외국에서 선박에 실려 부산 신항에 들어오는 빈 컨테이너를 통해 외래 생물들이 유입되는 것으로 부산항만공사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동안 트레일러 기사들이 컨테이너 내부 확인 과정에서 각종 벌레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종종 있었지만, 항만 당국의 공식 조사로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29일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한 달간 부산 신항에서 반출되는 수입 빈 컨테이너 5천458 밴(VAN)을 표본 조사했다.
밴은 20피트, 40피트 등 다양한 크기의 컨테이너들을 규격에 관계없이 1개로 세는 단위이다.
조사결과 7개에서 구더기, 거미, 바퀴벌레 등의 벌레가 산 채로 발견됐고, 1개에서는 벌레의 사체가 나왔다.
항만공사는 트레일러 기사들이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반출하기 전에 내부를 살피다가 각종 벌레를 종종 발견한다고 대책 마련을 요구함에 따라 지난해 처음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실제로 항만공사가 운영하는 'BPA와 행복트럭' 밴드에는 트레일러 기사들이 컨테이너 안에서 발견했다는 외래 생물들의 사진이나 영상이 종종 올라온다.

바퀴벌레, 좀, 도마뱀은 물론이고 살아 있는 전갈, 살아서 움직이는 뱀을 봤다는 사례도 있다.
벌레 등이 발견되면 트레일러 기사들이 잡아서 죽이기도 하지만, 그냥 빗자루로 쓸어서 밖으로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컨테이너를 통해 유입된 외래 생물들이 우리나라에 정착해 환경을 교란할 우려가 제기된다.
실태조사 분석을 맡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용안 연구위원은 "2017년 기준 부산항에서 반출된 수입 빈 컨테이너가 92만여개임을 고려하면, 연간 약 900개 정도 컨테이너에 외래 생물이 든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항만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표본조사는 신항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부산항 전체 물동량의 30% 정도를 처리하는 북항까지 포함하면 외래 생물이 든 컨테이너는 1천개를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또, 이번 조사 대상에 수입화물이 든 컨테이너는 제외했고, 트레일러 기사들 신고를 토대로 했기 때문에 미신고 사례까지 고려하면 실제 외래 생물이 든 컨테이너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본다.
이처럼 상당수 빈 컨테이너에 외래 생물이 든 채로 반입된 뒤 국내 화주에 전달되고 있으나 검역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현행 관세법과 컨테이너에 관한 관세협약은 컨테이너 형식과 기기적 상태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컨테이너 내부에 관한 규정은 없다.
검역법, 식물방역법, 가축전염병 예방법 등에도 외국에서 반입되는 빈 컨테이너 검역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부두에서도 검수·검정업체가 컨테이너 개수와 화물 목록 등을 확인하지만, 빈 컨테이너 내부 상태는 확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 관련 부처, 항만공사, 선사, 지방자치단체, 부두 운영사, 트레일러 기사들이 참여하는 정기적인 조사를 벌여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외래 생물 유입을 차단할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박 위원은 지적했다.
관세청 컨테이너 관리에 관한 고시에 수입 컨테이너에 대한 심사와 검사 조항을 신설하고, 수입 컨테이너 별도 장치장을 마련해 외래 생물 여부와 청결 상태 등을 점검한 뒤 반출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부산항만공사는 앞으로 올해부터 매년 2차례 신항과 북항 전체 컨테이너 부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환경부와 관세청 등과 공유하며 대책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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