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과학계 유리천장 뚫은 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

입력 2019-05-11 10:40  

[인터뷰] 과학계 유리천장 뚫은 김정선 동서대 총괄부총장
아태 여성 과학 네트워크 기반 마련…한국 여성 위상 높아
세계여성과학기술인회 사무총장 등 활동…과학기술훈장 수상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과학계에서 여성은 아직은 소수입니다. 여성 과학기술인 정책은 우수한 여성 인력 활용 차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김정선(57) 동서대 총괄부총장.
그는 이화여대와 대학원에서 의약화학을 전공하면서 미국에서 항암제 신약개발 연구(구조활성관계) 박사학위를 받은 여성 과학자다.
김 부총장은 최근 아시아태평양 여성 과학기술인 국제네트워크 설립 기반을 마련하고 국제공동조사 연구를 수행, 한국 여성 과학기술인으로서 국제적 위상과 리더십을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과학기술 훈장(웅비장)을 받았다.
현재 항생제와 병용할 수 있는 미생물 저해물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그는 여성 과학기술인 정책에 관한 연구를 하고 싶어한다.

다음은 김 부총장과 일문일답.

-- 우리나라 과학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과 향후 전망은.
▲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과학계에서 여성은 아직은 소수다. 과학은 아직 남성 분야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우리나라는 2002년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고학력 여성 경제활동참여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자연계열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앞선 지 오래다. 공학도 남학생보다 적지만, 선진국에 비해 여학생 비율이 낮지 않다. 문제는 대학 졸업 이후다. 이공계 직장에서 유리천장은 단단하기만 하다. 이공계 연구실과 직장 문화가 여성이 적응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여성과학기술인 정책은 지원을 받아야하는 약자로서 여성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더 이상 여성 남성 구별 없이 모든 우수한 과학기술인이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나라 경쟁력은 과학기술 수준에 비례한다. 유네스코(UNESCO)나 유엔(UN)에서도 개발도상국 발전을 위해 과학기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선진국도 과학기술 분야에 여성 숫자가 늘어나야한다고 강조하고 이를 위한 각종 정책을 만들고 있다.
-- 언제부터 국제여성과학단체 활동을 했나.

▲ 세계여성과학기술인회(International Network of Women Engineers and Scientists·INWES)는 3년마다 열리는 세계여성과학기술인대회(ICWES) 운영을 주관하는 국제 비정부기구(NGO)단체로 2002년 조직됐다. 한국에서는 동서대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가 이 단체에 참여하고 있다. 2005년 이화여대에서 ICWES가 성공적으로 개최됐고 당시 조직위원회에서 활동했다.
2011년 호주에서 열린 제15차 ICWES에서 이사 겸 사무총장(3년 임기)으로 선출이 됐다. INWES 공식 언어가 영어이고 영어로 원활한 소통이 가능했던 것이 저에게 도움이 됐다. 회원과 소통하고 유네스코(UNESCO)와 협력을 주관했다.
2009년부터 준비한 INWES 아시아태평양 지역 네트워크가 2011년 창립됐고 대만과 몽골 여성과학기술인회 등 아시아 여성과학인을 지원을 하는 역할을 했다.
2017년 다시 이사로 선출돼 학회담당 부회장으로서 2020년 영국에서 열리는 ICWES를 준비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우리나라 이공계 여학생을 비롯해 여성과학기술인이 많이 참여해 글로벌 네트워트를 확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 협회에서 한국 여성 과학자 위상과 역할은.
▲ INWES에서 한국 위상은 매우 높다. 2005년 49개국 743명이 참가한 ICWES 성공 개최 이후 한국 여성과학자들은 중심에 있다.
INWES 3대·4대 회장으로 이화여대 이공주 교수가 선출됐다. INWES는 3년마다 회원이 선출하는 18명 이사로 이루어진 이사회가 주축이 된다.
한국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전·현직 회장 등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가 주축이 된 회장단에 한국인이 회장, 부회장, 사무총장으로 활동한 것만으로도 협회에서 한국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 동남권 여성과학단체와 주요 인사를 소개해달라.

▲ 부울경 여성과학자들이 참여하는 부울경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BIS-WIST)가 동서대에 있다. 2009년부터 3년간 센터장을 역임했다. 대학, 연구소, 기업 등에 80명이상 여성과학기술인이 동남권에서 연구, 교육, 봉사에 힘쓰고 있다.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부울경 첫 지부장을 지낸 원미숙 박사(전 한국기초과학지원 연구원 부산센터 센터장), 부산대 대기과학과 하경자 교수, 인제대 식품영양학과의 BK사업 단장을 맡은 송영선 문갑순 교수, 동서대 엄미례 교수, 현재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지부 회장인 동아대 환경공학과의 안영희 교수 등이 있다. 40대 여성과학자들이 약진하고 있다.
-- 앞으로의 연구활동은.
▲ 제가 보람을 느끼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연구는 여성과학기술인 정책이다.
BIS-WIST 센터장을 하면서 부울경 지역 여성과학기술인 현황이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INWES 활동을 하면서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경우 여성과학자와 관련된 자료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럽연합(EU)은 3년마다 EU 여성과학자와 관련된 통계와 지표를 집계한다.
아시아에도 이러한 정량자료 집계가 필요하다고 느껴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가 주관하는 정책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4년 INWES 아시아태평양 지역 1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연구사업 보고서를 만들어 유네스코와 INWES회원국과 공유했다.
앞으로 우수 여성과학기술인 연구역량을 높이고 학술교류, 국제공동협업 기반을 마련하는 연구활동을 하고 싶다.
-- 여성과학인과 여성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우리는 과학보다는 과학자에 더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아인슈타인과 마리퀴리같은 과학자가 되어야한다는 부담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과학은 진리를 탐구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여기에 남성과 여성 차이가 있어서는 안된다. 남성과학자 수가 많아 과학을 남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학문적인 특성이라기보다는 문화적인 요인이 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과학기술에서 중요한 것은 융합이다.
이를 위해 소통하고 협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여학생은 자신의 재능을 발굴하고 강점을 살려 남학생과 소통을 하면서 협력하는 과학인이 되어야 한다.
남성 대비 여성 과학자 수가 적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여성과학기술인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예를 들면 대학내 여성 선배, 여교수, 여대생커리어센터, 나아가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INWES 등 지구촌 여성과학기술인 단체에 조언과 정보를 구하기 바란다.c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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