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튀 입은 엄마가 돌아왔다…"출산과 복귀, 쉽지만은 않았죠"

입력 2019-07-11 06:00   수정 2019-07-11 11:01

튀튀 입은 엄마가 돌아왔다…"출산과 복귀, 쉽지만은 않았죠"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시어터 '백조의 호수'로 첫 내한
프리마 발레리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새하얀 튀튀를 입은 발레리나가 문을 밀고 들어섰다. 우아한 몸짓은 영락없는 '백조의 호수' 속 오데트였다. 등과 다리에 아로새겨진 촘촘한 근육만이 화려한 의상이 그에게 영광이자 고통스러운 연습의 결과임을 알게 했다.
러시아 상트페테부르크 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39)가 8월 28∼9월 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한다. 발레 입문 30년 만에 갖는 한국 데뷔 무대다.
"'백조의 호수'를 연기한 지 25년 됐습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와 지중해 국가들에서 공연했고 다음 달에는 서울에서 공연하네요. 새로운 곳에서 무대를 펼치게 돼 기쁩니다."




군인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코레스니코바는 비교적 평온한 유년기를 보냈다. 러시아 명문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시어터의 솔리스트로 발탁됐다. 170㎝를 넘는 키와 빼어난 외모로 주목받으며 1천회 이상 '백조의 호수' 주역으로 섰다.
"발레 아카데미에서 공부할 때 어머니께서 '이리나, 너무 힘들지? 인제 그만 떠나자'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춤추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었죠. 허약했던 몸과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제 잠재력을 찾고 싶었어요."
당찼던 그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발레리나에게 사실상 금기인 임신, 출산을 하면서였다. 몸을 쓰는 장르인 탓에 무용수들은 보통 40대에 접어들면 무대에 서기 쉽지 않다. 우리나라 1세대 발레리나 가운데 최태지, 허용순 등이 출산 후 무대에 오른 적이 있지만 사례는 적다. 코레스니코바는 2005년 이 발레단 창립자인 콘스탄틴 타치킨과 결혼해 5년 전 딸을 낳았다. 신체적 변화에 우울감이 닥쳤지만, 가족 덕분에 슬럼프를 넘길 수 있었다.
"처음에 아주 힘들었어요. 출산 직후 항상 아이 옆에 있어야 했으니까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도와주셔도 충분하지 않았죠. 가정생활과 발레의 균형을 맞추는 건 가족의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 특히 부부가 24시간 함께하며 서로를 도와야 해요."
그래도 점점 발레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 출산과 동시에 무대 기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러시아 유명 발레리나들도 두세명의 아기를 키우는 경우가 있어요. 필라테스, 요가로 체형 관리를 하며 빠르면 출산 2∼3개월 만에 복귀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시어터는 세계적인 무용수 김기민이 활약하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과 종종 협연한다. 이번 내한공연에도 마린스키 발레단 무용수들이 함께한다. 코레스니코바는 과거 김기민과 협연했을 때를 떠올리며 눈을 반짝였다.
"김기민과는 오래전부터 알았습니다. 첫 번째 만남은 영국 런던에서 한 '백조의 호수' 공연 때였죠. 첫인상이 남달랐습니다. 감성적 연기가 뛰어나며 파트너를 잘 도와줬어요."
40대를 눈앞에 둔 코레스니코바는 결코 은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늘 오늘이 고별무대라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활동하되, 먼 미래에는 교육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바가노바 아카데미에서 트레이너 코스도 밟았다.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그러니 이렇게 오래 연기할 수 있었겠죠. 발레리나로서 제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언젠가는 어린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관객들에게는 언제나 현역 발레리나로, 그리고 발레를 잘 알았던 전문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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